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나는 소리가 있으니, 바로 구세군 종소리다. 이 종소리는 길거리에 지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구세군 냄비에 넣도록 유도하는 소리다. 솔직히 말하면, 이 소리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 중 하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한번 살펴보자.
의문 1: 정말 구세군은 불우이웃을 돕는 것일까?
구세군은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길거리에 빨간 옷을 입고 종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의문이다. 이들 말대로 오랫동안 구세군 냄비를 통해 불우이웃을 도왔다면 우리 주변에 불우이웃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불우이웃이 많다.
한번 구세군 홈페이지를 봤다. 그랬더니, 노인을 위한 보육시설,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재활센터, 어린이집, 나눔의 집 등 여러 곳을 운영한다고 한다. 좋은 일은 하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진정으로 구세군이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 의문점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의문 2: 구세군은 600억원의 초호화 건물이 필요한가?
구세군이 600억원을 들여 지은 빌딩
구세군은 지난 2010년 7월 서울의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충정로역 (서울시 서대문구)에 600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었다. 지상 17층과 지하 6층 도합 23개의 층이 있는 초호화 건물이다. 나는 솔직히 이 빌딩과 구세군 냄비의 연관 관계는 잘 모르겠다. 즉, 우리가 구세군 냄비에 넣는 돈이 이 초호화 구세군 빌딩 건축에 전적으로 사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소리다.
하지만, 나는 첫번째 의문과 연관지어 이 초호화 구세군 건물의 존재는 구세군이 불우이웃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전에 구세군 사옥을 그대로 쓰고, 600억원 그대로 불우이웃을 돕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600억원을 은행에만 맡겨도 1년에 5% 이자를 가정하면 30억원이다. 은행 이자 30억원으로 매년 쉽게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데, 구세군은 이것을 선택하는대신 건물을 지은 것이다. 사실, 공교롭게도 구세군의 길거리 모금액도 약 30억 정도 한다고 한다. 결국, 600억원의 이자 30억과 길거리 모금액 30억을 합쳐 총 60억원의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데 구세군은 그 절반만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셈이다. 즉, 첫번째 의문에서 말했다시피, 구세군은 소외 계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3개월 전의 기사에서 33억원이 길거리 모금으로 걷어진다는 뉴스
의문 3: 왜 구세군은 추운 날에만 모금을 하는 것일까?
구세군은 추운 겨울 때만 냄비를 들고 나와 종소리를 내면서 모금을 시작한다. 봄이나 가을 또는 더운 여름에는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는다. 왜 추운 날에만 모금을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불우이웃을 돕고 싶다면, 매일매일 나와 모금해야 하는데 왜 구세군은 겨울에만 모금을 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말이다. 사실,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는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많다. 어르신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가난했기에 연탄이 없어 추위에 떨면서 힘겨웠던 시절을 추억한다. 이 추억으로 하여금 지갑에 손이 가고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도록 감화된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011년에는 한 60대 남성이 불우이웃을 열심히 도울 마음이 없는 구세군 냄비에 1억원이나 내서 이슈가 된적도 있다.
이 마케팅 전략이 가장 효과가 있는 이유는 종을 흔들며 추위에 떨고 있는 구세군 직원들이다. 어쩌면, 자원봉사로 이뤄질 수도 있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들의 존재를 정확히 모른다. 구세군 직원 아니면 구세군을 위해 일하는 봉사활동자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존재가 어떻든 구세군은 이들의 추위에 떠는 모습을 이용하여 구세군 냄비에 돈을 채운다. 또, 이들이 점점 더 추워져 입김이 더 많이 나올수록 효과가 좋다. 그러니, 이들은 겨울이 아닌 계절은 모금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구세군은 일부러 추위에 떨도록 만드는 노동착취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 자원봉사라면 스스로 자원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내가 구세군 냄비에 돈을 절대 넣지 않는 이유
이러한 고도의 마케팅을 이용하며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으라고 하는 구세군에 나는 돈을 절대 넣지 않는다. 초호화 빌딩을 짓고, 그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이 눈에 너무나 뻔히 보인다. 물론, 구세군 냄비의 돈과 구세군 건물 건축과 전혀 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초호화 건물을 지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은 불우이웃을 도울 마음이 없다고 세상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불우이웃을 도우려고 하지 않고 초호화 건물의 사리사욕에 빠진 곳에 내가 돈을 넣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