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견

피자가게 여대생 알바가 갑자기 얼굴 빨개진 이유

반응형

어제는 휴일을 맞아 여자 친구와 피자가게에 갔다. 점심 때인데, 좀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리에 앉아 피자 메뉴를 보고 있는데, 함박 웃음이 터졌다. 탁자에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2PM 메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결국 닉쿤 메뉴를 시켰다. 4종류의 토핑이 올려져 있어서 나름대로 먹을 만 했다. 물론, 내가 오늘 포스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피자 맛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맛집 블로거가 아니고, 무엇보다도 식당에서 사진을 찍고 먹은 음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싫어한다. 대신, 오늘 이야기할 것은 피자가게 아르바이트 여대생 (이후 여대생 알바)의 얼굴을 빨갛게 만든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과연 피자 가게 여대생 알바는 왜 얼굴이 빨개졌을까.


 

휴일 점심시간에 갑자기 바빠진 피자가게

 

우리는 자리에 앉아 닉쿤 메뉴를 시키고, 콜라도 두 잔 주문했다. 그리고, 여대생 알바에게 특별히 콜라에 얼음을 넣어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는 얼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예전에 아무리 덥더라도 커피를 마실 때 아이스 커피는 마시지 않았다. 당연히, 오래 전부터 햄버거 가게,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각종 레스토랑에 갈 때도 음료수에 얼음을 넣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얼음이 내용물의 농도를 떨어뜨려 음료의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보다 얼음의 위생상태가 걱정스러워 얼음을 넣지 않게 되었다. 물론, 위생 상태를 생각하면 외식을 하는 것도 조금 조심스럽겠지만, 얼음을 원래 넣지 않았던 데다가 종종 얼음 위생 문제도 불거져 나오니 더욱 습관이 되어 얼음을 뺀 음료수를 지금껏 마시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식당에서 음료를 시킬 때 얼음의 유무는 꼭 물어보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역시 콜라에 얼음을 빼달라고 했다.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여대생 알바는 친절하게 알겠다고 하고, 콜라는 두 번까지 리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여대생 알바는 우리들에게 닉쿤 피자에 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물었다. 나는 치즈를 넣어달라고 했고 여대생 알바는 다시 한번 메뉴를 확인한 후 돌아갔다.

 

오랜만에 피자를 먹는 것이어서 피자 나오는 동안 약간 들떴는데,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피자가게 안으로 몰려왔다. 어디 단체에서 온 듯 한데, 어수선하게 피자 가게의 탁자를 붙이네 마네 여대생 알바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동안 그러다 20명 가까이 되는 손님들이 다 자리에 앉아 조용해질 무렵 우리 콜라가 나왔다. 피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물론, 피자는 늦게 나올수록 좋았다. 그만큼 피자를 기다리는 흥분감은 더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자를 먹고 콜라를 리필하는데, 여대생의 얼굴이 빨개지다?

 

피자를 반 정도 먹었을 때, 나는 콜라를 다 마셔서 리필을 해달라고 하기 위해 벨을 울렸다. 마침 여자 친구도 콜라를 다 마시더니 같이 리필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콜라가 올 동안 피자 먹는 것을 멈추고 미리 샐러드바에서 가져온 샐러드를 먹었다. 얼마 뒤에 콜라가 왔다.

 

그런데, 리필된 콜라 안에는 얼음이 가득찬 것이 아닌가!

 

콜라를 놓고 다른 일을 보려고 바삐 가려는 여대생 알바에게 여자 친구가 한마디했다.

 

, 저희 콜라에 얼음 빼달라고 했는데, 얼음을 넣으셨네요.”

 

이 말에 아르바이트 여대생은 잠시 가려는 길을 멈추었는데, 갑자기 얼굴이 정말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얼굴이 그렇게까지 빨개질 지 몰랐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여대생 알바는 무의식적으로 탁자에 올려진 콜라를 다시 가져가려고 손을 뻗었다. 그 와중에 이 콜라를 몽땅 버리고 다시 가져올 것인지 (콜라 농도가 다르다는 것으로 컴플레인할까 걱정이 되어서) 아니면 콜라 속 얼음을 빼고 다시 콜라를 더 채워서 가져올 것인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곤란해 하는 표정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콜라 속 얼음을 빼달라고 분명히 30분 전에 말했는데, 그것을 잊어버려 이런 실수를 했나 스스로 자책하는 것도 같았다.

 

나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괜찮다고 한마디 했다.

 

괜찮아요. 이번에는 그냥 마실게요

 

물론, 여자친구는 이런 말을 한 나를 매의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왠지 뜨끔했다. 이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었는데, 미소를 지은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알바 여대생도 내 미소에 안심하듯이 나를 보고 "아, 네"라고 하며,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는데, 이것 역시 화근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한마디로 나는 착하고 이해심 많은 남자가 되었고, 졸지에 여자 친구만 나쁜 사람으로 만든 점이었다. 여자친구는 이 문제로 두 번째 콜라가 나온 이후 삐쳐서 한동안 말수가 적어졌는데,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눈 뒤 다행히 화가 풀렸다. 나는 여자친구 앞에서는 다른 여자한테 함부로 미소지으면 오해한다는 사실도 이 때 확실히 깨달았다.


 

여자친구에게 오해를 풀기 위해 했던 말

 

나는 피자를 먹으며 이 사소한 오해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그 중 몇 가지를 추려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습관상 콜라에 얼음을 넣지 않는 것처럼 여대생 알바도 습관상 콜라에 얼음을 넣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 대부분의 손님들이 콜라에 얼음을 넣고 마시니 이 여대생 알바도 콜라를 리필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콜라에 얼음을 넣었던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 피자 가게 알바 직원으로서의 실수지만, 이것이 돈 계산 잘못하고 손님의 메뉴를 잘못 받아 전혀 다른 메뉴를 서빙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자 가게는 아주 바빴다. 홀에 나와 있는 알바는 총 3명뿐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은 그나마 매니저급인 것 같았다. (나머지 두 명은 빨간색 티셔츠였지만, 혼자만 흰 티셔츠를 입었다. 우리를 서빙했던 알바는 당연히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다.) 손님이 얼핏 봐도 바빠 보였는데, 두 명의 알바로는 일손이 한참 모자라 보였던 것이다. 만약 이렇게까지 바쁘지 않았더라면 콜라에 얼음을 넣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콜라에 얼음을 넣은 실수는 그 알바생 잘못이 아니라 이렇게 바쁜 휴일에 홀 직원 세 명만 둔 사장의 잘못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말에도 일하는 여대생 알바를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대학을 졸업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이렇게 남들 다 쉬는 날에 알바를 해야만 하는 여대생이 참 고생한다고 느낀 것이다. 어쩌면, 이 여대생 알바는 대학 등록금이 천장 높은 줄도 모르고 오르기만 한 것에 부담을 느껴 부모님께 손을 빌리지 않으려는 기특한 마음씨를 지닌 여대생일 수도 있다. 용돈이라도 스스로 벌기 위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 여대생 알바가 바쁜 휴일 점심에 피자 가게에서 알바를 하게 되어 콜라에 얼음을 넣는 실수를 하고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진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 기득권층에 의한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 피자가게 여대생 알바의 사소한 실수를 관대하게 웃음으로 용서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여자친구의 오해를 살 수는 있겠지만, 알바생들의 실수라도 미소를 띄우며 용서하는 것은 휴일에도 고생하는 알바생들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래 손가락 View On 눌러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