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페가 많이 생겼다.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도 많아졌다. 번화가인 경우 100m도 되지 않아 카페가 여러개 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카페거리 같은 곳은 카페가 수십개 밀집되어 저마다의 개성을 풍기는 곳도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과연 그 카페에 앉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카페 주인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쫓아낼 권리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물어보면 그 답은 명확하다. 커피숍에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당연히 카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쫓아낼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두사람 또는 두사람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했을 때는 이 문제는 보다 복잡해진다. 가령, 두 사람 중 한사람만 커피를 주문하고 다른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경우처럼 말이다. 과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5명에서 커피 3잔을 시켰다. 과연 커피를 마시지 않는 2명을 쫓아내야 할까?
사실, 예전부터 카페 내에서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이것은 최근 카페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고 여전히 존재하는 다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암묵적인 규칙은 바로 1인 1커피다. 즉, 한사람당 커피 또는 음료를 시켜야 카페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페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진다. 두 사람 중 한사람만 커피를 마시지만, 현실적으로 쫓아내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사람만 쫓아내고 한사람만 남길 수 있지 않다. 친구나 연인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지금 커피를 마시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럴 경우, 카페가 왜 커피를 마시지 않냐고 따졌다고 할 때, 그것은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된다. 게다가, 카페 이미지만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혼자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도 카페가 왜 커피를 시키지 않고 자리만 차지한다고 따지는 경우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진 않다. 바로, 친구나 연인이 도착하면 같이 마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괜히 카페는 미안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다리다가 이 사람이 그냥 카페를 떠난다고 해도 왜 커피 한잔도 마시지 않고 나가냐고 옷깃을 붙잡고 따진다 할지라도 여전히 변명거리가 있다. 올 사람이 여기 위치를 몰라 마중나간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나갔다가 다시 오는 경우는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특정 시간 동안 결국 카페 자리만 차지한 꼴이 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카페 내에서 1인 1커피의 암묵적인 규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도 여전히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커피숍에서 처음에 사람들로부터 카페 이용료를 500원 정도로 받고 커피를 주문할 경우 500원을 제외한 커피에 대한 추가 요금만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자리세에 대한 검은 시장도 생겨날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한시간 정도 머물 수 있는데, 20분만에 카페를 떠난다고 할 때 40분의 가치를 환산하여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해당 카페에 커피는 마시기 싫고 머물고만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해당 시간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결국 카페 자리에 대한 거래가 생길 수 있으며,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카페 입장에서 여러가지 추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적으로나 경영 측면에서 신경써야 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카페에서 커피 안시키는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결국 주인 마음이다. 주인이 그러한 사람을 받기 싫다면,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그러한 카페는 입소문을 통해 문을 닫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아직 이와 같은 질문에 명쾌한 결말은 없는 듯 하다. 카페에서 커피 안시키는 사람도 이유가 있겠고, 쫓아내야 하는 사람도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PC방 가서 자리만 지키다가 오는 사람은 없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이유보다 공급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옳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