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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증권

조선일보의 영국 주식 시장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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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 경제 관련 섹션을 봤다. M&A (회사 인수, 합병)에 관한 기사였는데, 주말 특집 기사라 주말에 할 일도 없고 해서 꼼꼼히 봤다. 관심도 있었기에... 그런데, 기사를 읽어 나가는 데 영국 주식 시장의 주가 단위를 잘못 쓴 것이 아닌가.

보통 런던주식시장(LSE)에 한 회사의 주가는 펜스로 표현한다. 1파운드 = 100펜스이기에 한 회사의 주가가 10파운드면, 1000p라고 표현한다.

 

지면으로 그 기사를 봐서, 인터넷 기사에는 그것을 수정했겠지 하고 조선일보 신문사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같았다. 그러고선 버젓이 인터넷 창 왼쪽 상단에 고품격 경제뉴스 위클리비즈라고 써 놓은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보니 왠지 황금어장에서 무조건 고품격 음악 방송이라고 외치고 보는 라디오스타가 생각났다.

 

이것이 단순 오타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소중한 블로그의 한 페이지를 할애하며 글을 쓰지도 않았다.

 

우선 기사 중 오류 부분을 그대로 보면, [ABN암로 인수 직후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던 RBS 주가(株價) 2007년 10월 10 468.10파운드( 92만원)에서 지난 14 46.8파운드( 92000) 90%나 빠졌다.]라고 했다.

 

먼저, 주가는 468.10파운드가 아닌 468.10펜스로 바뀌어야 한다. 뒤에 나온 46.8파운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100배의 가치가 차이 나지만, 이것은 단순 오타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영국 파운드화에 익숙치 못한 독자는 그저 주가가 많이 떨어졌네 하고 그냥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로 변환한 것에 큰 문제가 있다. 기자가 적용한 환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그 주가는 실제로 약 9200원의 주식이 920원으로 떨어진 것이 맞다. 92만원과 9200, 그리고 이후 각각 92000원과 920원으로 떨어진 주가에서는 분명히 그 어감과 주식 투자를 하는 독자가 느끼는 체감은 크게 다르다. 특히, 영국 주식 시장에 관심 있고 잘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이것은 아주 큰 오류다. 아마, 투자 은행에서 영국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이 기사를 봤다면, 얼릉 회사 동료에 전화부터 했을 것이다.

, 이것은 일반 독자에게 잘못된 증거로 해당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보이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가가 9200원에서 920원으로 떨어진 것보다 92만원에서 92000원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 경제 위기를 표현하는데 더 효과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에서 6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자가 일부러 세계 경제 위기를 더욱 부풀리기 위해 그랬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 당시, 이 기사를 보자마자 조선닷컴 독자제보에 이것을 올렸는데, 별 반응이 없다. 2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그 기사를 봐도 고친 흔적도 없다. 이거 배째라는 건지, 아님 그들 스스로 한번 낸 기사는 절대 고치지 않는다는 신념이 투철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

 

해당 기사는 아래 링크서 볼 수 있다. 제목은 [Weekly BIZ] 잘못 먹으면 다친다 M&A '승자의 저주' , 중간 부분의 ■영국 RBS의 실패 사례섹션에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나올 듯 싶다.


모든 나라의 화폐 단위를 알 필요는 없다
. 하지만, 그 나라의 경제 관련 소식을 우리나라에 전하는 것이라면, 또 그것이 직업이라면, 적어도
 그 나라 화폐 단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 내가 말한 것처럼 일부러 그랬다면, 그 기자는 정말로 기자 자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