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개팅을 많이 했다. 잘 된 적도 있었지만, 잘 되지 않은 적도 많다. 사실, 잘 된 경우보다는 잘 안된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소개팅을 실패할 때마다 그 이유를 찾으려 했다.
물론, 여자 쪽에서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우선 나를 잘 알아야 하는 법. 나는 내가 소개팅에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우연치 않게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소개팅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는 패션 때문이다. 종종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대한 자신감으로 너무 얼굴을 믿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 얼굴이 원빈이나 기타 연예인들처럼 잘 생기거나 그런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내 외모는 보통 이상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런데, 패션은 최악 수준. 만약 내 외모가 뒤떨어졌다면 일찌감치 패션에 관심을 가져보고 했을테지만, 나는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옷을 사는데 시간을 보내거나 패션잡지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뭘 입었는지 관심도 없다. 가끔 이상한 옷을 입는 노홍철 같은 사람을 보면 마냥 신기해서 볼 뿐이다. 당연히 패션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느니 하는 허황된 꿈도 꾸지 않는다.
여하튼, 올해 초 소개팅에 내가 입은 옷은 다음과 같다.
상의: 검정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셔츠
하의: 청바지 재질의 검은 바지 (패션에 관심 없다보니, 명칭도 모른다)
운동화: NIxx로 회색 계통
기타 시계, 목고리, 반지 등의 악세서리는 일체 없음.
이렇게 봄 바람 휘날리기 전에 소개팅을 했었다. 다들 알겠지만, 이런 패션으로 아무도 소개팅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신분이 대학생이라도 마찬가지고, 만약 취업을 한 상태라면 더더욱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저런 패션으로 소개팅을 나갔다. 사실, 나는 저 때만 해도 내 패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난 내 패션은 물론 상대방의 패션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은 남달랐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날. 밥을 먹고 어느 정도 대화를 하다가, 이 여성은 내 패션에 대해 지적했다. 이런 패션은 소개팅에서 최악의 패션이라고 말이다.
이 여성의 말을 듣고 나는 3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이 여자는 꼭 잡아야 한다. 나는 내숭이 있는 여성을 싫어한다. 좋다면 좋다고 싫다면 싫다고 꼭 말해야 한다. 이것저것 빼지 않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는 그런 여성 말이다. 처음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 중 내 패션에 대해 지적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테지만, 이 여성은 그런 면에서 아주 솔직했다.
둘째, 내가 지금까지 소개팅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만약 이 여성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소개팅에서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을 만난 이후로 나는 패션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셋째, 얼굴이나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개팅 같은 자리에 나가는 것에 옷차림은 예의다. 그 날 이 여성의 패션은 거의 정장 수준이었다. 어디 결혼식 등 특정 행사 같은데 가도 손색이 없을만한 패션이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어디 동네 슈퍼마켓 가는 그런 복장이었으니, 이 여성의 패션 지적은 너무나 당연했다. 한마디로 나는 예의가 없었던 것이다.
이날 소개팅으로 인해 그 이후로 소개팅 나갈 때 패션에 신경 쓰려고 한다. 물론, 아직 소개팅에서 나의 패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 때 나의 패션을 지적해준 여성과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 반전 해피엔딩이다.
<글: 사에바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