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친한 친구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여태껏 결혼을 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지금쯤 결혼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연인 사이인데, 친구들이 생각하기에 의아해할 정도로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며칠 전에 알았다. 친구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서 결혼을 많이 반대하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반대의 이유도 물어보니,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지만, 그 이면에는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즉, 여자친구와 친구의 궁합이 맞지 않아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궁합,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결혼할 때, 궁합은 왜 볼까?
궁합은 미신에 가깝다. 아니, 미신이다. 사람은 태어난 달과 시간이 다 다른데, 궁합은 이것을 무슨 퍼즐 맞추기 게임처럼 사람들을 틀 안에 짜맞추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운세, 점, 궁합 등을 보는 점집에서는 궁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남도 인연인데, 이 인연이 정말 좋은 인연인지 확인하려면 궁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했듯이, 궁합은 미신일 뿐이며, 궁합을 믿는 순간 그 사람은 운명론을 믿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인간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운명론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를 이끄는지 한번 살펴보자. 가령, 어떤 학생이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1등을 놓치지 않아도 평생 걸인의 운명이라면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이와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맨날 친구들과 놀고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담배와 술을 입에 댔지만, 운명적으로 대통령과 같은 큰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절대 믿을 수 없을 결과가 운명론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며, 궁합을 보는 것도 이 운명론을 믿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운명론이자 궁합을 믿도록 하는 점집의 꼼수가 있다. 먼저, 점집은 궁합을 본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그리고, 점집은 이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밥벌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효험(?)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 자리를 떠야 하는 것이 그들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점을 보게 할까 고민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불리한 게임의 규칙을 거꾸로 뒤바꿨다. 즉, 사람들이 그들 자신들의 미래를 알고 싶은 심리를 철저히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합을 보러 온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준다. 당연히,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다. 만약 좋은 말을 해주지 않겠다고 (점쟁이 스스로) 결정하면, 돈을 더 받고 해결책을 알려준다. 물론, 이 해결책이라고 해봤자 부적 같은 것 밖에 없다. 하지만, 점을 봤던 사람들은 이런 부적 종이 쪼가리에 돈을 더 내고, 그것을 애지중지 보관하고 점쟁이가 말한 곳에 붙이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결국, 궁합을 보는 것을 마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해서 돈을 주고 받아야 하는 서비스처럼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따라서, 요즘 사람들은 점쟁이들이 교묘하게 바꾼 게임의 규칙에 놀아나는 셈이다. 흔히 갑-을 관계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웃기게도 돈을 주고 점을 보는 사람이 ‘을’이 되고, 점쟁이들은 ‘갑’이 되는 희한한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혼할 때 궁합을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내가 결혼할 때 궁합을 보지 말라고 말하는 이 순간 이전에 거의 모든 커플들이 결혼 전 궁합을 봤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결혼 전 궁합을 보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합을 봐서 결혼을 했다면, 거의 모든 연인들이 궁합의 결과가 좋아서 결혼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궁합을 본다는 자체가 궁합을 믿어서 혹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봤던 것인데, 궁합 결과가 좋지 않다면, 결혼을 꺼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내 친구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말해 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우리 나라 커플들이 궁합을 봐서 결과가 좋게 나와 결혼을 했는데, 왜 이혼율이 47.4%이나 될까 하는 점이다. 궁합이 좋게 나와 결혼을 했다면, 결혼한 커플 중 반 정도가 이혼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결혼한 커플들 중에 궁합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커플이 반 정도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위의 가정에 따르면 이것은 터무니 없는 얘기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궁합이 좋지 않으면, 아예 결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궁합의 좋고 나쁨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이혼율이 단적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결혼 전에 궁합을 보라는 것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점집은 당연히 강요할 것이다. 천륜이 어떻고, 인륜이 어떻고, 이것저것 어려운 말을 늘어 놓으면서 궁합은 결혼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현혹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유일한 밥벌이기에 어쩔 수 없다. 밥벌이를 위해 점쟁이는 사람들을 말로서 현혹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점쟁이 입장에서 볼 때, 점쟁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귀가 얇고, 그럴 듯한 말에 현혹이 잘되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은 나중에 점쟁이에게 복채 값(?) 명목으로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증도 되지 않은 점쟁이 말에 궁합은 아까운 돈을 낭비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런 점집의 말에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한번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결혼할 때 중요한 것은 궁합이 아니다. ‘그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 이혼율을 보면 궁합이 좋다고 해서 꼭 결혼 생활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면 궁합이 어떻든 결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힘들 때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기쁠 때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사이는 없을 것이며, 만약 이런 관계라면, 궁합을 보는 것 자체가 돈 낭비라는 것이다.
또한, 서양 어느 나라에서도 결혼할 때 궁합 같은 것을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곳에 살고 있는 결혼한 커플이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닌 것이다. 어떻게 보면, 궁합 같은 것은 이들이 생각하는 결혼의 조건에 애초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즉, 결혼할 때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의 행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결혼하는 것이다. 물론, 궁합도 보지 않는 미국의 이혼율은 51%, 스웨덴은 48%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이 두 나라만이 유일하게 우리나라(47.4%)보다 이혼율이 높은 나라인데, 궁합을 보나 보지 않나 그 결혼의 실패 확률은 우리 나라와 비슷한 셈이다. 즉, 궁합은 결혼을 앞두고 하는 별 쓸데없는 우리 나라만의 미신 문화라는 것이며, 돈 낭비라는 것이다.
차라리 궁합 볼 돈으로 부모님, 선배, 친구, 은사 혹은 결혼 상대자 선물을 사주자. 검증도 되지 않은 미래를 보겠다고 점쟁이 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는 것보다 지인들 선물 사주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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