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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저장소 암호를 해독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LG전자의 황당한 서비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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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을 쓰고 있던 내게 2주 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는 시련을 준 것은 바로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였다. 


2주전 어느 날 아침.


나는 출근 전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었고, 출근 바로전 펌웨어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업데이트 확인을 하고 업데이트 동안 한 10분 정도는 기다린 것 같다. 


내가 쓰는 스마트폰은 V2. 정사각형처럼 생긴 것으로 쓴지 1년이 좀 넘었다. 


여하튼, 나는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하고 무리없이 스마트폰을 쓸 수 있어 괜찮은지 알았다. 하지만, 출근 하면서 발견한 첫번째 문제, 자판이 바뀌어져 있었다. 본래 자판이 화면 가득히 채워져 있는데,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자판은 한손으로 편리하게 쓰기 위함이었지만, 나는 손가락이 두꺼워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자판을 원래 내가 쓰던 자판으로 바꾸기 위해 스마트폰 구석구석을 찾아 원래대로 바꾸느라 시간낭비를 했다. 


이런 시간 낭비를 하는 동안에도 잘 쓰던 스마트폰이 안되던 것은 오후 5시경.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이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전원이 켜진지 안켜진지 몰라 배터리를 빼서 다시 켰다. 


그런데 갑자기!


'저장소 암호를 해독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말이 뜨는 것이 아닌가.



위와 같다. 나는 비밀번호를 쓰라는 말에 내가 온라인상에 쓰던 비밀번호를 다 써봤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저장소라는 곳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지도 않았는데, 될리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혹시 해킹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났다.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그런 해킹 말이다. 


나는 걱정을 안고 그 다음날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하는 말이 서비스센터에서 고칠 수 없고 본사로 보내서 고칠 수 밖에 없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치는데 2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우선, 나는 그 날 펌웨어 업데이트를 한 것 밖에 한 일이 없다. 워낙 조심스럽게 다룬 만큼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적도 없고, 1년이 좀 넘었지만 스크래치 하나 없을 정도 였다. 즉,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기에 그냥 마냥 2주 동안 기다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나는 왜 본사에 이걸 보내서 고쳐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졌고,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풀려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또 질문을 했다. 


2주 동안 스마트폰 요금과 통화를 못하게 되어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아니면 혹시 2주 동안 쓸 수 있는 임대폰이라고 있나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것은 전적으로 LG전자기기의 오류라고 판단하여 나는 이런 요구를 한 것이다. 사실, 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스마트폰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렇게 물어보는 나를 '뭐 이런 사람이 있나'라고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누가 황당한지 내가 위의 3가지를 요구한 이유 및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2주 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기본요금 - 나는 2주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함에도 2주 동안의 요금은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LG전자에서는 이것을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그런 보상을 고객들에게 해준적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대고 내가 뭐라고 소리지르고 따지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왠만해서 화를 잘 안낸다. 


둘째, 그럼 2주 동안 쓸 수 있는 임대폰은 있을까? -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은 혹시나 임대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말에 따르면 임대폰은 원래 있었는데 다 나갔다고 했다. 통신사마다 임대폰 숫자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고객이 SKT 통신사를 이용했다면 SKT 통신사 임대폰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 안의 칩을 바꿔서 쓸 수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임대폰은 지금 모두 스마트폰 고장으로 인해 수리를 맡긴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된 상태지만, 언제 이것이 반환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문제를 삼았다. 스마트폰 수리가 완료되면 임대폰이 당연히 반환되지 않느냐는 것이 내 논리였다. 하지만, 그 서비스센터 직원은 종종 고객들이 스마트폰 수리가 완료되어도 찾으러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임대폰이 반환되면 연락달라고 했다. 하지만, 2주가 다 지난 지금 임대폰을 쓰라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임대폰 자체가 있다는 것은 거짓이거나 아니면 이곳은 서비스정신 자체가 기준 미달된 곳이다. 


셋째, 2주 동안 통화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손해배상 - 보통 물질적 또는 정신적 손해배상이란 것이 있다. 나는 둘다 해당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쓸 수 없음으로써 발생할 비즈니스 피해 그리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바로 그 이유다. 하지만,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런 보상을 한 사례가 없다며 당연히 나에게도 이런 보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어 하는 직원따라 나도 같이 웃어 넘겼지만, 미국이나 영국 같았으면 응당 요구할 만한 보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그리고 LG전자는 그저 무시하기 바빴다. 


이번 황당한 '저장소 암호를 해독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스마트폰 고장과 황당한 LG전자의 서비스 정신으로 느낀 점 역시 3가지다. 


첫째. LG전자 제품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고장이 났다. 내가 떨어뜨리거나 물속에 빠트려 고장났다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며 덜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라고 해서 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전적으로 LG전자 책임이라는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LG전자의 다른 제품을 내가 다시 쓸 이유는 전혀 없다. 


둘째. 2주 동안 요금 낭비, 통화를 하지 못한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대기업을 보고 다시한번 울화가 치밀었다. LG전자면 대기업이다. 워낙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그래도 LG전자 정도면 2인자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2인자가 1인자를 이길려면 기술력이 되지 않으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아야 하지만, LG전자는 그럴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느꼈다. 즉, 영원히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2인자 자리를 지킬지가 의문이긴 하다.


셋째. 의외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괜찮았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카톡을 쓰지 못했다는 것인데, 카톡PC버전이 나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또, 출퇴근할 때 책을 읽거나 잠을 잘 수 있었고 주머니가 무겁지 않아 편했으며, 오랜만에 타인과의 연결에서 잠시 벗어난 것이 홀가분한 느낌도 들었다. 요즘 스마트폰 없이 살지 못하는 세상에 있는데 오히려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정말 사람들을 스마트하게 해줄까 고민했던 찰나에 그 해답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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