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영국&한국 사회

여전히 늑장 대처를 부리고 있는 식약청

반응형

작년 말과 올해 초 멜라민 파동으로 식품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그리고 우리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우리가 마음 놓고 신뢰하며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우리 나라에 존재하느냐는 의구심에 제 친구들은 빈말이라도 농사가 미래 자신이 꿈꾸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죠.

멜라민 파동에 늦장 대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식약청은 지금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여전히 뒷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월 25일 벌어진 식약청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에 신뢰상실, 위기에 늦장 대처, 수동적 움직임, 국제협력 미비, 국민들에 대한 식안전 교육 미비, 국민에게 어려운 용어 남발로 인한 혼란 가중 등 식약청은 여전히 혁신이 시급한 정부 기관 중 하나입니다.

 

멜라민 말고, 음식물에 우리 나라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화학약품 첨가 문제가 나오면, 또 다시 우리 나라는 식품 안전 문제 파동이 일어날 거라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아직 고치지도 않고 있네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제가 마시고 싶은 Lucozade 음료가 있었는데, 온 슈퍼마켓을 돌아다녀도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에 있을 당시 거의 매일 마시던 음료로 큰 회사에서 생산되었고, 우리 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기업이기에 으레 한국에서도 판매하는 줄 알았는데,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죠.

 

그래서, 그 기업의 한국 지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음료를 사려고 하는데, 어디 가야 살 수 있는지 물었죠. 근데, 한국에는 이것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것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자주 마셨던 Redbull 음료를 찾았습니다. 역시 온 슈퍼마켓에서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음료를 만든는 기업은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아 제가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이메일을 직접 보냈습니다. 3일전에 보냈는데, 오늘에서야 답장이 왔네요. 답변인즉, 아직 한국에 수입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한국에서 이 음료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즐겨 마시던 Lucozade Redbull음료를 구할 수 없게 된 나는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식약청에 전화를 했습니다. 왜 이 두 음료가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죠.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음료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음료수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천연 카페인이 아닌 인위적으로 첨가한 카페인이라 문제가 된다고 하네요.

 

카페인 자체가 몸에도 좋지 않은 성분이기에 나름대로 식약청이 멜라민 파동 이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유인즉, 이 두 음료는 이미 유럽, 미국 등 150여개 국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이 음료를 구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식약청의 수동적 정책 처리와 국제 협력 미비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외국의 식품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이미 이 카페인 유통을 허가한 지 오래지만, 한국의 식약청은 그 수동적 행동과 국제 협력의 미비가 불러온 직무유기로 지금 한 개인의 마실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중이죠. 따지고 보면, 식약청이 이렇게 방관하고 있는 일은 이것 말고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한 동안 이 두 음료는 마실 수는 없겠지만, 보다 능동적이고 국제 협력에 앞장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식약청이 하루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