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연고전, 고연전이 펼쳐졌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우리 나라 연세대와 고려대 혹은 고려대와 연세대가 이틀간 서로 경쟁을 하는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도 연세대와 고려대 중 어느 대학을 먼저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느 대학을 먼저 언급하느냐에 따라서도 해당 대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연고전이든 고연전이든 그 이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이 두 대학교 출신도 아니고, 딱히 왜 이들이 스포츠 대회를 하면서 교류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도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영국의 옥스포드와 캠브리지가 템즈강 위에서 하는 보트 대회를 베껴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해당 대학교 학생들은 그저 자기 대학 응원하기에 바쁜 것만 같다.
연고전이라고 하면, 연세대 학생들이 기뻐하고, 고연전이라고 하면 고려대 학생들이 좋아한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한일전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일한전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자기 대학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고, 남의 대학은 우리가 무찔러야 할 존재 혹은 우리보다 하찮은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x바리’라고 무시하듯 말이다.
실제로, 연세대와 고려대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면, 연세대에서는 ‘고연전’이란 단어를 고려대에서는 ‘연고전’이란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해 두고 있다. 자기 대학 커뮤니티에서 절대 쓰지 말아야 할 단어로 욕이나 남을 비방하는 단어가 아닌 단순히 상대 대학 이름이 먼저 나온 단어를 설정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존심 문제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에 연고전이든 고연전이든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고전, 고연전에 서울 시민은 무슨 죄?
*일상적으로 연고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니, 이제부터 연고전이라고 하겠다. 고려대 학생들이 화를 내든 나와는 상관없다. 화풀이를 하고 싶으면 연고전이라고 더 자주 부르는 언론에 화를 내도록!
연세대 학생 수가 2만 6천여명, 고려대 학생 수가 2만 8천여명이라고 한다. 그제 연고전이 끝났는데, 서울은 그야말로 5만 명이 넘는 학생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다. 특히, 연세대가 있던 신촌 근처와 고려대가 있던 안암역 근처가 그랬다. 물론, 연고전에 전혀 관심 없는 해당 대학생들도 있을 테지만, 관심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잠실 운동장과 목동 아이스링크를 빌려서 하는데, 한번 그 경기장 안에 빼곡히 앉은 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학생들이 많은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는 우연치 않게 금요일 저녁에 사업차 안암역 근처에 갔다. 물론, 나는 연고전이 있는 날인지도 모르고 갔다. 그런데, 길거리에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나무를 사이에 두고 끈으로 연결해 두었고, 자극적인 혹은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응원의 말로 가득찼다. 처음에는 보기 좋았다. 내가 유학하던 영국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 옥스포드와 캠브리지간의 보트 경기라면 응원이 열정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나는 런던에 있는 대학교에서 유학했고, 학교 대항 스포츠 경기에 응원간 적은 유학 생활 전부를 통틀어서 전무하다)
그런데, 문제는 금요일에 밤이 되면서 일어났다. 나는 무슨 길거리에서 전쟁이 벌어진 줄 알았다.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 남학생들, 그 옆에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여학생들로 길거리는 가득 찼고, 당연히 길거리는 쓰레기장이 되었다. 실제로, 캔맥주, 길거리 군것질 쓰레기, 음료수캔, 과자 봉지, 응원도구 등이 널려져 있었고, 거기 응원하는 학생들도 흔히 말하는 고상한 인격을 지닌 인간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는 ‘쓰레기 인간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이런 인간들을 보면 피해야 하는게 상책이다. 아마 누구나 이런 인간들을 길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을 경험이 있을 것인데, 이렇게 극도로 흥분되어 마치 이 길거리가 자신의 것 인양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피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으로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볼 일을 끝내고 정말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고, 이런 쓰레기장 같은 동네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시끄럽고, 길거리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고, 골목 뒤편에는 점심에 뭐 먹었는지 확인하는 학생들도 있고, 뉘 집 자식인지 모르지만, 술 먹고 길거리에 누워 있으며, 또 저기는 뉘 집 딸인지 모르겠지만 술에 취해 짧은 치마 입고 다리 벌리고 손에는 하이힐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 등 정말 가관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까지 와서도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볼 수 있었다. 한가지 다른 점은 밖에 있던 사람들보다는 흥분이 다소 가라 앉아 있었단 점이다. 그들도 집에 갈 시간이 되니, 자연히 흥분이 가라앉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소리 지르는 대학생들이 있긴 있었다. 연고전이 그렇게 좋은지, 그가 응원한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의 대학교가 이겼는지 아니면 그저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공시설에서까지 떠드는 것을 보니 빨리 지하철을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겨우 거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중,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연고전의 ‘쓰레기 같은’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안암역 근처보다 더 번화가이자 사람들이 더 많은 신촌 근처에서는 얼마나 난리일까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신촌 근처에는 대학들도 많다. 이들 젊은이들이 모두 합세해 연고전의 축제를 즐긴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아찔해진 것이다.
나는 신촌 근처에 혹은 안암역 근처에 살아본 적이 없어 이제까지 연고전이 이렇게 시끄러운지 차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연치도 않게 금요일 저녁 고려대 근처에 가서, 또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그 날이 연고전이라서 처음으로 느꼈지만, 정말 서울 시민이라면 이런 행사를 반대해야 옳다. 그 근처에 사는 서울 시민은 매년 이렇게 이틀간 연고전 때문에 쓰레기 같은 생활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며,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고전, 고연전이라는 이름은 대다수 서울 시민에게 무의미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대회 때문에 서울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에 있다. 서울 시민 모두가 한탙 두 대학의 스포츠 경기인 연고전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서울 시민이다.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도 물론 있다. 연고전 때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모두 서울 시민의 세금이다. 연고전 때 발생하는 쓰레기 가령, 각종 군것질 쓰레기는 물론 토사물까지 치우는 양심적인 연고대 학생들이 없는 한 그 쓰레기는 모두 서울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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