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영국 일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8: 자전거 소풍에서 발생한 일

반응형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신나게 달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울퉁불퉁 공원길을 달리는 그 기분.

내리막길에서는 스릴까지 느꼈던...

자전거를 타고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친구와 소풍을 떠났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그리고, 영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던 날...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여덟번째 이야기...

 

 

<자전거 소풍에서 발생한 일>

 

 


봄도 여름도 아닌 그 어중간한 때쯤.


3월달에 눈이 한번 내리더니-_-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졌다.


"야, 우리 소풍이나 갈까?"


내가 일본 친구에게 제안을 했다.


(이름이 유키...여자다. 게이로 오해할까봐-_-)


"어, 정말?"


"그래, 자전거 타고 가보는거야"


"그런거 처음이고, 자전거도 없는데..."


처음이면 더 재밌는데, 얘는 아직 그걸 모르나 보다-_-


암튼, 바로 내일 떠나기로 약속을 하고,


난 집에 중고 자전거가 하나 있는데, 유키는 없으니...


우리 홈스테이집에서 하나 더 빌려왔다.

 

내가 생각한 장소는 바로 리치몬드 공원.

 

윔블던, 유키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이상한 상상 금지-_- 우린 친구라구요-_-)

 


드디어 디-데이.

 

일요일날 일기예보가 운이 좋게 맞았다.


(런던 일기예보를 믿는다면 바보라는 말이 있다-_-)


날씨가 쾌청했던 것.lol


유키는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소풍을 떠나 들떴는지,


도시락을 싼다-_-


도시락이면 당연히 김밥이 최곤데,


유키는 당연히 그걸 모르고,


간단히 샌드위치-_-

 

지금은 안 땡기지만, 좀 이따 배고프면 요긴하겠지-_-?

 

얘기는 많이 안 나눈 것 같지만,


유키의 얼굴을 힐끗 보니,


기분 좋은 눈치다.


샌드 위치 만들면서 알 수 없는 일본 노래도 중얼대고-_-


차가 있었지만, 우린 기차를 타기로 했다.


런던은 자전거 들고 기차를 타도 된다.


(지하철이나 DLR이란 건 제외)


백팩을 하나씩 매고,

헬멧도 하나씩 쓰고,


(안심하라, 쫄바지와 쫄티는 입지 않았다-_-)


난 꼴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왔다-_-


(런던은 햇빛이 아주 강해요~)

 

기차를 타고, 문 앞에 자전거 옆에 서서,


지도를 펼쳐 루트를 살펴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영락없는 여느 커플과 다름 없었다.


(아직 이런 사이 아닌데-_-)


옆 문을 보니, 우리와 같이 자전거 소풍을 가는 커플도


우리를 보고 동반자로 생각했는지 웃는다-_-


나도 쳐다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유키를 보니, 약간 두려운 얼굴이다-_-


아침과는 또 다른 유키의 모습-_-


(설마 감정 변동이 아주 심한 얘-_-?)


"야, 걱정하지마, 재미있을 거야"


"걱정안해, 그저 처음이라 그런걸 거야"


"야, 나만 따라와"


로시에게 리드만 당했던 내가 드디어 리드를 할 때가 올 줄이야 lol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_-


(역시 남자가 리드해야 제맛이지, 안그래요?^.^)

 

하지만, 유키의 이런 기분은 내가 별로였다.


왠지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만 같은 느낌...

 

덜커덩덜커덩, 키익..........

 


목적지인 노비튼이란 역에 도착을 하고,


지도를 펼쳐, 일직선인 길을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유키...불과 몇 분전의 두려움은 잊었는지, 열심히 잘 탄다-_-


내 앞으로 치고 나가고, 뒤를 한참 따르다 보니,


유키...나보다 자전거를 잘 타는 것 같다.


이런-_-


또 여자에게 리드 당하는 것인가-_-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 일본에 있을 때 자전거 많이 타봤다고-_-


난 초등학교 때 여의도에서 타 본 이후로 처음인데-_-


암튼, 결국 유키에 이끌려 목적지에 도착했다-_-^


체력도 딸렸는지, 숨이 가팠지만...


역시 공원의 경치는 좋았다. 그린의 향연이라고 할까나...

 

근데, 유키는 체력도 좋다-_-


연약한 몸에서 나오는 강철 체력인가 할 정도로-_-


(유키는 키가 160 조금 넘는다-_-)


햇살 좋은 곳에 앉아 얘기하고 먹고, 마시고...


여러가지 얘기들...


(체력 좋다는 얘기도 했다-_-)


유키도 이제 소풍을 진정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오후가 되자 햇살은 더욱 강해지고, 우리는 그늘로 피해갔다.


그리고 앉아 또 얘기들...(자기 엄마가 배용준 팬이란다-_-)


돌아 다니는 게 지쳐 누워서 또 얘기들...

(자기 여동생은 미스재팬감이란다, 물론 확인미상-_-)


서로 뭔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그렇게 많던 샌드위치, 과자, 과일, 와인, 맥주 등등...


모두 바닥이 났다.


그것들은 모두 나와 유키의 뱃 속에-_-


난 특히 술을 많이 마셔 오줌이 마렸다.


유키는 별로 안 마셨기에, 사실상 술은 내가 다 마신 꼴-_-


(설마, 유키가 일부로 나를 취하게 하려고-_-?)


암튼, 화장실을 찾으러 이곳저곳 헤매던 나는,


결국 화장실 찾는 걸 포기하고 그냥 풀 숲 뒤에 그냥 쌌다-_-


(한번 실수는 용서해 주겠죠?^.^;)

 

찾는데 오래 걸렸기에, 우리 장소에 돌아오는데도 오래 걸렸다-_-


술기운도 물론 한 몫했다-_-


겨우 찾아서 오니, 이건 뭔 시츄에이션-_-

 

왠 영국 10대 아이들 3명이 유키에게 찝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10대라고 해도 10대 후반이 아닌 10대 전반인 얘들-_-


우리 나라로 치면, 6학년 정도-_-


(이런 얘들이면, 20명까지는 문제없다구-0-!!!!!! 물론, 무기미소유 가정-_-)

 

암튼, 내가 도착할 당시 유키는 거의 우는 수준이었다-_-


물론,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찌르면 바로 눈물 나올 테세-_-


10대 3명은 우리의 자전거를 툭툭 차고, (저 발목을 그냥 확!!)


인종 차별 발언도 하고, (이런 못된 놈들-0-)


나뭇가지를 던지자...(이건 좀 귀엽네-_-^)


난 그들을 향해 짱돌을 던졌다-_-^^^^


(나 중학교 때 공던지기 100m 던진 사람이야-0-!!!!!!!)


이런 dsfghetydfgs같은 넘들아!!!!!!!!


이 넘들이 왠 술 냄새 팔팔 풍기는 한 동양 남자가 다가 오니,


도망가기 바쁘다.


도망가는 뒤통수에 대고 분이 안 풀려,


야 이 18롬듈하~-_-


한 놈은 도망가다가 못 내 아쉬운지 나뭇가지를 또 던졌고,-_-


나도 반사적으로 돌을 던졌다-_-


쪼그려 앉아 있는 유키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보니,


맘 약한 유키는 울먹이며, 내 품에 안겼다.


.............

 

(지금 생각해보면, 술 냄새 엄청 났을 텐데-_-)


(유키도 조금은 마셨으니 안 났을라나-_-?)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_-)


한동안 안겨 흐느끼는 유키는 이제 조금 안정된 듯,


내 얼굴을 쳐다보고 한마디 했다.


"고마워"


난 아무말도 안하고 고개만 끄덕였는데,


사실, 아주 미안했다.


오줌만 안 마렸다면, 지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


(근데, 친구(특히, 여자) 앞에서 페트병에다 쌀 순 없잖아-_-)

 

전날부터 들떴던 소풍도 사실상 여기서 끝이었다.


기분은 돌아오는 내내 화창했던 날씨와 정반대로 아주 우울했고,


오는 내내 난 런던에서 겪은 이 인종차별에 대해,


아주 깊은 생각을 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


그 다른 생각이 좋을 수도 또는 아주 나쁠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아주 나쁜 것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부터 다른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이런 생각 변화와 더불어 내가 또 얻은 것은....


이렇게 첫 자전거 소풍은 우울하게 끝났지만,


난 이 날 이후 유키의 히어로였다는 점이다.

많이 쑥스럽지만, 유키의 말을 빌려서...-_-


(유키는 지금도 연락하는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