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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계단 오를 때 절대 짧은 치마 뒤를 가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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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에서 내렸다. 많은 사람 사이를 비집고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데, 저기 위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입었는지 뒤를 가방으로 가리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가방을 광고하려는 건지 아니면 짧은 치마를 입었다고 광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내 오른편에 올라가던 젊잖게 생기신 아저씨도 그랬을 것이고, 내 왼편의 아주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왜 여성들은 이런 미니스커트를 입고 뒤를 가리는 모습을 사람들에 보이는 것일까.

 

미니스커트와 그 뒤를 가리는 것의 문제 

사실, 여자들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자유다. 지금은 우리 나라 60, 70년대가 아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경찰이 와서 잡아가고 그런 시절은 다 지나간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을 자유까지 우리가 빼앗을 수는 없다. 그리고,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이 자유인 동시에 계단을 올라갈 때 뒤를 가리는 행위도 자유라고 할 수 있다. ,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 올라갈 때, 뒤를 가리던 앞을 가리던 그것은 여성의 자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자가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는 행위 자체가 그 여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 (다른 여성까지 포함)들을 속옷을 보고 싶어하는 치한으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라면 계단을 올라갈 때 속옷이 보일 것이라고 다들 알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어, 옛날에는 장난으로 치마 들추기놀이도 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이런데,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을 올라갈 때 가방으로 뒤를 가리는 행위는 속옷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의지이며, 이것은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그 속옷을 볼 것이라는 강한의지를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뒤의 계단에 올라갈 때 기분이 이상하다. 왠지 치한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아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주머니는 조금 괜찮았겠지만, 점잖은 아저씨일수록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상황이 이런데,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들은 계단을 올라갈 때 뒤를 가리는 행위를 남에게 속옷을 보이는 것이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속옷을 보이면 더 당황할 것이 분명하니, 그걸 방지하기 위해 뒤를 가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그야말로 아주 빈약함의 극치다. 남에게 속옷을 보이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한다면, 애초부터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영국의 19세기 공리주의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유일한 제약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자들이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자유다. 또한, 계단을 올라갈 때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는 행위는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곳 어디든 볼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고 있는 여성이 있든 없든 계단 앞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는 여성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치한이 되길 꺼려 시선의 자유가 침해되고, 그로 인해 오히려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결국,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자유고 그 뒤를 가리는 것 역시 본인 자유지만,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최대한으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서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뒤를 가리지 않겠금 이 사회가 만들어 주면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 가령, 여자 전용 계단을 따로 만들어 거기는 Y염색체가 없는 사람만 지나갈 수 있도록 생체 시스템을 따로 만들거나 아예 계단을 없애고 대량 수송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사람들을 일시에 지하로 내리고 지상으로 올리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높은 빌딩의 주차 타워 시스템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하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다. 우리 나라는 아직 생체 구분 시스템이 그렇게 발달되지 않아 당연히 비싸고, (지문인식 혹은 안구인식 시스템은 여전히 영화에서나 나온다) 주차 타워 같은 것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엘리베이터 시스템도 역시 비용이 엄청나다. 그리고, 기존 시스템을 해체하고 다시 건설되는 시간 동안의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마디로, 실현 불가능하단 얘기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여성(혹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이 초래한 만큼 여성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또한 정신적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여성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성들의 자유를 다른 사람이 역시 제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당연히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은 제약 받고 싶지 않을 것이고, 또한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은 기타 다른 사람 (남성 또는 바지만 입는 여성들 포함)들도 우리 나라를 다시 60, 70년대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그러면 방법은 딱 한가지다. 바로 여성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다. 먼저, 인식 변화다.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노출이 심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바지를 입은 여성보다 당연히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노출이 더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도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속옷 노출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하며,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 미니스커트라는 노출이 되는 옷을 입었으니 노출이 되도록 나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노출을 절대 원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계단을 올라갈 때 치마를 가리는 것이 아닌 애초부터 바지를 입고 나오면 되는 것이다. 가령, 평소에는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지만지하철을 타는 날에는 미니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노출을 싫어하면 바지를 입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들에게 이런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계단을 오를 때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는 여성이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노출에 그만큼 무감각하거나 오히려 노출을 하기 위한 여성들만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하철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 치마 속을 보이기 싫은 여성들은 자연스레 노출이 덜 되는 혹은 전혀 안되는 바지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을 지 바지를 입을 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며, 그 선택에 있어서는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는 그런 이상적인 논리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렇게 미니스커트는 노출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노출이 당연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뒤를 가리지 않는다면 모두가 이익이 된다. 먼저, 노출이 되는 여성은 사실 이익이란 것이 없지만, 손해도 있을 수 없다. 애초에 노출을 감안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하철을 탔으니 그 손익이 없는 것이다. 물론, 노출이 목적이라면, (일부 여자 아이돌 가수처럼) 오히려 노출로 인해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뒤를 가린 여성들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미니스커트 뒤를 가리지 않으니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자유를 침해 받지 않고, 피해를 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여성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가 전체 사회 구성원의 행복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도를 위해 그 인식과 행동을 바꿀 자신이 없다면, 여성들은 당장 미니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어라. 혹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면 절대 그 뒤를 가리지 마라. 그렇지 않다면, 존 스튜어트 밀의 19세기 자유론 21세기 지금 우리 사회에 거대한 소용돌이로 다가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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