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메리카노 한잔 이상을 마신다. 카페에 자주 가서 마시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그냥 간편한 믹스 커피도 자주 마신다. 아마 나와 같이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우리 나라가 커피 소비량 세계 1위라는 뉴스도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최소한 하루에 한잔 이상 마시는 커피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본주의적 슬픈 진실이 숨겨져 있다. 어떻게 보면 커피 한잔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어떤 슬픈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살펴보자.
자본주의 논리가 점령한 커피의 생산자와 판매자
커피는 농산물이다. 그리고, 그 농산물은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티오피아 등 대부분 저소득층 국가에서 생산한다. (브라질을 저소득층 국가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브라질 내 커피 농사는 저소득층에서 하는 것이 맞다.) 이들이 생산하는 커피의 양은 엄청나다. 이미 세계 무역량이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하니, 세계에서 커피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우리가 커피에 중독된 것처럼 확고하다.
하지만, 아무리 커피의 생산이 많고 또 세계 무역량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커피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커피 판매가가 100이라고 한다면, 커피 씨앗을 처음 뿌리고 커피 열매를 따기까지의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해온 커피 농민에게는 10도 돌아가지 않는다. 커피 판매 이익 대부분이 중간에서 커피를 유통하는 커피 유통업자 그리고 최종 판매처인 커피 체인점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열심히 커피를 수확한 이들에게 커피 한잔 정도의 보상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속담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현재로서는 커피 농사를 열심히 지은 농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왕서방인 스타벅스 등의 다국적 커피전문점만 돈을 버는 구조인 것이며, 이것은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 논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다면, 투자를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스타벅스 등의 거대 커피전문점은 커피 생산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그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이러한 정상적인 시스템 속에서 전세계의 커피 농사를 짓는 커피 농민들은 여전히 절대적 약자로서 최저 임금 수준을 받으며 최저 생활만을 유지할 뿐이다. 몇해 전부터 공정무역이라고 해서 커피의 가격을 높여 커피 원두 가격을 제대로 지불하자는 운동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저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커피숍 알바와 커피전문점
커피를 둘러싼 자본주의 논리는 비단 커피 농사를 짓는 농민과 거대 다국적 커피판매점 사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 커피 판매점과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에게도 해당된다.
우리 나라의 커피판매점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이름도 듣지 못한 커피 체인 전문점이 새로 생겨나고 있고, 그냥 커피 전문점은 식상하다는 자체 판단으로 북카페, 만화카페, 애견 카페, 키즈카페, 성소수자 카페 등 다양한 컨셉의 커피전문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카페가 하나 둘씩 유행이 되면, 당연히 거기서 일하는 카페 알바도 늘어난다.
그런데, 카페 알바의 시급은 커피 한잔 가격과 비교해 카페 알바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다. 커피 한잔이 5000원 정도 하는데, 이것은 카페 알바가 한시간 정도 일해야 마실 수 있는 가격으로, 겨우 한시간 동안 열심히 일해 알바는 겨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 사장은 가만히 있으면서 커피 판매 수익을 가져간다.
물론, 카페 사장은 카페를 임대하여 인테리어 하고 각종 집기를 들여왔으며, 카페 알바를 고용하며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투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위에서 설명한 거대 커피 판매점이 커피 농민들을 착취하는 것과 완전히 일맥상통한다. 즉,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카페 알바는 어린 나이에 반복적인 일을 하며 커피 한잔 값을 벌기 위해 한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에 반해 카페 사장은 투자했다는 명목하에 그저 가만히 손도 까딱하지 않고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를 팔면 팔수록 카페 사장은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충당하고 점점 돈을 벌어간다. 돈을 벌어 이제 다른 지역으로 카페를 하나 더 오픈하고 새로 오픈한 카페에 또 알바를 고용한다. 그렇게 해서 점점 자본주의 파워를 더욱 등에 업게 된다. 스타벅스가 아무리 커피 가격이 비싸도, 스타벅스 종업원 행동과 관련 여러 논란이 있어도 그리고 커피 자체가 맛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도 지금 여전히 잘 나가는 이유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 파워는 절대 무시못한다. 슬프지만 지금 카페 알바는 자본주의 파워의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매일 마시는 쓰디 쓴 아메리카노 한잔. 이 아메리카노 한잔에 이처럼 냉정한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한다고 하니 종종 더욱 쓰게 느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