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은 가수며, 안철수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나는 솔직히 이 두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이 없다. 김장훈 콘서트에 가본 적도 없으며, 안철수의 강연 역시 가본 적 없다. 그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며, 이들이 어떤 사람이며 사람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소 다른 시선으로 이 두 인물을 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는 이 두 사람을 아주 싫어하거나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김장훈에 대한 색다른 시선
김장훈은 가수다. 하지만, 나는 김장훈이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그래도 김장훈이 가수라고 우긴다면 나는 김장훈이 노래를 정말 못 부르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면 또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수라고 부르기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 사람을 가수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연히 지난 금요일 저녁에 뮤직뱅크에 나온 김장훈을 봤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날 김장훈이 노래 부르는 것을 처음 봤는데, 나는 가요 프로그램이 아니라 무슨 코미디 프로를 보는 줄 알았다. 노래를 너무 못 불러 마치 코미디에서 일부러 음치로 사람들을 웃기려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노래를 못 부른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하는데, 가수를 보고 나도 뮤직뱅크에 나가 저만큼은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긴 처음이다. 그리고, 김장훈의 노래 실력은 김장훈 다음 노래를 부른 에일리의 노래를 듣고 더욱 분명해졌다.
데뷔 1년 남짓된 에일리는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김장훈보다 훨씬 더 노래를 잘했으며, 자신감이 넘쳤다. 얼핏 보면, 에일리가 데뷔한지 20년 되어 보이기까지 하다. 20년 동안 김장훈은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만약 이 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20년의 경력이면 컨디션 조절을 충분히 할 수 있으어야 하며, 만약 그래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더라도 아마추어가 보기에 노래를 정말 못 부른다는 생각은 안 들 수 있게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김장훈은 그 스스로 아마추어처럼 불렀다. 그리고, 만약 노래를 20년 동안 이렇게 불러왔다면, 김장훈은 절대 가수라고 할 수 없다. 위에서 말했듯이, 가수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김장훈 스스로가 그저 그런 가수임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다른 가수들보다 노래를 엄청 못하는 가수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을 것이며, 가수라는 타이틀도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장훈은 아주 영리했다. 그저 그런 가수이며, 이렇게 노래를 계속 부르다간 대중적으로 잊혀지니 사회적으로 이슈될 만한 일들을 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부천사 혹은 독도지킴이로 거듭났다. 노래 연습할 시간보다 어디에다 기부를 할까 혹은 독도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할까 더 고민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장훈은 노래 홍보를 하는 대신 기부와 독도를 이용해 가수 김장훈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용했다고 보면 된다. 즉, 김장훈은 가수의 생명을 20여년 연장하기 위해 기부와 독도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적절히 잘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착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김장훈의 이미지는 지금 노래 못 부르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고도 남아 아무도 김장훈을 싫어하지 않는다. 김장훈은 이런 면에서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에 대한 색다른 시선
먼저, 나는 아직까지 안철수는 물론 어느 대통령 후보도 지지하지 않음을 밝히는 바이다. (이전 내 블로그에 안철수 후보에 대한 포스팅이 있는데, 이것은 긍정적인 글이었으며, 오히려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포스팅이 내 블로그에 있다. 안철수에 대한 글, 박근혜에 대한 글)
안철수는 대단하다. 의사, 벤처기업사장, 교수 그리고 지금은 대통령 후보다. 이런 경력을 지닌 사람은 물론 대통령도 드물다. 어쩌면, 안철수는 우리 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내놔도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이며, 가장 인정받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기회를 잘 타고 났다. 이것은 기회주의자와는 다르다. 기회를 잘 잡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회가 와도 잘 잡지 못한다. 그런데, 안철수는 다르다. 이번 대통령으로 출마하기 전에 뜸들인 것도 어쩌면 그 나름대로의 기회를 잘 잡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안철수가 가장 잘 잡은 기회로 이렇게 대통령 출마까지의 언론 플레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나는 안철수가 가장 잘 잡은 기회는 930억원의 기부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이런 금액을 성큼 기부할 사람은 없다. 또한, 이런 거액의 돈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이슈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안철수의 거액의 기부는 이런 이슈화를 통해 그 어떠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으며, 그 기회는 바로 대권 도전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안철수가 이 기회를 잡은 모양새가 약간 재밌다. 역시 똑똑한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이다. 안철수는 기부금을 안랩 (안철수 연구소) 주식으로 했다. 이 주가는 2만원이던 주식이 16만원까지 치솟았고, 안철수는 이 주식 급등이 이뤄진 시점에서 주식을 팔아 그 시세차익으로 기부를 한 것이다. 결국, 안철수의 기부금은 투자자들의 돈으로 이뤄졌고, 마치 투자자들은 안철수에게 기부를 하라고 돈을 준 셈이 되었다. 꼭 안철수가 구세군 냄비 앞에서 종을 흔들고 있고 거기에 투자자들이 돈을 넣어준 꼴이 된 것이다.
안철수는 정말 영리하다. 어차피 기부를 할 것 자신의 돈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식을 사고 파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도 함께 했다. 그리고, 좋은 일에 쓰는 돈이기에 그 돈이 어디에서 오든 상관없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안철수는 이 목표를 이뤘다. 그것도 930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모금했고, 이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기회를 잘 잡는 안철수는 이제까지 서민으로서 살아간 적이 없는데, 그의 이미지는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은 부유했고, 서울대에, 의대에, 사장에, 공기업 의사회 의장에 그리고 대통령 후보에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서민과 거리가 아주 멀다. 그래서 그런지 안철수를 보면 꼭 우리 윗 집 할머니가 생각난다.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보는 이 60대의 할머니는 항상 허름한 옷을 입고 다 떨어질 것 같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서울 강남에만 빌딩이 3채 있고, 서울내 대학 근처에 원룸 빌딩도 2채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도 이 할머니가 이렇게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 할머니처럼, 어쩌면 안철수도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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