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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맥주 만드는 재료와 맥주 맛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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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집에 오는 길에 맥주를 샀다. 그런데, 맥주를 고르면서 맥주 뒤의 구성성분을 자세히 읽다 보니, 제대로 된 표시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했다. 맥주처럼 세금과 관련이 있고, 국민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도 그 구성성분을 확실히 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내가 어제 마신 맥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모든 맥주에서 공통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이 없는 맥주의 구성성분 표시

 

우선, 맥주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맥아가 있으며, 전분도 들어간다. 하지만, 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는 홉(hop)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홉은 뽕나뭇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쓴맛을 낸다. 이 쓴맛에 따라 맥주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맥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홉은 맥주의 구성성분 중에서 원가가 가장 비싸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맥아와 전분의 원산지는 나타내고 있지만, 홉의 원산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구성성분인 홉의 원산지를 나타내지 않는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구성성분 표시 방식에 일관성을 보여주지 않는 처사다. 다른 재료의 원산지는 모두 드러내놓고 있으면서 홉만 제외시킨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면, 맥아는 수입산인데도 불구하고 그 원산지 비율이 나와 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호주 79%, 독일 13%, 캐나다 8%라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전분은 그저 수입산으로만 표기되어 있고, 홉은 그냥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이것은 결국 소비자의 꼭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맥주 회사의 처사다. 처음에만 자세히 구성성분을 나타내는 척하지만, 뒤로 갈수록 대충 알려주는 전형적인 기업들의 눈가림 속임수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 맥주는 모두 수입맥주?

 

위의 사진을 한번 더 자세히 보자. 구성 성분을 보면 국산이 없다. 맥아도 그렇고, 전분도 그렇다. 또한, 위에는 홉의 원산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원료와 같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홉은 맥아 혹은 전분보다 원가가 비싼 재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 기업에서 만든 맥주는 그 원료 자체가 모두 수입산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우리 나라 기업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수입 맥주를 마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재료를 가지고 와서 우리 나라 제조 기술을 통해 맥주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맥주의 맛은 우리 나라 재료가 아닌 수입산 재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맥주의 같은 재료, 다른 기술, 맛의 차이

 

우리 나라 맥주 회사는 외국 맥주 회사와 같이 수입산 재료를 쓴다. 외국 맥주 회사가 우리 나라 재료를 쓰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에 결국 우리 나라와 외국 맥주의 재료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재료를 쓰면서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맛의 차이는 아주 현저하게 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입산 맥주를 그렇게 찾는 것이다.

 

우선, 우리 나라 맥주는 밍밍한 맛에 탄산이 든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다. 외국 사람들은 심지어 우리 나라 맥주를 마시고 오줌보다 조금 더 맛있는 맛이라고 혹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 우리 나라 맥주의 맛이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그 이유는 수입산 맥주가 별로 없었고, 마실 수 있는 사람만 마셨기 때문에 그 맛을 비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해외로도 많이들 나가고, 수입산 맥주 자체가 우리 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다. 이렇게 비교대상이 생겼기 때문에 더욱 우리 나라 맥주가 상대적으로 맛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는 맥주의 맛은 또 다른 중요한 구성 성분, 물에 기인할 수 있다. 물이 좋아야 맥주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중국의 칭다오 맥주는 그 물이 좋아 맥주의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맥주를 만드는 방식이다. 어쩌면, 맥주라는 것이 그 재료가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료의 비율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바로 맥주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맥주 속 구성요소가 어떤 비율로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 비율로 인해 우리 나라 맥주가 수입산 맥주와 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수입산 맥주 맛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 나라 맥주 회사들은 독점적으로 오랫동안 시장을 운영하여 왔다. 어쩌면, 보다 질이 좋고 맛이 좋은 맥주를 마시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요즘 해외 맥주가 많이 들어왔으며 들어 오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내 맥주회사들에 큰 동기부여를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하기 전에 하루빨리 정신 차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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