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렇듯이, 커피 전문점의 경우 보통 월매출 1억원 정도에 순이익이 40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입지적 이점, 계절별 요인과 기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전략, 사장의 비즈니스 마인드 등에 따라 매장별로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가나 번화가에 커피전문점들이 속속들이 새로 생기고 있고, 생소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자체가 생겨나는걸 보면, 여전히 그만큼 커피전문점이 시장성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시장은 우리 나라에서 현재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매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창업 광고도 이런 인기를 반영해, ‘차리기만 하면 돈이 된다’라는 말로 예비창업자를 유혹하고 있다.
커피 한 잔으로 보는 커피 전문점 매출과 비용 분석
나는 여기서 커피 한잔의 원가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커피 한 잔 가격에 원가가 10%도 안된다는 사실은 요즘 누구나 아는 얘기다. 가령, 4500원짜리 커피 한잔 파는데 실제 원가는 450원 정도라는 이슈는 나의 흥미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커피 전문점의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어제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후 알바라고 칭함)이 1시간 열심히 일을 해서 커피 한잔 값을 간신히 벌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커피 한 잔 값과 커피 알바 시급이 4500원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더 자세히 이 알바의 시급과 커피의 판매량을 관계를 살펴보자.
한 커피전문점에 알바 5명이 일한다고 하자. 그리고, 여기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시간당 50잔의 커피가 팔리는 매장이다. 따라서, 알바 한 명당 커피 판매량은 시간당 10잔이라고 말할 수 있고, 알바생은 이 중 커피 1잔 값을 시급으로 받아간다. 그럼 나머지 커피 9잔의 몫은 누가 가져갈까?
커피 9잔은 당연히 커피전문점 사장 몫이다! 물론, 사장은 여기서 여러 가지 비용을 제한다. 마케팅 비용, 전기세, 수도세, 각종 보험료, 원두, 우유, 얼음 등의 재료비용, 은행에서 차입을 했다면 이자 비용까지 모두 시간당 커피 9잔에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비용을 제한 후 남는 커피 4잔의 값이 드디어 사장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1억원 매출에 4000만원 순이익이라면, 커피 10잔 중 4잔은 사장의 몫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커피전문점 알바는 다단계사업의 맨 밑과 마찬가지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알바는 시간당 커피 1잔 값을 받으며 일을 하고, 같은
시간 동안 사장은 4잔의 커피 값을 번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알바 입장에서는 어쩌면 1시간 동안 커피 1잔 값을 버는 동안 사장은 4잔 값을 가져간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조금 많아져 어느 날부터 시간당 커피가 50잔이 아니라 100잔이 팔린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도 당연히 알바 한 명이 버는 것은 여전히 커피 1잔 값이다. 하지만, 시간당 커피전문점 사장이 버는 커피는 8잔 값이 된다. 위의 '사장' 그래프의 기울기가 2배로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렇게 커피전문점 사장은 커피 판매량에 따라 점점 그 수입이 늘어난다. 하지만, 알바들은 그저 시급이라는 일정량의 수입만 올릴 뿐이다. 마치 다단계 맨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봤자 그 수입의 대부분은 맨 위 꼭대기에 있는 자본가만 가져가는 그런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자본주의 다단계 시스템’에 의한 합법적인 알바생의 착취 현상이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커피전문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고, 어떻게 보면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커피전문점 사장에게 노동 착취를 당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시간당 150잔이 나가는 아주 바쁜 커피전문점에서 일한다고 해보자. 위와 같은 논리라면, 이 중 알바가 버는 돈은 시간당 여전히 커피 1잔 값이고, 나머지 커피 12잔은 사장 몫이다. 이렇게 하루, 한달, 6개월 그리고 1년을 일을 하면서 커피를 팔면 팔수록 사장과 알바생과의 괴리율은 더욱 커진다!
커피전문점 인기로 보는 불편한 진실
아무리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 해도, 커피전문점의 인기는 나에게 그다지 큰 즐거움을 안겨주지 못한다. 더욱이 알바들이 전세계적으로 행해지는 이 합법적인 ‘자본주의 다단계 시스템’에 의해 착취당한다는 생각을 하면 괜히 내가 안타깝다. 심지어, 매장 안에서 알바에게 반말하는 아저씨들을 보면 내가 다 창피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커피전문점과 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자본가의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말도 거기서 온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을 보면, 알바생들은 마치 자발적으로 자본가의 배를 불려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커피전문점들은 가족처럼 같이 일할 수 있는 알바를 고용한다면서 광고하지만, 실상은 커피 1잔 값을 주고 사장 자신은 시간당 커피 4잔 혹은 그보다 많은 시간당 수익을 올리기 위한 속셈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커피전문점과 그 외 자본가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탐욕과 부패에 빠지고, 비자금을 조성하며, 재벌 2세의 아들들은 태어나자마자 몇 백억원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태어나는 그런 시대다. 이런데도, 알바생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다단계 시스템’의 맨 밑바닥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서 시간당 커피 한잔 값을 벌기 위한 발버둥치는 셈이다.
나는 깨어 있는 대학생들이라면, 순간 커피 1잔 값이 아니라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간당 여러 잔의 값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지금은 대학생의 본분인 공부에 더욱
집중해서 실력과 능력을 쌓아야 한다. 지금 커피 한잔 값을 벌기 위해 자본가의 살을 찌우게 하지 말고, 그들이 더욱 살찌기 전에 ‘자본가–노동자’의 이 끈질긴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있어
이 방법을 찾고, 그 절호의 기회를 얻기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대학 때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어쩌면 영원히 커피 1잔을 위해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