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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 일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6: 영국 결혼식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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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에 어느 정도 싫증을 낼 즈음...

책도 보기 싫어...

프린트도 보기 싫어...

영국도 싫어, 그냥 한국 가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렇게 속으로 수없이 외치던 날들...

이런 반복된 일상 속에 바둥거리며 살때 즈음,

로시로부터 한 통화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여섯번째 이야기...


 


<영국 결혼식에 가다>

 

 

시험이 한 두 개쯤 남아 있었던 어느 여름날...


오늘 한 개 시험을 치르니 좀 시원하니...


집에 오는 길에 콧노래가 흥얼흥얼^-^


게다가 다음 시험은 1주일 뒤^-^


또, 내가 어느 정도 자신 있는 Finance Theory^-^


오늘은 집에 가서 발닦고, 등닦고...


안 닦은 데 모두 닦고 잠이나 자야쥐~~~

 

.......라는 생각에 사람들로 발디딜새 없는 지하철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런 날이 많지 않으니 너네 운 좋은 줄 알아라-_-


(내가 웃지 않을 때면 좀 무섭다-_-)


(특히,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나를 보고 다들 눈을 깐다-_-)


낑긴 옷매무새를 다시 고쳐, 지하철을 나와 집으로 오는 길...


이어폰의 노래 소리에 맞게 진동하는 내 주머니-_-


전화가 왔다...나의 여인(어느새 여인 사이까지, 후후) 로시로부터...


시험 기간에는 거의 연락 안했던 그녀다-_-


사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시험 때만 되면, 친구고 뭐고 없다-_-


다들 콧빼기도 안보인다-_-


이러니 로시의 콜에 더 기뻐할 수 밖에...lol

 

"하이"


"하우즈 유어 이그잼?"


"잇츠 올라잇"

 

.....................(중간 생략, 대충 시험에 관한 얘기-_-)

 


"아 유 프리 디스 윅켄드? 데어 윌 비 마이 프렌즈 웨딩. 블라블라............"

 

결국 전화한 이유는 친구 결혼식에 올 수 있냐는 말...-_-


그 당시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먼저, 시험 기간엔 논 적이 없었다-_-


(너무 한국식 교육방식에 물든거 같음-_-)


그리고, 영국 결혼식 참석은 처음이라 생소한 느낌-_-


사실, 아주 어렸을 때 결혼식 가보고, (근데, 누군지는 기억이 잘-_-;)


결혼이 뭔지 안 이후로는 결혼식은 한번도 안가봤다-_-

 

영국에 나와 있으니, 친척 누나, 형 결혼식에 모두 불참-_-

 

(친척들은 항상 이걸로 시비건다-_-)

 

"엄.....엄....아이 돈 노우.....엄.....코즈..........."

 

이렇게 뜸들이니, 이 때도 나를 리드했던 로시는...
 

몇분 몇시까지 어디로 나오랜다-_-

 

이런 제길-_-


(이런 로시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3편을 참조하세요~)

 

나의 의사 결정은 정녕 없는것이냐-0-!!!!!!!!!!!!



한국 친구들과 로시 앞에서의 나의 모습은 정반대다-_-

 

암튼, 주말에 메릴본 스테이션까지 갈 생각을 하니,

 

나의 상쾌한 하교길은 이미 잿빛 상태로 변했다-_-

 

결혼식 때문에 못 볼 책 한 자라도 오늘 밤에 더봐야 할 것 같아서-_-

 

 


3일 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오랫만에 정장을 빼입고...


넥타이에 구두까지...풉


내가 봐도 웃기다-_-


난 캐주얼을 즐겨 입기에, 이런 옷을 입으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_-

 

걸을 때 손이랑 발이랑 같이 나갈때도-_-^

 

이런 옷차림 때문인지, 왠지모르게 오늘은 기분이 좋다.


들떴다고나 할까나....
 

노래와 파트너만 있으면 둥실둥실 살사를 출 수 있을 거 같기도-_-


가면서도 어두운 기차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실실 쪼개다 보니...-_-


어느새 다 왔다.


오이스터를 삑 찍고 나오니 저기 앞에 로시가 보인다 lol


만나고, 로시가 갑자기 안하던 프렌치식 인사를 한다.


오른쪽 볼에 쪽, 왼쪽 볼에 쪽.


얘 뭐야-_-


얘도 시험 스트레스가 쌓였나?


아님, 결혼식이라 좀 흥분했나-_-?

 

이런 거는 아무도 없는 그런데서......

 

(아, 죄송, 심의규정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_-)

 

암튼, 갑작스런 로시의 행동에 나의 들뜬 마음은....


신랑 입장때의 신랑보다 내가 더 흥분된 것 같았다-_-

 

풀숲을 지나, (런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어느 빌딩 안으로 들어가니,


온 방안이 하얀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꽉 찾다.

 

도착하고 보니, 우리 약간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_-


아차-_-

 

로시가 신부인 그녀의 친구를 막 찾았고,


나도 무슨 엄마 손 붙잡고 야구장 돌아다니는 꼬마아이처럼 쫄래쫄래-_-


결국 찾아 신랑과 신부를 인사시켜 준 친철한 로시씨-_-

 

이제 나의 임무는 끝났다 싶어, 배도 출출한 겸...

 

음식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로시가 또 내 손을 이끈다-_-


아놔, 배고픈데-0-!!!!!!!!!!!

 

로시의 친구들이 많았다-_-


대충 얘기를 듣자보니, 신부와 로시는 고등학교 친구,


나머지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다.


근데, 난 배가 고프다구-0-!!!!!!!!!!!

 

대충 소개와 거짓 웃음쇼도 다 끝나고,


음식을 먹으러 갈 때즈음, 진짜 쇼가 시작되었다-_-

 

친구들이 축가와 장기자랑을 해 주는 것이었다.

 

와, 놀라운데......o.o

 

난 배고픔을 잠시 잊고, 그들의 쇼로 빠져들어 갔다-_-

 

약간 어설픈 노래와 반주...

 

하지만, 내가 TV에서 본, 그리고 직접 본 결혼식 축가 중,

 

가장 자연스럽고 진심이 담긴 그런 축가였다.

 

축가 부르는 사람은 손에 적은 컨닝페이퍼며,


연주자는 피아노 건반을 잘못 눌러,
소위 삑사리까지...-_-

 

인위적인 축하가 아닌 친구들이 모여 선사하는...
 

진심으로부터 우러러 나오는 그런 축하....

 

십여분 계속된 쇼에 난 입을 헤...벌리고, 눈은 커지고....그렇게 매료되었다.


매료되면서 나는....


하객 많고, 틀에 박힌 결혼은 싫어, 나도 이렇게 할거야!!!!!!


근데, 누굴 축가 부르게 하고, 연주하게 하지-_-?


등등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무엇보다도....


로시야 이런데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


..........라고 생각할 무렵, 로시의 손은 어느샌가 내 어깨에 와 있다-_-

 

로시의 머리통을 내려다 보며-_-

 

너도 매료되었구나....


 


쇼가 끝날 무렵, 나의 위장은 꼬르륵 나팔을 불고 있었다-_-

 

아, 이제 먹어야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음식쪽으로 향해,


로시와 나의 두 개의 접시에 음식을 담고 돌아왔다-_-


이런건 로시 너도 할 수 있잖아-_-


그래, 다음에 너가 하면 되지........하면서,

 

결국 나만 왔다갔다-_-

 

너 진짜 뭐야-0-!!!!!!!!!!!!!!!

 


로시는 사진찍느라 바빴다-_-

 

뭐, 그래도 음식을 내가 선택해서 그게 좋았지만...

 


근데, 꼭 웨이터 같았다구!!!!!

 

(지금 생각해보니, 정장이 좀 웨이터식-_-)

 

배가 좀 부를 때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해가 진 상태다.

 

결혼식 장을 둘러보니, 신랑, 신부는 이미 가고 없었다.


뭐, 신혼여행 갔다고 생각하면 되니, 넘어갈 수 있지만....


더 자세히 둘러보니, 신랑, 신부 뿐 아니라 신랑신부 가족들도 안보인다-_-


내 앞에 앉아 있던 꼬마 숙녀와 꼬마신사도 가고 없었다-_-


얘네 언제 간거야-_-


(나, 너무 먹는데만 집중했다-_-)

 

암튼, 이게 정녕 어떤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이 막 들때쯤...

 

로시가 또 내 팔을 끈다.

 

내 팔이 무슨 너의 또 다른 팔이냐-0-??????????????????


드디어 내 본연의 성격이 나올 때즈음-_-


(난 세번까지는 못참는다구-0-!!!!!!!!!!!!!!)

 

방 중간에는 어느새 와인, 보드카, 진 등이 진열되고,

 

조명은 약간 어두어 지고,


어느새 노래방 반짝이 볼이 천장에 달리고-_-


이것은 결혼식이 소형 클럽으로 바뀌었음을 알리고 있었다-_-

 

전혀 예상치 못한 결혼식...


이것이 현대 영국 결혼식의 모습이란 말인가...

 

솔직히 이런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_-

 

그냥 로시 손에 이끌려, 막춤을 추고 있었으니...-_-^^^^^^^^

 

신랑, 신부의 친구들만 남아 그 열기가 뜨거웠다-_-

 

까만 머리에 갈색 눈은 나 혼자였지만,


조명이 어두워서 몰라봤을 것이다-_-

 

또, 취한 사람들이 많아 더더욱...-_-

 

나도 솔직히 좀 취했었다-_-^

 


(아 이런 이미지 안되는데-_-)

 


"야, 여기 분위기 좋다"

 

"너무 좋은데, 술 더 사 가지고 올까?"

 

"응, 근데, 여기 술 무료인거 알지"


"아! 그렇지"


"푸하하하하하하"

 

별로 재미없는 대화에도 로시와 나는 이렇게 웃었다-_-

 

술에 취했다는 증거-_-^

 


로시와 그녀의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동안,


시험도 잊고,


내가 런던에 있는 것도 잊고,


한국인이라는 것도 잊고-_-

 

암튼 다 잊었었다.

 

시험 때여서 그런지 스트레스 해소가 아주 잘된 느낌...

 

문제는 그 스트레스 해소가 시험 끝나기 전이었다는 점-_-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로시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로시의 앞날에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뒷이야기.


결혼식 뒤풀이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나는 물론 로시도 지하철이 끊겨 집에 갈 수 없었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혼식 참석 후 결혼식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나온다. 결혼식 후 후유증이 며칠 이어졌지만, 3일 뒤 시험은 어느 정도로 잘 본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_-

일부지만, 위 런던 결혼식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제 포스팅에 있습니다.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조금 색다른 영국 결혼식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