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면서 집에 들어오는데, 황당함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문 앞에 붙어 있던 광고 전단지 때문이었다. 내가 황당했던 것은 광고 전단지의 내용 때문이 아니다. 광고 전단지의 내용은 단순히 스포츠 의류 매장 광고였기 때문이다. 내가 황당했던 이유는 바로 광고 전단지의 위치 때문이었다. 광고 전단지는 아파트 내부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외부카메라를 완전히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문 밖의 평소 모습(왼쪽 사진), 외부 카메라를 완전히 가린 광고 전단지 모습 (오른쪽 사진)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돌려야만 하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것은 조금 도를 지나쳤다. 만약 집 안의 사람이 외부카메라를 켜봤는데, 낮임에도 불구하고 밖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에 따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심신이 미약하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경비실에 전화를 걸거나 파출소에 신고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경우, 그만큼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 인력 그리고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다.
아파트 외부카메라를 볼 때 집 안의 캠 화면 모습(왼쪽 사진), 광고 전단지로 외부카메라가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캠 화면 모습(오른쪽 사진)
어쩌면, 이들은 괘씸하게도 이런 불안감을 이용한 광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카메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뭐가 있나 하고 대문 밖으로 나와 그 광고 전단지를 떼면서 읽어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냥 벽에 붙어 있다면, 청소 하시는 분들이 떼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 카메라에 붙어 있으면, 그것을 발견한 즉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떼어야 한다. 괘씸하게도 이들 광고 전단지 배포자들은 아파트 사는 사람들에게 괜한 헛고생을 시키며 광고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괘씸하다 못해 어리석은 것은 이들은 이렇게 외부 카메라에 전단지를 붙이면 광고효과가 뛰어나리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직접 그것을 떼어야 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외부 카메라를 가리고, 거기다 집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나와 그 전단지를 수거해 가야 하는 것 자체가 짜증이다. 그런 광고라면 그 효과는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우려할 만한 것은 아파트 입구를 어떻게 들어왔느냐 하는 것이다. 아파트 입구는 아파트 주민만 들어오게 되어 있다. 아파트 세대마다 주어진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아니면 아파트 전용 카드를 대고 들어오는 것이다. 손님이라면 인터폰을 통해 집 주인이 문을 열어주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단지를 아파트 안에 배포하기 위해 밖에서 손님인척 기다린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이 아파트 밖으로 나갈 때 몰래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무단 침입인 것이다. 당연히, 무단 침입은 좀도둑에나 어울린다. 전단지를 배포하려면 경비실을 거쳐 정당하게 배포를 해야지 무단으로 몰래 아파트에 들어와 광고 전단지로 문 밖 외부 카메라를 가리는 행위는 아파트 주민이 보기에 좀도둑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제발 좀 이러지 말자. 아무리 아파트 광고를 하고 싶다 해도 외부카메라를 가리는 이런 황당하고 어이없는 방법으로 광고를 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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