3일 전에 판교 사고로 인해 인명사고가 났다. 세월호에 이어 올해 두번째 안전사고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안전사고도 있겠지만, 큼지막하게 뉴스가 난 이러한 안전사고를 볼 때마다 나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왜 우리 나라에서는 세월호 침몰 그리고 판교 사고와 같은 안전불감증 사고가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 나라 국민성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도 이 판교 사고를 통해 은연중 머리 속에 생각만 하고 있던 우리 나라 국민성을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우리 나라 국민성의 재발견이다.
저 위에 과연 왜 올라갔을까. 싱크홀 걱정으로 일반 도로도 조심히 다니는데.
첫번째 국민성은 바로 하지 말라는 것은 더욱 하려고 하는 청개구리 국민성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것은 꼭 한다. 환풍구는 올라가서는 안될 곳이다. 최소한 나의 상식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여기에 아무도 올라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공연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람들이 환풍구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는 올라가서는 안될 곳이며,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
어렸을 때라 다들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부모님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갈 때면 내려 오라고 그렇게 야단을 쳤을 것이다. 당연히, 그 때 당시 부모님 말을 듣고 다들 내려 왔을테지만, 무의식 중에 우리 마음 속에 반감이 자리잡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남이 하라는대로 하지 않는 습성이 체득화되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걸 통제하려는 부모들의 행동이 우리 나라 국민성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두번째 국민성은 사후 결과에 따라 이중성을 보이는 이중적 국민성이다. 판교 사고가 터진 후 지금 초점은 안전요원이 통제를 제대로 했는지 또는 부실공사 유무에 대한 조사다. 부실 공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부 국민들은 왜 통제를 하지 않아 이런 사고가 났는지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애초에 통제를 싫어한다.
약간 성격은 다르지만, 경찰은 시위나 데모에 통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의경이나 경찰관이 채증을 통해 카메라를 들고 비디오나 사진을 찍으려 해도 왜 통제를 하느냐며 반발하곤 한다. 만약 똑같이 안전요원들이 판교 행사장의 환풍구 주변에 모여 통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왜 통제를 하며 볼 권리를 침해하냐고 반발을 할 것이 뻔하다. 이것은 위에서 내가 말한 첫번째의 우리 나라 청개구리 국민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중적인 국민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 국민성은 한 사람이 시작하면 그저 따라하려는 비개성적 국민성이다. 옆집 아들이 수학 학원을 다닌다고 하면, 자신의 아들도 수학 학원에 보내는 것이 우리 나라 사람이다. 일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떤 여자 연예인이 명품 가방을 메고 다닌다고 하면, 짝퉁이라도 비슷한 디자인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우리 나라 여자며, 어떤 남자 연예인이 명품 시계를 메고 다닌다고 하면, 라면을 먹으면서 30개월 할부로 명품 시계를 사는 것이 우리 나라 남자다.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는 외국 다른 선진국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며 비개성적으로 살아가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아직 모르겠다면, 길거리의 비슷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보면 무슨 말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교 사고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우선 공연을 잘 볼 수가 없어 하나 둘씩 먼저 환풍구에 올라가 공연을 관람했을 것이다. 마치 공원에서 과자를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한두마리 비둘기를 시작으로 비둘기 떼가 모여들듯, 한두 사람 먼저 환풍구에 올라간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도 이미 올라간 사람들 따라 그 환풍구에 올라가게 되고, 환풍구는 모여든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다른 사람들이 하면 나도 그저 따라하겠다는 심리, 이것은 개개인의 성격 차이일 수 있지만, 이미 우리 나라 국민성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네번째 국민성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하는 척만 하는 국민성이다. 세월호도 그렇고 판교 사고도 그렇고 이러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가 생기면, 그 순간을 벗어나고자 온갖 제도와 방안이 도입된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임시방편책인 경우가 많다. 마치 대통령 선거 전후의 공약처럼 그저 해당 사건사고에 대해 예방차원에서 마련한 것뿐이지 제대로 시행되거나 실효성이 없는 것이 대다수인 것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몇해 전에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지금 현재 운전 중 휴대폰 사용 금지 법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운전자도 많지 않을 뿐더러 운전하면서 마음껏 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운전하면서 메시지도 보내는 사람도 자주 봤다. 하지만,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경찰이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자 단속 건수는 23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고치는 척만 할뿐 제대로 시행도 안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 또는 판교 사고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판교 사고인 경우 환풍구의 부실공사가 의심된다고 하는데, 부실공사에 대한 대책은 90년대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이미 나왔다. 즉, 아무리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우리 나라 국민성상 고치는 지금까지 시늉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판교사고로 재발견한 우리 나라 국민성 4가지. 국민성은 나 혼자서 바꿀 수 없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