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위험한 외출이 될 수 있는 금요일 밤의 신병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혼자
외출했다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지만, 미군 3명과 함께 하니
그런 걱정은 거의 없었다. lol
맥주의 힘일까 나는 이미 다시 영국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또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미군부대 안은 우리 나라 일반 도시들과 달리 아주 이국적이다. 우선 표지판들이나 간판들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ㅡㅡ;
둥근 쇠파이프로 된 부대 철문을 지나고 우리들은 택시를 잡아탔다. 시내까지는 차로 5분 정도의 거리. 지금 같은 밤이면 도로에 차가 없기에 더욱 빨리 갔다. 나는 뒷자리 가운데 앉았다ㅡㅡ;
무슨 미국 영화 보면 나오는 미국 CIA에 잡혀 차 뒤 가운데에 탄 유색 인종처럼 느껴졌다ㅡㅡ;
택시에서 내리니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대부분 젊은이들. 우리들처럼 술을 이미 마신 사람도 있었고,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친구 혹은 그냥 친구랑도 있었고, 중요한건 이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입대후 처음으로 외출을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행복했고, 이런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모두들 행복해 보였던 것이었다ㅡㅡ;
이렇게 미군 3명과 나는 젊음의 밤거리 한가운데로 걸어 다녔다. 미군 친구들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들 틈새에 있는 나만 두리번두리번 의식하고 있었다ㅡㅡ;
10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스타일이 손가락으로 한 술집을 가르키더니, 다 거기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여기는 클럽이 아니라 술집이었다. 나는 곧장 그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클럽으로 향할 줄 알았는데, 오는 동안 맥주의 힘이 빠졌는지 또 술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럴려면 소주로 시작하지 그랬어!!!!ㅡㅡ;
아무튼, 2층까지 계단을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당연히 금요일에 사람이 없다면 그 술집은 망해야 한다.
스타일이 먼저 맥주를 한잔씩 쐈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우리들은 술집에 와 있는 다른 손님들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영어로 떠들어 대면서 무조건 원샷으로 끝내려고 했다.
맥주의 힘을 다시 받으려는 미군들...ㅡㅡ;
하지만, 유독 제임스가 맥주에 약한 모습이었다. 아마 배럭에서 이미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아니면, 술이 원래 약하거나ㅡㅡ;
우리들은 제임스를 생각해 원샷하지 말고 맥주 잔에 그려진 눈금을 정해 한번 마실
때마다 거기까지 마시기로 규칙을 바꿨다. 순전히 제임스를 위해서...ㅡㅡ;
얘기를 하다가도 ‘한번 마셔~’ 하면
그 눈금까지 마시고 가장 늦게 마시거나 거기까지 마시지 못한 사람은 벌칙을 받았다. 결국 술에 약한 제임스가 벌칙을 계속 당했다. 나는 오랜만의 술이라 캬~ 하면서 마셔댔다ㅡㅡ;
벌칙은 미리 정해진 게 없었고, 거의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테디가 제임스에게 벌칙으로 팔굽혀 펴기 50개를 하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한 것 같았는데, 제임스는 웃으면서 오늘 컨디션 안좋다고 하면서도 술집 바닥에 손을 대고 팔굽혀 펴기를 막 했다ㅡㅡ;
얘네 완전히 술집이 자기네 안방이네?ㅡㅡ;
하지만, 재미있었다. 제임스를 제외한 우리 셋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우리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쳐다보고 있고, 일부는 우리를 따라 웃었다ㅡㅡ;
솔직히 멀리 테이블에서는 우리가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그냥
미국인 2명이랑 이상한 머리 짧은 동양인 한명이 신나게 실없이 웃을 뿐이었다. 제임스는 바닥에 엎드려 있기 때문에 웃음 제공자인 제임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40개쯤 했을까. 몸이 한번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지 않아 결국 테디가 제임스를 일으켜 세웠다.
제임스는 얼굴이 빨개진 상태였고, 백인이라 그런지 어두운 조명에도 불구하고 빨간 그의 얼굴은
티가 확연히 났다. 손을 털면서도 이제부터 지지 않겠다고 씩씩거렸다. 하지만, 맥주를 마시는 내내 모든 벌칙은 제임스 차지였다ㅡㅡ;
그렇게 술과 이런 저런 게임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우리들은 자리를 옮겼다. 그야말로 궁극적 목적지였던 클럽으로 향한 것이다. 맥주의 알코올이 우리들의 간을 흠뻑 적신 채, 미군들이 계산을 하고 술집 문을 나왔다. 나는 현금 한 푼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술집 문을 잡아주는 것 뿐이었다ㅡㅡ;
이렇게 우리는 술집 계단을 내려와 술에 취해 넷이서 어깨동무하고ㅡㅡ;
또, 길거리 한가운데를 걸어갔다ㅡㅡ;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들은 거대한 사건이 터지게 되는 클럽에 가게 되는데...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반자서전적 소설입니다. 카투사 생활을 한 필자가 겪고 들은 일을 재구성해서 꾸몄음을 미리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에핑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