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 방 문 앞에 와서 나를 '뉴-카투사' 그리고 '베이비 카투사' 라는 말로 내 이름을 대신해 불렀다.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비공식 신고식이 되어 버렸고, 나이, 이름, 학교, 취미 등을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역시 미군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맘에 들었다. 영국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카투사들보다는 미군과 더 맞는 느낌이었다.
지원할 수만 있다면 미군으로 갈까? 라는 불가능한 생각도 했다ㅡㅡ;
대화가 끝날 무렵, 이제 들어와 잠을 자려고 했는데 한 미군이 나에게 맥주 한 캔을 건넸다. 나는 잠시 이걸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맥주 캔이 내 손의 열기에 따뜻해질 때까지 고민했다. 혹시 김상병이 등장할까봐 나는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날 보더니 테디가 나에게 ‘컴온 맨~ 요~’하며, 얼릉 마시라고 재촉했다.
나도 마시고 싶다고!!!!ㅡㅡ;
나는 마지못해 캔을 따고 어느새 복도 바닥에 앉아 미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ㅡㅡ;
거의 2달만에 알코올을 마신 것이었다. 논산
훈련소와 KTA를 거치는 동안 술은 물론 담배도 피지 않고, 영국
생활의 오랜 습관이었던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그 중 역시 오랜만에 마신 이 맥주는 내 속의 갈증을 확
풀어주었다. 사막은 안가봤지만, 이게 말로만 듣던 오아시스인가 착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ㅡㅡ;
논산과 의정부에서의 뜨거운 여름날 훈련 받았던 갈증 그리고 지난 3일간 부대 선임들이 준 스트레스가 미군들이 준 맥주로 풀렸다 lol
1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이미 맥주로 기분이 업된 상태가 되었다. 부대 내 선임들도 없고, 있다는 선임은 방에 틀어 박혀 지낼 듯한 성격임을 이미 파악했기에 나는 오랜만에 자유를 느꼈다. 다시 한번 lol
심지어, 매주 주말 외박을 나가지 말고 배럭에 남아 미군들과 지낼까 까지도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테디가 방에 잠깐 들어갔고, 스타일과 제임스도 번갈아 방에 들어가 결국 나혼자 남게 되었다.
나는 얘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거의
동시에 시간에 맞추어 왜 각자의 방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나도 그냥 뻘줌하게 방으로 들어갈까 고민했다ㅡㅡ;
이미 맥주 세 캔을 마셔 무거워진 몸을 천천히 이끌고 내 방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제임스가 뒤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우리 클럽 갈 건데 같이 갈래?
ㅡㅡ;
나는 신병이라 외박은 물론 부대밖 외출도 할 수 없었고, 제임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임스는 막무가내였다. 웃으면서 그까짓거 뭐 대단하다고 말하며 같이 나가서 놀자고 계속 나를 설득했다. 계속 안된다고 하니까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너가 나 대신 영창 갔다올래?ㅡㅡ;
제임스가 설득하는 동안 테디도 나왔고, 이후 스타일도 나왔다. 이제 보니, 이들은 이미 클럽에 갈 약속을 했던 것이었고, 거의 시간에 맞춰 옷 갈아 입고 방에 들어가 클럽에 갈 준비를 한 것이었다.
다 계산된 행동이었던 것이다ㅡㅡ;
나는 결국 이 세 명의 설득을 듣게 되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미군 셋이 클럽에 가는 것보다 카투사가 한 명 껴야 더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새로운
신병을 자기네 식으로 신고식을 치뤄 주겠다는 마음도 갖고 있는 것도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들 논리대로 따지면 미군부대에 있는 이상 이들도 내 선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약간 갈등되는데...ㅡㅡ;
술도 마셔 기분도 좋은데 말야...ㅡㅡ;
아무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결정했다. 결국 가기로 한 것이다. 술의 힘이였고, 나중은 어떻게 되든 나는 미군 셋이랑 부대 밖으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두 달만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입대한 후 밖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ㅡㅡ;
테디, 스타일, 제임스는
내가 옷을 갖춰 입을 동안 문 앞에서 기다렸다. 사실, 나는
옷이 없었다. 보통 카투사 신병들은 옷을 선임들로부터 2주동안 빌려 입는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들이 물려준 트레이닝 복에
후드티를 그대로 입고 그들과 함께 나갔다.
금요일 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미군과 클럽으로 가는 나. 이들은 클럽가기 전에 시내의 한 술집으로 향하는데…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소설입니다. 카투사 생활을 한 필자가 겪고 들은 일을 재구성해서 꾸몄음을 미리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에핑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