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와 연금복권 판매가 주춤해졌다고 한다. 왜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가 줄어들었을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포츠토토의 인기 때문일까 아님 또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가 숨겨져 있을까.
우선, 로또복권 판매액은 지난 9월까지 2조280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7% 증가했지만, 그 증가율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그리고, 연금 복권은 증가율이 아니라 판매액 자체가 감소했다. 역시 지난 9월까지 1501억원이 판매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감소한 것이다.
언론들 그리고 그들이 인용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로또와 연금 복권 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스포츠토토의 인기다. 단순히 번호를 선택하여 당첨이 되는 로또나 연금복권보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여 당첨되는 스포츠토토가 재미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갖추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토토의 판매액은 로또와 연금복권와 달리 상승추세로, 지난 9월달까지 전년동기에 비해 5.2% 증가한 2조4266억원을 기록했다.
스포츠토토 인기가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액 감소의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스포츠토토의 인기가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액이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수치적으로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액이 감소했고, 이에 반해 스포츠토토 판매액이 늘어 기자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그렇게 분석했으리라는 판단이다.
사실, 로또, 연금복권 그리고 스포츠토토는 독립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로또는 일확천금을, 연금복권은 안정적인 수입을, 스포츠토토는 스포츠라는 재미적인 요소를 통해 수입을 얻고자 하기에 각자 나름대로의 수요자가 있다는 것이다. 각 수요자들은 각 특색있는 게임에 참여하여 나름대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므로, 스포츠토토 판매액 증가는 일시적으로 그 목적을 이루는 상황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스포츠토토 판매액 증가는 올해 각종 스포츠 이벤트 증가가 한 몫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시즌 스포츠에 더해 올해는 월드컵, 아시안게임까지 있었다. 축구, 농구는 물론 야구, 골프 등 거의 모든 스포츠에 스포츠토토가 있다. 따라서, 스포츠토토의 인기로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액이 감소했다는 것은 데이터를 단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로또와 연금복권 인기가 시들해진 진짜 이유는?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액이 감소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로또와 연금복권 당첨자들의 스토리의 부재다.
내가 오래 살았던 영국인 경우, 로또 1등에 당첨이 되면 신문에 당첨자가 소개되는 것이 아주 흔하다. 내가 기억나는 것은 환경미화원이 로또 1등에 당첨되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남성의 스토리였다. 보통 우리 같은 사람이라면 거액의 로또 당첨금을 받으면 그 날로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을 꿈꾸지만, 이 남성은 소박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해서 큰 이슈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슈가 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로또 1등 당첨자가 알려지면 안되는 것이 우리나라 로또 불문율이다. 만약 당첨된다면, 조용히 당첨금만 수령할 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도 이유가 있다. 만약 누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면, 온갖 기부단체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기부하라고 하고, 갑자기 부자가 되었으니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견뎌야 한다. 생전 연락도 없던 먼 친척까지 연락한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로또 1등 당첨자에 대한 스토리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스토리를 리서치 해보니 로또 1등 당첨 후 다시 파산한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 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소식은 로또 판매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낮추는데 일조를 한다.
결국, 우리 나라도 로또 또는 연금복권 인기를 되찾으려면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 로또 1등 당첨자가 어떻게 사는지 로또 1등으로 어떻게 인생이 바뀌었는지 알리고, 이를 홍보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고 하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고, 그저 그 사실만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로또 구입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즉,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스토리가 없다면,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토토로 인해 로또와 연금복권 판매 인기 감소 그리고 판매액 감소는 데이터 단순 해석에 의한 터무니 없는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자진해서라도 로또 1등 스토리를 쓰고 싶다. 나는 참 잘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