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소개팅 문화는 남자가 소개팅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이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남성우월주의에서 연유한 것 같다. 조선시대를 거쳐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로서 남자를 따라야 했고, 소개팅도 그 중에 한가지였던 것이다. 남자가 돈을 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수동적으로 남자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이제 여자도 남자만큼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시, 행시 등 중요 시험만 봐도 이제 여자가 더 많이 합격되고 있고, 남자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에서도 이제 여군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는 점점 변하고, 이는 우리 일상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년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여자가 없었는데, 이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운전하는 여자도 최근 5년 안에 급격히 증가했다. 점점 사회는 여자와 남자와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개팅 문화는 여전하다. 여전히 남자가 돈을 내는 것이다. 이것은 왜 바뀌지 않는 것일까.
더 이상 소개팅 비용은 남자 몫이 아냐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말하자면, 나는 남자가 비용을 지금까지 내왔으니 여자가 내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속 좁지 않다. 오히려 최소한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제부터 설명할테니 잘 이해하기 바란다.
우선 소개팅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중요하다. 소개팅은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이 남녀간의 연애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첫만남이다. 둘이 만나 마음에 들면 계속 만나보고 그렇지 않으면 만나기 전처럼 남으로 지내는 것이 소개팅인 것이다. 게다가, 소개팅에서 남녀가 만났다는 것은 남자가 원했든이 여자도 소개팅을 원했다고 할 수 있다. 소개팅에 나온 것 자체가 최소한 여자가 소개팅을 원했다는 뜻이 된다. 물론,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나온 여자는 제외다. (불순한 목적은 한 때 논란이 되었던 밥만 얻어먹는 먹튀를 말한다.)
따라서, 소개팅은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만남이 아니라 쌍방관계에 의해 형성되었다. 따라서, 그 소개팅에 필요한 비용은 남녀 공통으로 내는 것이 옳다. 이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유학한 나는 오히려 내가 돈을 내려고 하면 여자쪽에서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남자가 돈을 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마치 자신을 유흥업소 여자로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렇듯이, 만약 소개팅에서 남자만 돈을 부담하는 것은 유흥업소에서 남자가 돈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여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고할 때가 되었다. 남자들이 돈을 낸다는 것은 자신을 유흥업소 직원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직장인이면서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여성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악덕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비유될 수 있다.
남자가 돈을 내야 하는 때는 소개팅 때가 아냐
만약 소개팅 때 더치페이를 하자고 해서 이것 때문에 여자가 싫은 기색을 낸다고 하면 그런 여자는 만날 필요가 없다. 이런 여자는 남의 돈을 우습게 아는 여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소개팅 때 명품 가방을 하나 어깨에 매고 왔다면 거의 100%다. 이런 여자는 그냥 뒤도 돌아보고 연락 안하는 것이 좋다. 그런 여자를 떠나 보내는데 아쉬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여자를 만나면 평생 고생하기 쉽다.
그리고, 소개팅에서 잘 되는 경우는 반반이다. 잘 돼서 다음에 또 만나거나 아니면 연락도 없이 아무런 일도 없듯이 평상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개팅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것은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 어디가 나올지 모르는 곳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소개팅할 때는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들이 소개팅 때 돈을 내지 않으면 소개팅이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한번 생각해 보자. 소개팅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도 안될 소개팅은 안된다. 즉, 돈을 모두 지불하는 것은 소개팅 성공의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소개팅에서 더치페이를 한다고 하면 실패할까 걱정하는 남자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특히, 만약 더치페이를 하자고 했는데, 여자 쪽에서 약간 얼굴이 찌푸려지거나 당황한 표정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만약 그쪽이 제 여자친구라면 사드릴텐데, 아직 제 여자친구가 아니니 더치페이해요.”
이런 말 하는데도 여자쪽에서 더치페이를 하는 것에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면 혹은 더치페이를 하자고 한 순간부터 이전에 좋았던 분위기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런 여자는 안 만나는게 낫다. 이럴 때는 그냥 밥 한번 같이 먹고 나온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 낫다. 물론, 이런 여성과 밥을 먹는 것조차 답답하다고 한다면, 그냥 도중에 자리에 일어서 자기 것만 계산하고 나와도 된다.
하지만,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따로 있다. 외국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소개팅 하면 더치페이해요. 우리도 영국식으로 더치페이해요”
물론, 영국에서도 100% 더치페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방 여자가 이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만약 영국에 살아본 여자라고 할지라도 나보다 오래 산 여성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하튼, 나는 이런 방법으로 소개팅에 임한다.
결과는 어느 정도 괜찮았다. 내가 마음에 든 경우도 있었고, 그쪽에서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괜찮은 것은 한번 소개팅에서 더치페이가 자리잡으면 나중에 데이트 비용도 공동으로 부담하는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딱딱하게 더치페이를 10원 단위까지 계산하지는 않는다. 연인 관계가 되면, 주로 하루는 내가 사고, 다음 날은 여자친구가 산다. 만약 자동차를 이용해 데이트를 할 때는 하루는 내차를 다음 날은 여자친구 차를 이용한다. 첫단추를 잘 꿰맨 덕에 이런 식으로 금전적으로 공평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
남자가 이제 소개팅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우선, 남자가 소개팅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여자를 유흥업소 여자들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 지극히 수동적으로 남자의 경제력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여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남자가 소개팅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확률이 반반인 소개팅에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에 그 어떤 투자 전문가도 이런 도박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첫 소개팅 더치페이는 향후 데이트 비용 분담의 첫걸음이 된다. 애초에 비용적인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 보다 안정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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