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사촌형으로부터 조카 영어 과외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가 필수라는 말은 들었지만, 다소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영어가 도대체 뭐길래 유치원 때부터 공부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렇게 일찍 영어를 접하는데,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들은 여전히 영어를 공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무려 10년 이상 걸쳐 영어를 배우고 있는 셈이며, 향후 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또는 취업하기 위해 이들은 영어책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시대를 걸쳐 대학생 때 아마 영어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영어로 자신이 취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결정되기 때문이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래서, 각종 조사를 보면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스펙은 영어 성적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에는 토익, 토플 등의 영어 시험 기관은 영어 시험을 보려는 학생들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대학 스펙 영어는 가짜 영어!
나는 영국에서 10년 이상 살았고, 귀국했을 때에는 우리 나라 말을 거의 다 잊을 정도로 우리 나라 말을 하지 못했다. 영국에 살았을 때, 나는 홈스테이를 해서 영국인과 살았고, 외국인 친구들과 만났으며, 학교에 한국인도 많지 않아 우리 나라 말을 쓸 수가 없었다. 그저 영국적으로 생각했고, 한국에서 만든 방송들도 모두 보지 않았다. 심지어, 영국에 있을 당시 우리나라에서 2002년 월드컵도 개최하여 우리 나라 사람들 모두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있었지만, 나는 축구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 경기도 보지 않았다.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카테고리 글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영어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었다. 그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영어는 이러한 역할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즉, 영어가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가짜 영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영어 스펙은 모두 가짜 영어다. 토익 점수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토익 스피킹 시험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토익이든 토익 스피킹이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스펙으로 여기고 점수를 높일 궁리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영어 학원이 우리 나라에서만 그렇게 호황이고, 영어 강사로 돈을 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점수를 올릴 방법만 궁리하고 그걸 알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진정 대학생들에게 가짜 영어가 필요할지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위에서 내가 말했듯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제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접한다. 하지만, 대학생 때까지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고 또 직장에서까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이들이 처음부터 가짜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제대로된 영어 커뮤니케이션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닌 꼼수를 통해 점수를 높이고자 하는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과연 영어가 정말 필요한가?
지금 우리 나라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짜 영어일 뿐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그리고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기반이 아닌 시험 성적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들에게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지금 배우는 영어는 필요 없다고 말이다.
나의 시선으로 봤을 때 대학생들의 스펙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에 모든 사람들의 변별력 역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취업을 하려고 하는 현상 속에 모든 졸업자들의 스펙이 올라 스펙을 올리나 마다한 결과를 야기하고, 이에 따라 서로 변별력을 갖지 못해 학생들은 전혀 무의미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상황이 지속, 반복된다. 영어 성적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이, 가짜 영어를 배운다면 어차피 나중에 또 영어를 배우게 된다. 즉, 배울 때 제대로 된 진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영어가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진짜 영어를 배운다면 꼭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험을 보기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정말 영어라는 언어로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자 하는 열의가 있다면 영어는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이렇게 영어를 배운다면, 향후 영어를 추가적으로 배워야 할 때 치르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최고의 방안이 된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진짜 영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가짜 영어는 그냥 내팽겨쳐도 좋다. 나는 영국에서 귀국 후 카투사 입대를 위해 토익을 봤었는데, 토익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만점 가까이 받았다. 즉, 커뮤니케이션만 잘되면 문제 유형에 상관없이 토익 점수는 잘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