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어제 저녁 나는 KBS 1TV에서 방송하는 황금의 펜타곤을 봤다. 사업과 창업에 관심이 있어 작년부터 즐겨 본 프로그램으로 종영된 작년 시즌에 이어 이번이 시즌2 방송이다. 이번 황금의 펜타곤 프로그램 구성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참가자의 사업 발표 중에 5명의 심사위원들이 사업아이템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의 버저를 끄고 켤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 황금의 펜타곤 시즌 2에 3가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1회차 방송이 나간 후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황금의 펜타곤 제작진의 아이디어를 질타하는 글도 있었고 참가자의 한마디에 판단이 오락가락 하는 심사위원들에 대한 비평도 있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참가자의 사업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개인적으로 그 사업 아이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의 정도와 참가자 순위 매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방송처럼 보였다. 즉, 이미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업 아이템 및 아이디어를 마음 속에 정해두고 다른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는 들러리로 만들려는 것이 너무나 확연히 드러났던 것이다. 또한, 사회자를 맡은 김구라는 심사위원의 버저가 켜지고 꺼질 때마다 그것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어서 시청자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였는지 2회차부터는 불의 색상도 적색에서 황색으로 바꾸고 그에 대한 비중도 훨씬 줄어들었다. 과연 버저 시스템은 시청자들의 재미와 관심을 높이는데 꼭 필요했을까?
적색에서 황색으로 바뀐 버저
논란 두번째: 제조업에 이해가 부족한 심사위원 구성과 IT분야 사업 아이디어 위주의 편파판정!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황금의 펜타곤 시즌2의 심사위원은 그 구성부터가 편파적이다. 지난 시즌에서는 한경희 대표, 김영세 대표 등 제조업을 직접 경험했거나 관련성이 높은 분야의 전문가가 5자리 중 2자리는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즌2는 박혜린 심사위원을 빼고는 모두가 IT 또는 마케팅, 경영전략, 컨설팅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의 관심은 IT업계에 집중되어 있을테니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제조업에 대해 잘 알고 심사할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시즌 황금의 펜타곤에서는 한경희, 김영세 대표를 주축으로 제조업 사업아이템에 비교적 좋은 평가를 내린 반면 이번 시즌2 에서는 대부분의 제조업 아이템에 대한 평가가 형편없이 낮았다. 반면 IT 관련 사업은 아직 실질적으로 구현도 되지 않은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미 팔리고 있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혹평을 내리고, 아직 실현도 되지 않는 IT 제품에 호평을 내리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지금 시중에 팔리고 있는 의자와 아직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IT 서비스, 당신의 선택은?
논란 세번째: 시청자를 자극하기는 여전, 굳이 독설이 필요했을까?
사회자를 맡은 김구라가 독설의 대명사인 것은 누구나 안다. 독설 때문에 유명해졌고 독설때문에 재미있는 입담꾼으로 인정도 받았으며 독설 때문에 욕도 엄청나게 먹었다. 그런 김구라가 방송에서 시청률을 의식해 참가자에게 독설을 하는 것은 뭐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김구라의 발언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사업성을 평가하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오랜시간 노력을 기울인 자기 자식과도 같은 제품과 사업을 무대에 나와 설명하는데 사업계획서보다 조악한 제품이라느니 생각할수록 필요성을 못 느끼는 아이템이라느니 이 사업은 관두고 다른일을 하는게 나을것 같다느니 하는 표현들이 과연 필요한 심사평 이었었는지 의문이다.
특히, 특별히 그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충고나 설득력 있는 반대 이유도 없이 누구보다 먼저 버저부터 끄고 보는 박지웅 심사위원의 태도와 그들의 사업성을 비하하는 독설은 참가 당사자는 물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언짢게 했다. 자신이 관심 없다면 왜 관심이 없는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이미 시장에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이제 막 사업하는 청년에게 그저 다른 사업을 하는게 낫다는 말은 자신 스스로 심사위원 자질이 없다는 것을 공중파에 알린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심사위원 말고 다른걸 하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심사위원들이 뭐라 하든 시청자가 스스로의 잣대로 사업성을 판단하고 사업아이템을 평가한다면 이런 공중파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의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500팀이 넘는 신청자들 중에서 11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본선 진출 참가자들의 사업에 본 프로그램이 도움을 주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는데 시청률을 의식한 자극적 프로그램 구성 및 심사위원들의 이러한 독설과 사업성 비하 발언들이 안그래도 어렵고 혹독한 창업전선에 서 있는 창조 경제의 젊은 청년들의 사기를 꺾는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우리 나라 청년 창업자들 모두 힘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