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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왜 수능 날마다 출근 시간이 한시간 늦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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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능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포함 12년 공부한 것에 대한 결과를 얻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관문인 만큼 중요한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능 때문에 전국민의 일상 생활을 한시간 늦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뜨거운 교육열이 우리 나라 사회를 한시간 늦췄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는 것은 전세계가 알아준다. OECD가 발간하는 리포트의 교육 부분을 봐도 우리 나라 대학 입학률은 전세계는 물론 OECD에서 선두권을 유지 중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 대학 입학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게 말해서 뜨거운 교육열이지, 나쁘게 말하면, 유난을 떤다는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과외 등 사교육이 우리 나라만큼 발전된 나라도 없고, 우리 나라 학생들의 행복도는 최하위를 기록한다. 사실, 이것은 학교 주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방과후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방과후 다들 이런저런 학원으로 보내져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초등학교 때는 영어, 태권도 등의 학원,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학원에 보내지는 것이다. 이러니 학생들은 그저 대학을 가지 위한 틀어박힌 공부만 하니, 만족도가 높아질래야 높아질 수 없다. 유난을 떤다는 표현이 딱 적당한 것이다. 


이런 유난스러움은 수능 시험날 전국민이 출근 시간을 늦추라고 강요받게 이르렀다. 아줌마의 유난을 못 이기듯 받아들이듯, 지금 우리 나라 교육열에 대한 유난을 못 이기듯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위의 사진은 내가 어제 경기도 지역에 출장을 갔을 때 문에 붙은 공지사항을 사진으로 찍어온 것이다. 출근 시간이 10시로 늦춰져 있음을 알 수 있고, 학생들의 원활한 등교를 위해 협조를 바란다는 말이 적혀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보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수능 그리고 수능 때문에 한시간이나 출근을 늦춰야 하는 상황에 대해 3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 입학 시험을 본다고 전국적으로 출근 시간을 지연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나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외신을 자주 접하는 나는 우리 나라처럼 수능 시험날 출근이 늦춰지고, 주식 시장이 한시간 뒤에 열리며, 수능 시험 때 지각하려는 학생을 학교까지 택시처럼 태워주는 경찰차가 있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수능 날 우리 나라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늦었을 경우, 수능 시험을 못보고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늦을 것 같으면, 평소보다 집에서 일찍 나오면 된다. 그것은 본인 책임이지 온 나라가 이를 위해 시간을 늦출 필요는 없다. 


둘째, 수능이 중요한 시험인지 자체가 의문이다. 위에서 수능은 12년간 학교 공부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이미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험이 꼭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수능을 잘봐 대학을 잘 가더라도 인생이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저 가능성을 높여줄 뿐이지 수능 성적이 낮아 명문 대학교가 아닌 곳에 들어가더라도 자신의 능력 정도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능을 교육의 마지막 관문을 수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교육의 마지막 관문이라기 보다 사회의 첫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 관문을 잘 통과한 사람은 기분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기분이 나빠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사회의 첫번째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셋째, 수능은 우리 나라 교육의 마지막 관문인 동시에 우리 나라 교육을 완전히 퇴보시키는 시험이다. 수능 시험날 각종 공식 활동이 한시간 연기되는 것을 교육열로 포장하기에 우리 나라 교육의 퇴보가 너무나 심하다. 우선, 교육열의 상향평준화에 의해 초중고 12년 동안 학생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교육을 받는다. 학교 수업, 학원 수업 등 모두 비슷한 수업을 받기 때문이며, 대부분 거의 같은 책을 보고 홀로 도서관에 앉아 공부를 한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노벨상 같은 상 근처도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수능이란 제도 때문에 온 사회가 한시간씩 출근을 늦추면서까지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실상은 우리 나라 교육의 퇴보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능으로 인해 나도 한시간 늦게 출근한다. 그리고, 한시간 늦게 출근하는 만큼 한시간 늦게 퇴근한다. 과연 수능 시험 때문에 온국민이 이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