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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우리 나라 학교 시험은 왜 객관식 위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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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학교 시험에 대한 불편한 진실


초중고등학교를 마치면, 이제 수능시험이 남는다. 어떻게 보면, 이 마지막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우리 나라 학생들은 12년간 학교에 정기적으로 다닌 것이다. 이제 이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그토록 원하는 대학생이 되고, 더 이상 이 지긋지긋한 시험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대학교에서도 시험을 보고, 취업을 하려면 토익 시험 혹은 회사 리크루팅 데이 때 가서 인적성 시험 등을 봐야 한다. , 우리 나라 사람들은 시험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 나라 학교들의 시험은 객관식 위주일까?


 

5개의 보기 중 답을 고르는 객관식 방식의 문제점

 

초중고등학교 중간/기말 고사를 거쳐 마지막 수능 시험의 문제들은 거의 객관식 문제로 이뤄져 있다. 주관식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저 단어 혹은 명칭을 쓰는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 학생들은 4개 혹은 5개의 보기 중에서 답을 고르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익숙해져 있다는 뜻이다.  

 

시험 문제를 풀 때, 학생들은 질문을 읽는다. 그리고, 질문에서 말한 정답을 보기 중에서 찾는다. 한번에 정답을 고를 수 있다면 모르지만, 한번쯤 정답이 가장 아닌 것부터 제거해 나가는 방식을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령, 5개 중에 가장 답이 아닌 보기를 하나씩 하나씩 지우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답이 아닌 것을 모두 제외한 후 헷갈리는 나머지 보기 2개 중에서 찍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푸는 익숙한 방식인 것이다.

 

당연히, 이 방식은 아주 중요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시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기를 제거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지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예로 들었듯이 정답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2개의 보기 중 하나를 찍어 맞추는 것은 결국 지식을 50%만 알아도 정답을 맞출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시험 문제를 전혀 모르거나 시간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을 때는 20%의 확률로 정답을 맞출 수 있다. 5지선다형이기에 20%의 확률로 정답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모든 학생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겨우 맞추는 시험 문제가 있는데,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에게 20%의 확률은 너무나 큰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점수가 높다고 해서 그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했고 꼭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란 것이다


 

불합리한 객관식, 왜 우리 나라 시험은 객관식 위주일까?

 

지금 우리 나라 전체 학생들이 객관식 위주의 시험을 보고 있는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시험 보는 학생들은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것이니까 말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왜 우리가 객관식 시험 위주의 시험을 봐야 하는지 절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한번 그 진실을 파헤쳐 보도록 하자.

 

먼저, 객관식 시험은 점수의 계산이 쉽다. 문제마다 배점이 있고, 그것이 틀리면 배점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100점 만점에서 틀린 문제 수의 배점만 빼면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객관식 시험을 보고 난 후, 선생님들은 점수의 수량화가 쉽다. 원래 이 점수의 수량화도 예전에는 손으로 하던 것이 지금은 OMR 카드부터해서 모두 컴퓨터 자동화가 되어 있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점수 계산이 더욱 편리해진 셈이다. 반면, 주관식은 채점 기준이 있어도 객관식 문제보다 점수의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객관식 위주의 시험 점수가 컴퓨터로 계산되어 나오면 선생님이 하는 일은 바로 학생간 비교를 하는 일이다. 물론, 학생간의 비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각 반의 평균까지 계산되어 비교하고, 또 이 평균은 학교 평균으로 계산되어 주변 학교 그리고 전국에 있는 학교의 성적과 비교된다. 점수의 수량화가 용이해지면서, 이렇게 학생들의 점수를 다양한 관점에서의 비교 역시 쉬워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식 시험 위주인 현재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닌 선생님 및 교육 당국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이미 위에서 객관식 위주의 시험은 학생들의 지식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객관식 문제 방식을 지금껏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선생님들 그리고 더 나아가 교육계의 편의를 위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식 시험은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닌 관리자를 위한 것!

 

외국은 객관식보다 주관식 비중이 더 많다. 특히, 대학으로 가면 갈수록 주관식 비중은 더욱 커진다. 내가 유학했던 영국만 봐도 논술 형식의 문제가 꼭 첨가되어 있다. 아래는 영국의 대학 입시 시험 (A-Level)의 수학 시험 문제 중 하나다. 놀랍게도 영국 대학 입시 시험 중 수학 문제에 객관식이 없다. 우리 나라와 완전히 다르다. 모든 계산 과정을 써야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아래의 예시처럼 직접 그래프를 그려야 최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이런 주관식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지극히 시험을 주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한번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자. 만약 선생님들이 주관식 답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채점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 나라에 객관식 위주의 시험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가령, 우리 나라 선생님들은 주관식 답에 표출된 다양한 학생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선생님들은 채점할 때 학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 가령, 수업에 자주 지각하고 떠들고 했던 학생은 주관식 시험 문제를 잘 풀어도 괘씸해서라도 낮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이든 신뢰도든 시험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답이 명확하고 채점 기준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객관식 위주의 시험을 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눈에 척 봐도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연히 주관식 시험이 더욱 변별력이 있으며, 학생들의 교육 수준 차이를 뚜렷이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시험에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 역시 몇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학생 입장에 보면 주관식 시험 문제가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주관식을 위한 공부는 나중에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나라 시험, 객관식 문제 대신에 주관식 문제로 바꿔야

 

객관식 시험은 점수와 학생들의 능력이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큰 위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교육계는 이것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다. 오직 계산하기 쉽고, 비교하기 쉬우며 그 점수를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식 시험 위주의 사회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결국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높다고 하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IQ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엄청난 인적 자원 낭비인 것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객관식 위주의 시험 시스템을 주관식으로 바꾸고, 이제 학생들에게 공부는 찍는 것이 아닌 정말 공부해서 얻는 것이라고 가르쳐야 할 때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여기에 우리 나라 교육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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