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명은 최근에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원래 나처럼 교회를 다니지 않고 아무런 종교활동도 하지 않는 친구였는데 얼마 전에 연락해 보니 교회에 나간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웬일로 종교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갑자기 종교활동을 하는 것은 나름의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교회에 한번 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나보고 금요일 예배를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교회도 다니지 않는 내가 일요일도 아닌 금요일에 예배가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친구가 갑자기 열렬히 교회에 나가는 이유
당연히, 나는 금요일인 어제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가기 싫은 교회에 가는 것은 내 성격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어제 거절의 말을 전하니, 친구는 그러면 이번주 일요일에는 꼭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한다. 이렇게 계속 부탁을 하는데, 예의상 알겠다고 말은 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갑자기 교회에 빠져 열렬히 나가는지 물었다. 괜히 ‘한번 와보면 알아’라는 대답이면 일요일에도 교회에 같이 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친구가 교회를 다니는 진짜 이유와 내가 교회에 와야 하는 이유를 전화상으로 확실히 말해주었다.
친구가 갑자기 교회를 다니게 된 이유는 교회에 다니는 여자친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여자친구가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기 때문에 일요일 혹은 주중에 예배에도 여자친구와 같이 있으려면 교회에 나가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어제 금요일에도 이 친구는 여자친구 옆에서 성경책 공부를 했을 지도 모른다. 이번 일요일에도 물론 여자친구와 같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있으니, 그런 곳에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바쁠 것이 뻔한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나를 낙동강 오리알 신세처럼 뻘쭘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내가 괜히 가면 방해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안가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니, 그래도 꼭 와야 한단다. 안 오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하면서까지 말이다. 도저히 궁금해서 목청 높게 외쳤다.
“왜 내가 교회에 가야 하는데!!!”
다음 친구의 한마디로 나는 마치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종으로 남아 있는 국보 제 29호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놀라움에 할 말을 잊고 아주 경건해졌다. 친구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여기 예쁜 여자들 아주 많아, 너가 좋아할 만한~”
잘못하면 내 블로그에 온 독자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는 정확히 위와 같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예쁜 여자만 좋아하지 않는다. 변명을 하자면, 어떤 남자들도 예쁜 여자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도 보통 남자와 같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말을 듣고 교회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교회에 다니는 이유로, 신을 만나기 위해, 기도하기 위해, 목사가 말을 듣기 위해, 목사에게 돈을 주기 위해, 그냥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1주일에 한번 딱딱한 나무 의자에 1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이 좋아서, 요즘같이 여름에는 1박2일로 여름캠프를 가기 위해, 인맥을 쌓기 위해 아니면 그냥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갔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는 줄 알았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 교회에 간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친구 말을 듣고, 처음으로 교회에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생겼다. 어렸을 때 초코파이를 준다고 했을 때 친구 따라 교회에 간 것처럼, 만약 이번주에 교회에 간다면 이제는 또 다른 친구 따라 또 다른 이유인 여자 만나러 교회에 가는 것이다. 그렇고 보니, 나는 참으로 교회에 그 어떠한 대가를 원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먹을 것, 지금은 여자, 내가 생각해도 교회는 교리 혹은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믿음보다는 그 외의 것이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어쩌면, 교회 자체가 이런 것들로 하여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교회에 각자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내가 이번 주에 교회에 가지 않을 이유
교회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교회는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우리 나라 편의점 숫자보다 더 많은 교회가 우리 나라 땅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유혹 그리고 교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 우선, 나는 교회의 그 분위기 자체를 싫어한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혹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한 의식을 지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나에게는 모두 쇼로 보인다.
가령, 목사는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마치 사기꾼이 말로 사람들을 속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교회에 가면 찬송가가 빠지지 않는다. 교회에 가면 매주 부르게 되는 것이 찬송가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일제강점기 시대에 매일마다 우리 민족을 황민화시키기 위해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강요한 것과 같다. 교회를 믿지 않는 사람들 (혹은 믿음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교회를 믿도록 ‘황민화’하기 위해 매주 교회에 올 때마다 사람들에게 찬송가를 부르도록 시키는 것이다. 성경책을 읽는 것도 찬송가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내 눈에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렇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유명한 소설 ‘노인과 바다’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는 살아 생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
나는 교회에 가느니 차라리 헤밍웨이가 말하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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