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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우리가 잘 모르는 건설회사의 은밀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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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항상 생각나는 것이 있다. 우리 나라에는 아파트가 참 많다는 것과 아파트 외벽에 광고를 하면 광고 효과가 아주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 아파트가 많지만, 아파트 외벽에 상업적인 광고를 하는 것은 옥외 광고물 및 관리법에 의해 현재 불법이다. 공공의 목적에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나라 아파트는 그저 건설회사 로고와 브랜드 이름 혹은 동 번호만 있는 휑한 상태로 있다.

 

사실 아파트 외벽에 건설 회사 이름이나 로고도 형평성상 없어야 옳다. 아파트 외벽에 광고를 할 수 없는 법이 있는데, 건설회사 이름을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우선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건설 회사들이 아파트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그 아파트 외벽에 그들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넣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음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건설회사가 아파트 외벽에 광고를 하는 것의 문제점

 

우선, 아파트는 건설회사가 주인이 아니라 거기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주인이다. 아무리 건설회사가 그 아파트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아파트 안에는 아파트 주민이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를 만들거나 전자기기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제품 외부에 드러내는 것처럼 최종 제조자의 이름을 아파트 외벽에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그 크기가 거대하다. 그만큼 광고 효과도 뛰어나다. 그리고, 광고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에게까지 광고를 노출하는 문제점이 있다. 엄연히 따지면, 공익을 위하는 옥외 광고물 및 관리법의 그 본래 취지도 위반한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아파트 광고를 하는 건설회사는 장소 제공자이자 소유자인 아파트 주민들에게 광고료도 전혀 주지도 않는다. 남의 재산에 상업적인 광고를 무료로 그리고 무단으로 하는 셈이다. 마치 남의 자동차에 자신의 동호회 스티커를 붙여 광고하거나 내 블로그에 다른 사람들이 무단으로 광고하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다. 물론, 그들이 만든 아파트이기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에게 광고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건설회사는 아파트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상업지구의 그 많은 저층 상가들, 업무용 고층 빌딩들, 아파트 단지의 상가들, 교각과 다리, , 육교, 방파제, 항구, 공항 등 모든 건축물을 짓지만, 결코 건물 외벽에 건설 회사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있어봐야 머릿돌로 조그맣게 입구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에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있다. 가령, 사람들이 언제나 많은 강남대로의 고층 건물들을 살펴보자. 그 건물들을 누가 지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건설회사의 이름이나 로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 빌딩 안에 어떤 제품을 파는지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만 외부 광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뿐이다. 만약 건설회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광고를 하려면 건물 소유주에게 광고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아파트에만 그들 광고를 하고 있다. 광고를 하려면 아파트 소유주인 주민에게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무단 광고를 하고 있으며,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그들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건설회사의 횡포이며, 그들의 이익만 도모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옥외 광고물 및 관리법에 의하면, 외부 광고는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그런 공익의 목적을 위한 것만 허용된다고 나와 있다. 아파트 외벽의 건설회사 광고는 엄밀히 따지면 아름답지도 않고,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있지도 않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도 만들지 않는 전혀 공익과는 상관이 없는 것인데 허용되고 있으니 정말 모순이다.

 

◆외국도 아파트 외벽에 건설회사 광고 안 해

 

내가 오래 살았던 영국은 물론 미국의 아파트에도 건설회사의 이름과 브랜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 일반 사람들은 그 건물을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건설회사는 튼튼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사람들이 살 곳을 만들면 그걸로 그들의 최종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괜히 그들이 이런 건물을 지었다고 우쭐대며 아파트 외벽에 광고를 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당연히, 상가 건물이나 업무용 빌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외국에서 아파트 외벽에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 자체로 건설회사의 광고가 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기 싫은 광고를 강요하게 되며, 도시 경관을 해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지금 가뜩이나 아파트 공화국으로 주변 환경과 생활 경관을 해치고 있으면서, 거기다 아파트 외벽에 건설회사의 이름과 브랜드가 버젓이 광고되도록 하면서 건설 회사의 브랜드를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결국 그들의 이익만을 부추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건설회사의 아파트 외벽 광고는 건설회사의 꼼수가 아닌가 한다. 이전에 법령을 바꾸기 위한 건설 회사의 로비가 있었고, 정부 혹은 어느 국회의원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입법을 추진해 아파트 외벽 광고를 건설회사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파트 외벽에 건설회사가 광고를 할 수 있다면, 다른 일반 기업 혹은 공공기관의 광고도 허용되어야 형평성에도 맞다. 가령, 아파트 외벽에 관광청의 공익 광고 혹은 스마트폰, TV, 화장품 등의 상업적 광고도 허용되어야 그나마 형평성의 논리에도 맞다는 것이다.

 

또는, 마치 자동차를 한대 사면 제조업체 브랜드와 더불어 타이어 업체, 선탠 업체 혹은 자신의 동호회 스티커를 붙여 자동차 외부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광고할 수 있는 것처럼, 아파트 주민들도 그들 스스로가 우리 아파트 외벽에 어떤 광고를 하면 좋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허용하고, 거기에 광고를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광고료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법을 개정해도 좋다. , 아파트 외벽 광고는 어떤 식으로 해석해 봐도 법을 악용한 건설회사가 독점적으로 지금껏 그들의 이익만을 추구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는 그런 극심한 횡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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