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유학한 경험을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잘한다. 특히, 영어권 학생들과 비교하면 아주 뚜렷하다. 미국에서 유학했던 내 친구도 자신이 미국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제일 잘한다고 자랑하곤 했으니, 영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 혹은 아시안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한다. 바로, 숫자를 읽는 발음 차이다.
나도 그랬고, 미국에서 유학했던 친구도 수학을 공부할 때 숫자를 영어로 읽지 않게 된다. 소리 내어 읽지 않고 속으로 우리 나라 한글로 읽는 것이다. 가령, '301 + 724' 라는 쉬운 수학 문제가 있을 때, 우리 나라 학생들은 '삼백일 더하기 칠백이십사' 내지는 '삼공일 더하기 칠이사'로 속으로 뇌이면서 계산을 한다. 물론, 아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암산으로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이것을 'Three hundreds one plus Seven hundred twenty four'로 읽을 수 밖에 없다. 혹은 "쓰리 오 원 플러스 세븐 투 풔“라고 읽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무엇이 되었든 우리 나라 언어와 비교해 어절이 길다. 그리고, 이 어절 차이는 바로 문제를 읽는 속도의 차이로 이어진다. 즉, 숫자를 영어로 읽는 것이 훨씬 길기에 이것은 나중에 수학 문제를 푸는 속도로 직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이란 숫자만 봐도 우리 나라는 '삼'이란 한 음절이 되지만, 영어로는 '쓰리' 라는 두 음절로 읽게 된다. 백단위만 넘어가도 '헌드레즈' 네 음절이 꼭 딸려 오게 된다. 사실, 우리 나라 숫자는 1부터 10까지 모두 한 음절로 읽기에 아주 쉬운 반면 영어는 그렇지 않고, 백단위만 넘어가도 모두 읽어야 하는 음절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 푸는 속도는 시험 시간 내에 검산할 수 있는 짜투리 시간을 얼마나 많이 얻느냐의 차이로 이어진다. 누구나 계산에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나라 학생들은 영국인과의 이런 속도 차이로 상대적으로 검산할 시간이 많아 그 시간 내에서 실수를 바로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고등학교에서 수학 시험볼 때 남들이 시험지를 한번 볼 때 두번까지 보는 경우가 많았다.
수학은 잘하지만, 노벨상과는 거리가 먼 이유
우선, 수학과 노벨상은 그다지 큰 연관이 없을 수 있다. 수학이 물리, 화학, 경제 등에 기초가 된다고 하더라도 수학을 잘한다고 노벨상을 탄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경험적으로 봤을 때에도 노벨상을 탄 수상자 모두가 수학을 100% 잘한다고 볼 증거도 충분치 않다. 따라서, 수학을 잘한다고 꼭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학생들 혹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교육 시스템에 있다.
노벨상이란 것도 결국 인간이 배운 지식을 사용하여 이전에 없던 큰 업적을 낸 사람에게 주어지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창의력이다.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교육은 한마디로 창의력이 없다. 창의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주입식에다 암기식이다. 수학을 잘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공식을 외우도록 가르치며, 지금도 ‘수학의 정석‘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을 가르치기에 바쁘다.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이 있지만, 모든 학생에게 한가지 방법만 가르치며 수학적 창의력을 죽이는 것이다.
이는 우리 나라 유치원생들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유치원생들부터 구구단을 외우는 것으로 결국 배움을 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교육이 아니라 생각을 죽이는 교육, 즉 암기식 교육부터 몸으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 우리 나라가 노벨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무리 우리 나라 학생들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혹은 그들보다 뛰어난 수학적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창의력이 몸에 배지 않은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 노벨상은 너무나 큰 사치인 것이다.
수학적 능력 + ? = 노벨상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노벨상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노벨상이 인생의 최종적인 목적이 아닐 것이다. 노벨상은 오히려 그저 자신이 맡은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어떨결에 받게 된 보너스와도 같을 것이다. 실제로, 노벨상을 받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하진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그저 좋아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리고 더 많은 집중을 했던 것이 노벨상이라는 결과로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즐기기 위한 학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학생들은 지식을 대하는 것 자체가 서양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나라는 지식을 돈 벌이로만 이용하려고 하는데, 서양 혹은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다.
우리 나라는 공학 기피현상이 있고, 수능 시험을 잘 보면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려고 한다. 또는, 안정적인 직장이 좋아 공무원 혹은 고시 시험을 공부(암기)하기 위해 책을 본다. 유치원 때 구구단을 외우는 습관이 취직할 때에도 쓰이는 안타까운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지식을 큰 돈을 벌거나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습득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만큼 노벨상이 나올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또 그만큼 노벨상을 탈 사람은 절대 나올 수 없다.
학문은 즐겨야 한다. 힘들지만 그래야 노벨상을 탈 수 있다. 단지 연구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혹은 뽐내기 위한 연구는 그럴 수 없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수학을 잘할지 모르지만, 노벨상은 즐기기 위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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