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보면 번화가에는 점집을 흔히 볼 수 있다. 길거리 점집은 주로 비닐로 만든 하우스거나 어떤 곳은 승합차 안에 들어가서 점을 봐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 들어가면 정말 무릎팍 도사처럼 옷을 입고 ‘무슨 고민이 있어서 찾아왔소?’라고 물어볼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종종 이용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길거리 운세를 보는 사람을 보면 주로 여자들이 많다. 물론, 요즘 들어 남자 손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남자가 그 길거리의 비닐 하우스 안에서 점을 보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길거리 점집은 길거리에서 모두 사라져야 옳다. 길거리를 점유하고 사람들에게 점을 봐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혀 필요 없는 것이며, 오히려 노점상 혹은 지하철의 잡상인들처럼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 그럼 길거리 점집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사람들의 점을 보는 이유부터
점은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좋든 나쁘든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흔한 예로, 지금 억만장자라면 미래에 돈을 더 벌 수 있는지 혹은 돈을 잃지는 않을지 걱정해서 운세를 보고, 만약 무일푼이라면 미래에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은 주로 결혼에 대해 잘 물어본다. 결혼을 언제 할 수 있을지 혹은 누구와 할 수 있을지 물어본다는 것이다.
이것을 좀 더 발전시키면,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미래를 알고 싶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과 일맥상통하며, 불확실성이 적다면 그만큼 두려움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의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사람들이 점을 보는 것이며, 그에 따라 주택가 깊숙한 곳은 물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에서도 점집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 점 보는데 가격 만원~5만원
점을 봐주는 대가로 우리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은 좋게 보면 서비스 요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단어가 있다. 바로 ‘복채’이다. 이 복채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궁금한 사항을 해결하거나 최소화하고, 어떤 부적 같은 것으로 액땜 같은 것을 하게 하여 애초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말을 믿기는 아주 힘들지만, 최소한 점집은 이와 같이 말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만원에서 5만원 정도 길거리 점집에 복채 형식으로 지불한다고 해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허술하다. 한번 점집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점쟁이가 사람들의 미래를 확실히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만원은 물론 5만원도 너무 싸다. 확실히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면, 100만원 정도 받아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만원도 모자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최소한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복채는 너무나 저평가되어 있다.
그렇다면, 만원에서 5만원은 어떻게 해서 측정된 요금일까. 물론, 나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의 예견 능력에 따르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100% 예견할 수 있는 점쟁이의 복채는 당연히 50% 예견하는 점쟁이보다 더 비싸야 분명한데, 지금은 길거리의 모든 점집은 마치 가격을 담합한 것처럼 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요금은 그저 지역 임대료에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남대로변에 있는 점집이 서울 외곽 구로동에 있는 것보다 더 비쌀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점을 보는 것은 돈 낭비 시간 낭비
점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그 요금은 그들의 예견의 정확도에 비례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다는 것은 그들의 예견력이 형편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게다가, 그들이 점을 봐주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역시 전혀 신빙성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위의 예로 든 결혼을 언제 할지 혹은 결혼은 누구와 할지 알고 싶어 길거리 점집을 찾았다고 하자. 30세 미혼의 여성이 점집을 찾은 것이다. 이 여성이 점쟁이에게 하소연 하듯이 물어보면, 점쟁이는 책을 자세히 보는 척을 하던가 혹은 눈을 뒤집는 것 같은 쇼를 하면서 대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대답은 나도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하다.
그렇다면, 이 미혼 여성의 질문에 대한 점쟁이의 대답은 무엇일까. 바로 ‘곧 결혼할 것이다’라는 답을 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단서를 걸어놓을 수도 있다. 남쪽 방향이 좋다고 하든지 혹은 돌맹이를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제 결혼할 것이라는 대답인 것이며, 위의 조건은 점쟁이가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어 준다. 곧 결혼을 하지 못하면, 그것은 돌맹이를 하루 실수로 빼먹은 그 여성의 잘못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와 결혼할 것이라는 질문의 대답은 무엇일까. 이것은 종종 ‘펜을 든 남자(펜을 쥐고 일하는 직업의 남자)’ 혹은 ‘호남형에 키가 큰 남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펜을 들고 일하는 사무직의 남자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호남형에 키가 큰 남자도 그 어떠한 기준이 없다. 내가 보기에 호남형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못생긴 것으로 볼 수 있고, 키가 179면 작은지 큰지도 불분명한 것이다.
결국, 점쟁이들은 돈을 받고 한다는 미래의 예측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이들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이 없는 일에 한건당 만원에서 5만원 혹은 시간당 2만원에서 10만원(점보는 시간이 30분이라고 한다면)을 벌어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 정도면 엄청 고소득을 올린다고 할 수 있다. 즉, 제대로 된 예측도 하지 못하고 돈을 받아가는 그들은 인간의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는 심리를 악용해 서민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흡혈귀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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