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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아파트 10층 사는 내가 창문을 잠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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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무더위가 엄청나다. 밖에 돌아다니면 땀으로 흠뻑 젖는 것은 당연하고, 집에 들어 앉아 있어도 땀이 차서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다. 휴가를 가서 어디 바닷가나 계곡에 놀러 가서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금 여건이 좋지 않아 올해 휴가는 못 갈 것 같다. 안 그래도 원래 이번 여름에 친구 만나러 홍콩에 갈 계획이었는데, 지금 다른 일 때문에 포기한 상태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여름은 그저 집구석에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나 답답하다. 그리고, 이 더위에 닫혀진 창문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은 우리 집은 아파트 10층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잠그고 외출하고, 밤에 잘 때도 또한 창문을 모두 잠그고 잔다. 보통, 베란다 창문 그리고 베란다와 방 사이의 문이 있는데, 이것을 모두 잠그는 것이다. 다른 친구한테 이렇게 말하면 왜 그렇게 창문을 잠그는 것에 집착하냐고 한다. 게다가, 이들은 내가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기에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이것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베여 있다. 잘 때마다 그리고 외출할 때마다 모두 잠그고 외출하는 것이다.


 

내가 창문을 모두 잠그는 이유

 

친구들이 보기에 나는 창문을 잠그는 정도가 아니라 봉쇄한다고까지 말하곤 하는데, 이렇게까지 창문을 잠그는 이유는 바로 도둑 혹은 강도들 때문이다. 집 안에 침입해 비싸 보이는 보석 및 패물들을 훔치는 도둑이나 혹은 만약 훔치다가 사람이 안에 있다면 해치는 강도들 말이다. 사실, 우리 집은 이런 도둑이 든 적이 없다. 도둑 맞은 기억은 예전에 현관에다 놔둔 자전거를 누가 가져간 것이 전부다. 하지만, 예전 아파트에 살 때 이웃집에 도둑이 들어 한창 시끄러웠던 어린 시절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 이후부터 나도 모르게 창문을 잠그는 것이 몸에 벤 것 같다.

 

그리고, 창문은 요즘 소홀히 하기 쉽다. 요즘처럼 더운 날이면,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도둑들은 우리의 휴가철이 그들의 밥벌이 기간이기에 창문이 열린 집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아파트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가는 아파트 외벽의 가스 파이프가 있는데 그것을 타고 창문을 열어 집안에 침입하고 물건들을 훔치고 달아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1층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아파트는 보철로 가스관을 둘러싸서 손으로 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아파트 1층은 언제나 도둑이 들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더운 밤, 창문을 닫는 나를 보고 한 아버지의 말씀, 빵터져

 

며칠 전에 날이 너무 더웠고, 밤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어김없이 자기 전에 창문을 모두 닫기 시작했다. 거실, 주방, 현관 창문 순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침대에 눕기 전에 화장실을 가고 화장실 창문까지 잠갔다. 그런데, 불을 다 꺼서 어두운 밤에 내 방에 들어 오려는데, 아버지께서 안방 문 앞에서 오늘은 창문을 열고 자자고 한마디 하셨다.

 

하지만, 나는 원해 해오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반대했다. 아버지도 내가 왜 창문을 닫는지 알고 계셨기에 내가 반대하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듯 했다. 그런데, 포기하고 들어가시면서 아버지는 혼잣말 비슷하게 한 말씀하셨다.

 

아버지: “10층까지 가스관 파이프 타고 오면 그냥 기특해서라도 봐주자

 

작은 목소리였지만, 조용한 밤이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도둑이 안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고, 도둑이 들면 잡는 것이 최선이다. 참고로, 나는 권투를 했고, 내 동생은 유도를 학창시절에 배웠으며, 아버지도 유단자시다. 따라서, 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 난장판을 마구 피우면서 우리 집 물건을 훔쳐가게 나둘 수는 없다. 아무리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말이 뇌리에 맴돌지만, 아직 나는 속세의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그 말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침대에 누워 생각하면서 한참이나 웃은 것이다. 내가 상상한 것은 바로 도둑이 밤새 가스관 파이프를 잡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악당이 벽에 올라가는 상황처럼 가스관 파이프를 타고 올라오는 도둑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한 것이다


또한, 만화 속에서는 악당이 잘 올라가다가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허공에 헛손질을 하면서도 계속 올라가거나 혹은 길을 가다가 절벽인 줄 모르고도 계속 걷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만화 캐릭터 악당들은 모두가 약속한 듯이 사다리가 없거나 절벽인 것을 깨달을 때에 비로서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지면, 땅은 또 사람 모양의 구덩이가 파여지고, 그 구덩이 위에는 별이 돈다.

 

이와 같은 장면은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 만화의 한 장면이며, 나는 이 장면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아버지의 한 말씀 때문에 그리고 창문 때문에 예기치도 못하게 오랜만에 어린 시절 본 만화를 떠올리면서 미소를 짓게 된 것이다.  


빨간 라인 왼쪽에 아파트 가스관 파이프가 있다. 

 

위 사진은 가스관 파이프가 있는 한 아파트의 모습이다. 아래에서 보니 정말 까마득해 보이며, 이렇게 보니 10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에 도둑들이 목숨을 감수해가며 가스관을 타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아버지의 말씀과 그것으로 인해 떠오른 친근한 만화 캐릭터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창문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10층까지 이삿짐 차량을 끌고 와서 마음 먹고 도둑질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안전하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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