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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카투사 실화 바탕 이야기

[I am a KATUSA] 나는 카투사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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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의 첫 외출

 

신병으로서 자대를 배치받은 후 첫 주말을 맞았다. 선임들 얼굴들 익히고, 그들이 사는 방까지 대충 파악하고, 그 외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익히며 3일을 보냈다.


그러고 맞는 첫 주말. 야호~ lol


이번 주말은 의외로 4-day 기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야호~~lol


이런 날이 있다면 주말 포함해서 평일 이틀을 추가로 쉬는 것이다. 헌병 등 근무상 외박을 제한받는 특정 부대가 아니라면, 이런 날 웬만하면 거의 모든 카투사들이 외박나가서 가족, 친구 혹은 애인들과 만나러 가거나 일부는 공부를 하러 가기도 한다.

 

우리 부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병이라 외박이 제한된 나와 함께 또 다른 선임, 김 상병이 남았다. 김 상병은 결국 나 때문에 4일이나 되는 외박을 나가지 못한 것이었다. 신병이 오는 순서대로 신병을 차지(Charge)하게 되는데 운이 없게 4-데이 기간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김 상병은 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내가 어떻게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고, 그냥 자유방임 상태로 나뒀다. 김 상병은 뭔가 방 안에서 공부만 하는 그런 사람 같았다. 방안에 절대 나오지 않고 밤 먹을 때만 나를 데리고 밥을 먹였다.


나도 좀 돌아다니고 싶다고!!!! ㅡㅡ;


참고로, 카투사들은 신병 기간(보통 2주) 동안 혼자서 부대 곳곳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못한다. 부대를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괜히 인명 사고가 날 경우 문제가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신병들은 선임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홀로 저 세상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금요일 9, 어김없이 김 상병과 나는 복도에서 만났고, 김 상병이 점호를 했다. 외박 나가는 사람을 제외한 김상병과 내가 부대에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상황병에 전화를 걸고 단 1분도 채 되지 않아 점호가 끝났다. 그 후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ㅡㅡ;


뭐 하란 말도 안하고 신병인데 이것저것 알려줄 것 있으면 알려주지 그냥 들어갔다ㅡㅡ;


흥~! 무심한 김상병 같으니라구!~


결국, 나는 방에 들어와 신 일병이 없는 방에서 책을 봤다. 짐도 정리했다. 베레도 깎았다. 베레 깎는데, 벌써 면도날 1통을 다썼다ㅡㅡ; 이제 베레의 각을 잡아야 된다. 일반 육군은 군복을 다려 각을 세우지만, 카투사들은 베레의 각이 생명이다 라고 정 일병이 말했다ㅡㅡ;


아무튼, 부대원들이 모두 빠져나가니 배럭이 갑자기 썰렁해지는 것 같았다. 배럭에는 정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물론, 나는 기뻤다ㅡㅡ; 선임들이 없다면 여기는 그야말로 천국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썰렁함도 잠시, 금요일 밤 늦은 시각. 한 11시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밖이 어수선했다. 복도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소리도 들리고, 말 소리도 들렸다. 누구를 부르려고 소리치기도 했고 뛰어 다니기도 했다.


뭐지?ㅡㅡ;

 

나는 문에 난 조그만 구멍으로 복도를 내다봤다. 범인은 바로 배럭의 또 다른 주인, 우리 카투사들과 같이 살고 있는 미군들이 내는 소리들이었다. 이들은 이 방 저 방 옮겨다니며 술을 먹으며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고, 내가 구멍을 통해 내다보는 지금은 복도에 앉아 맥주 캔을 들이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겁도 없이 나는 시끄러워 잠이 오지 않아 좀 조용히 해달라는 요량으로 문을 열고 얼굴을 빼곰히 내밀었다. 신병...사실 겁이 없을 시기다ㅡㅡ;


문을 연 순간 술 마시던 미군 3명 중 한 명이 나를 발견했고, 그 미군을 따라 다른 두 명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난 그들을 처음 봤다. 신병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카투사끼리는 신고식을 치뤘지만, 아직 우리 부대 미군끼리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상태였다.

 

하우 아 유? (안녕?)”

 

난 얼떨결에 인사부터 했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 바로 튀어 나와야 되는데 '하우 아 유' 에서 멈췄다ㅡㅡ;

 

왓썹 (안녕)?”

 

다행히 그들도 내 인사를 받아줬다. 휴~~ㅡㅡ;


하지만, 분위기상 내가 말을 해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기분좋게 취해서 얼굴도 빨간 상태였다. 결국 이들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방으로 들어올까 생각할 찰나에 그들이 어슬렁어슬렁 복도에서 일어서더니 내 방 앞으로 다가왔다ㅡㅡ;


얘네 뭐야?


한판 붙자는 거냐?


그렇다 해도 1대 3은 좀 그런데?! ㅡㅡ;


짧은 시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이들은 내 코 앞에까지 와 있다. 내가 이들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얘네들도 나를 신기하게 여긴 것이다ㅡㅡ;


이렇게 부대에서 처음 본 흑인 1(테디)과 백인 2(스타일, 제임스)의 건장한 미군들이 술에 취해 내 방 앞으로 다가오는데...


★주의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입니다. 카투사 생활을 한 필자가 겪고 들은 일을 재구성해서 꾸몄음을 미리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에핑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