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중학생들도 짧은 바지 (혹은 핫팬츠)를 많이 입고 다닌다. 어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옆집 여중생도 같이 탔다. 이 옆집 학생은 참 인사성이 밝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고, 나도 만날 때마다 같이 인사를 한다. 얼마 전에는 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집에 오는데도 만나 과자 한 봉지를 준 적도 있다. 역시 인사성이 밝아 과자 한 봉지를 받아도 ‘감사합니다’라고 밝게 인사했다. 그런데, 어제는 옆집 여중생이 너무나 짧은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인사를 하고 ‘왜 그런 짧은 바지를 입니?’라고 물었다. 나는 이 옆집 여중생의 대답이 우리 나라 여중생의 옷차림에 대한 생각을 대표적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여중생이 핫팬츠를 입는 이유
옆집 여중생은 짧은 바지를 입는 이유를 세 마디로 간단히 말했다.
“다리 길어 보이려구요”
다리의 90%를 드러내 보이는 짧은 바지를 입는 이유는 바로 다리를 길어 보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당연히, 다리의 10%만 가리면, 다리는 길어 보이게 된다. 이것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벌써부터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여중생이 안타까웠다. 물론, 이 학생뿐만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핫팬츠를 입고 밖에 돌아다닌다. 어떤 학생은 마치 여자 수영복처럼 보이는 바지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다리가 길어 보이려는 여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우선, 경제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나라에서 평균 키를 가진 사람보다 키 큰 사람들은 그 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키가 큰 사람은 그 자체로 희소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희소성이 큰 다이아몬드 값이 비싸듯이, 키가 큰 사람들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특히, 키에 집착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키가 큰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는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더 커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 나라 사람들이 키에 집착하는 이유다.
또, 모델이나 승무원 같은 직업은 큰 키여야 가능하다. 키가 작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아예 입사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농구, 배구, 요즘에는 축구 등의 구기종목까지 키가 크면 유리한 면이 많다. 따라서, 어렸을 때 이런 직업을 꿈꾸고 동경하던 많은 사람들은 키가 자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작은 키는 소외감, 열등감 혹은 상대적 박탈감의 원인으로 작용해 평생 가슴 속에 짐을 지며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 나라의 키가 작은 사람의 이런 소외감, 열등감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코미디 소재로 승화시키는 것이 유행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서는 여자 연예인들의 영향이 아주 크다. 아이돌 여가수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가 아니면 입질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우리 나라에는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유행이었다. 예고 학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내용도 있었고, 어느 부잣집 아들들이 나오는 드라마도 있었다. 이런 드라마에서 당연히 여고생들은 하나같이 짧은 치마 혹은 핫팬츠를 입고 나왔다. 또, 이들은 모두 아이돌 가수 출신이 연기를 했다. 아이돌(Idol)은 그 영어 단어 해석 그대로 청소년의 우상들인데, 역시 일반 여중생들은 자신들의 우상을 따라 똑같이 행동하려고 한다. 드라마에 나온 여고생들로 연기한 아이돌처럼 이것을 보는 여중생들도 그들을 따라 짧은 교복 치마 혹은 핫팬츠를 입으며, 자신도 드라마에 나온 주인공들처럼 화려해지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생물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나라 여성들의 평균 키는 160.5cm다.
평균이기 때문에 물론 160보다 큰 여성도 있고, 160보다 작은 여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키가 너무 큰 여성이 아니라면 키가 어느 정도 큰 여성은 키가 작은 여성보다 더 부러움을 받는다. 그래서, 키가 작은 여성들은 이 생물학적인 키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한다. 하이힐을 신기도 하고, 미니스커트 혹은 핫팬츠를 찾는다. 이 모든 방법이 인터넷이든 여성 잡지든 다 나와있다. ‘키가 작은 여성들을 위한 코디’라고 하면서 잘 나와 있는 것이다.
키가 작은 여성들은 키가 커 보이는 것이 하나의 로망일 수도 있다. 그래서, 키가 작은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지만, 키에 집착해 어떻게 해서든 커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여중생도 벌써부터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중생이라면 아직 키가 자랄 나이다. 이렇게 다 자라기도 전에 벌써부터 키가 커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핫팬츠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키가 커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키를 키우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가령, 예능 본다고 일찍 자지 않고, 다이어트한다면서 적게 먹거나 군것질을 일삼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키가 크지 않기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여중생이라면, 키가 커 보이려고 노력하기 보다 키가 정말로 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중생에게는 잘못이 없다. 부모가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이 핫팬츠를 입든 미니스커트를 입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가 잘못인 것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