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희망 연봉도 무슨 자신의 몸값을 경매하듯이 낮게 써 내면 합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도 궁금하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이 낮게 쓰면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입사 후 하는 일은 많고 돈은 적게 받으니 점점 일을 하기 싫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연봉 협상, 어떻게 해야 될까.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는 회사에...
당연히, 연봉 협상에 있어서 키는 회사가 쥐고 있다. 우선, 취업희망자는 자신의 모든 정보를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낱낱이 드러낸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자격증이 있으며, 어떤 능력 혹은 성격인지 다 보여준다.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명을 자기 입맛에 골라 뽑아 다음 단계인 면접으로 그 사람들을 인도한다.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쓴 정보가 맞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당연하다.
하지만, 취업희망자가 가지고 있는 회사의 정보는 거의 없다. 채용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도 지난해 정보라서 더 이상 사실이 아닐 수 있고, 믿을 수 있을지 의심될 만큼 부정확하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정보가 많아 그대로 믿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만약 정말로 정확하다고 해도, 그 정보는 연봉협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 대한 평균 연봉 3500만원이 채용사이트에 정확히 나와 있다고 하자. 하지만, 이 회사를 지원하는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이 회사에 지원한 사람들이 모두 희망연봉을 3500만원이라고 쓰라는 법은 없다. 말그대로 ‘희망’ 연봉이기 때문에 자기 상황, 능력 등에 맞게 희망 연봉을 생각해 쓸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비대칭성을 이용해 자기 입맛에 맞는 지원자를 면접 장소로 불러 들이는 것이다.
◆이력서의 희망 연봉 속에 숨어 있는 게임 이론
연봉 협상에 게임 이론이 숨겨져 있다. 희망 연봉을 쓰는 지원자들은
자신이 쓴 희망연봉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떤 희망연봉을 쓰는지에 따라 취업 성공이 결정되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취업 성공)이 되려면 자신이 쓰는 희망 연봉뿐만 아니라 다른 지원자가 쓰는 희망연봉의 금액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희망 연봉을 써내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위의 예시를 이어가서, 아래 게임 테이블을 만들었다. 두 명의 지원자(A,B)가 회사에 지원했고, 희망연봉은 각각 3000만원과 4000만원을 적어냈다. A는 어느 회사나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고, B는 그저 채용 참가에 의의를 둔 그런 사람이다. 여기서 희망 연봉도 자기소개서, 이력서 만큼이나 채용에 직접적 영향을 주며, 이 회사 평균 연봉은 35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
회사 |
희망연봉 |
|
지원자 A (완벽자) |
3000만원 |
4000만원 |
지원자 B (참가자) |
3000만원 |
4000만원 |
*3000만원의 희망연봉을 제시한 완벽자, 지원자 A
모든 회사가 원하는 '완벽자'가 3000만원을 희망연봉으로 적어냈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땡큐’다. 회사는 그 이유를 알고 싶기에 그를 면접에 불러서 꼭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4000만원의 희망연봉을 제시한 완벽자, 지원자 A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그래도 회사의 평균연봉보다 500만원 비싼 이 완벽자를 신입사원으로 쓰기에는 무리다. 그래서 면접에 불러 연봉협상의 기회를 제대로 갖고 싶어한다.
*3000만원의 희망연봉을 제시한 참가자, 지원자 B
자격은 조금 미달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연봉이 낮아 서류 통과 리스트에는 올라갈 수 있다. 특히, 만약 자신과 스펙이 비슷한 다른 지원자들이 희망연봉을 높게 써냈다면, 이 '참가자'는 비교우위에 있다.
*4000만원의 희망연봉을 제시한 참가자, 지원자 B
회사는 스펙이 별로인 이 '참가자'를 탈락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당돌한 지원자네’라는 인사담당자의 한마디와 함께 이 참가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워드 파일은 Delete 버튼이 눌러진다.
◆게임이론으로 보는 연봉 협상의 비밀
사실, 비밀이라고 해봐야 큰 비밀은 아니다. 위의 게임 이론을 보면 어떻게 희망연봉을 써야 되는지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당연한 말 같지만, 우선 위의 ‘완벽자’처럼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학교 공부, 자격증, 기타 활동 등을 잘하고, 또 자기소개서에 그것을 뚜렷이 나타내야 한다. 위에서 봤듯이, 이런 '완벽자'는 사실 희망 연봉에 상관없이 다음 단계인 면접으로 갈 확률이 높다.
둘째로, ‘완벽자’라면 희망연봉은 높게 쓰는 것이 유리하다. 이들은 희망 연봉에 관계없이 면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100%다. 그리고, 높은 희망 연봉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주는
이점을 상쇄시킬 수 있다. 즉, 서류가 통과됨으로써 회사가
자신을 원하고 있음을 깨달은 ‘완벽자’는 이후 있을 연봉
협상에서 튕길 수 위치에 오를 수 있거나 최소 협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 만약 3000만원이라고 낮게 쓰면 오히려 인사담당자들은 ‘완벽자’의 흠집을 찾으려 들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셋째로, 채용 참가에 의의를 둔 ‘참가자’라 할지라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모두 취업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다. 만약 희망 연봉을 적게 써내고 다른 지원자들이 상대적으로 희망연봉을 높게 쓰면, 회사는 당연히 희망연봉이 낮은 자를 원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그 다른 지원자들의 스펙이 ‘참가자’와 비슷하거나 낮을 경우에는 더욱 확률이 높다. 우연의 일치로 이런 상황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완벽자’는 어떤 희망연봉을 써 내도 무방하지만, ‘참가자’는 가장 낮은 희망 연봉을 써 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완벽자’인지 혹은 ‘참가자’인지 확실하게 모를 수 있고, 또 이들의 수준은 어떤 사람들이 그 채용에 지원했느냐에 따른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론처럼 되지 않을 때가 더욱 많다. 또한, 희망 연봉은 희망 연봉일 뿐 채용 당락에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 회사는 때에 따라 채용인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희망 연봉을 이력서에 어떻게 써야할 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그 회사의 평균 연봉 (위의 예에서는 3500만원)을 적어 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속 편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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