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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 일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13: 나라별 색다른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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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국 런던에 있을 때 있었던 일. 학교 근처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페인 여자친구와 피자를 먹으로 갔었다. 유명한지는 몰랐지만,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붐벼서 자리가 난 뒤 여자친구와 나는 재빨리 자리를 맡았다. 여자친구는 우리나라 아줌마 기지를 발휘해서 자신의 손가방까지 던지는 센스를 발휘ㅡㅡ;

너무 바빠서 그런지 종업원들은 우리가 자리에 왔는지 눈치를 못 챈 것 같
았다. 사실, 우리가 너무 잽싸게 들어와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나와 여자친구는 대화를 5분정도 나누는 동안에도 종업원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 주문은 받아야 하지 않겠어?)

대화를 나누다 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 찰라에 여자 친
구가,

"헤이~ 웨이터~" 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것도 엄청 크게 ㅡㅡ;

원래 목소리가 큰 친구였는데, 사람들이 많아 다소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레
스토랑은 칼랑칼랑한 여자친구의 목소리 앞에 수그러들었다. 그러면서, 모두들 우리를 쳐다보는 분위기ㅡㅡ;

(난 죄 없어요, 얘가 그랬어요~)

어디 쥐구멍에 숨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들었지만, 그래도 여자
친구니 당당히 고개를 들고 웨이터가 오기를 기다렸다.ㅡㅡ;

웨이터가 오니, 여자친구는 여기 탁자가 더럽다며, 얼릉 닦아주고, 세팅 좀 해 달라고 요구했다. 누가봐도 뚜렷하고 아주 정당한 요구였다. 우리는 레스토랑에 온 손님이고, 그런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충분이 있다는 것을 여자친구는 당당하게 요구한 것이다.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도 우리고, 서비스가 좋다면 팁도 주는 사람도 우리였다.

웨이터는 "미안 미안" 하다며, 바빠서 이해해 달라고, 빨리 세팅 준비하겠
다고 굽신거렸다. 여자친구는 그 새 못 참고, 세팅 준비하러 가려는 웨이터를 붙잡고 주문하겠다고 했다. (난 아직 음식 고르지도 않았는데?ㅡㅡ;)

아무튼 주문을 다 한 후, 음식을 기다리면서, 아까 웨이터 부른 그 큰 목소
리는 좀 심하지 않았냐고 묻자, 종업원들의 직무유기(?)는 그렇게 크게 혼내야 한다고, 아무리 유명하고 바쁜 레스토랑이라도 고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라는 말을 듣고 난 잠시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요구할건 정당히 요구하라...음...)

몇 달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일본 여자 친구와 여기 올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바빴던 피자가게. 피
자가 우리나라에서 먹던 것보다 얇다는 차이밖에 없는데, 왜이리 바쁜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역시 자리에 앉았는데 웨이터는 다른 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이러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예전 스페인 친구가 하듯이 웨이터를 크게 불러서 빨리 세팅도 하게 하고 주문도 하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얘처럼 그렇게 큰 목소리로 하기에는 내가 약간 소심한 면이 있었나 보다.

지나 가는 웨이터를 붙잡고, 아주 점잖고 낮은 목소리로...

"여기 세팅 좀 해줘요..."

이 눔(?) 알겠다고 하더니 한 5분은 오지 않고 있다ㅡㅡ;

앞의 일본 여자친구
는 못 느끼게 표정관리를 했지만, 혼자 뻘줌해서 혼났다. 난 그냥 다른 학교 얘기, 밥 먹고 타워브릿지로 해서 같이 걸어가자는 얘기 등을 하며 내 뻘쭘함을 이야기거리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한창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갑자기 자신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우리 사이에 있는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ㅡㅡ;

약간 놀랐지만, 세팅이 되지 않은 테이블이 약간 더러웠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여자친구는 좀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닦기 시작했고...난 그렇게 그녀의 자상함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ㅡㅡ; 주문이 늦어 음식은 늦게 먹게 되었지만 왠지 이 여자친구의 색다른 면을 본 것 같아 기다리는 동안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또 한참이 지난 후 우연히 같은 피자가게에 한국인 여자친구와 오게 되었다
. 여긴 맨날 바쁘다. (젠장ㅡㅡ;)

아무튼, 자리에 앉았더니 웨이터는 역시 자기 할 일 하기에 바쁘다. 우리가 왔는
지 쳐다보지도 않고ㅡㅡ; 나는 뭐 이제 이런 환경에 익숙하고, 밥 생각도 별로 나지 않았을 때라 그럴려니 하고 그냥 얘기나 나누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테이블은 더러운 상태고, 아무런 세팅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 이거 어
떻게 또 고민이 되었다. 스페인친구처럼 크게 소리를 지를지(지난번처럼 점잖게 말하면 이눔들 듣지 않는다ㅡㅡ;) 아니면 그냥 내 손수건을 꺼내 닦을지...(근데 왜 여기는 우리 나라처럼 테이블에 휴지가 없는거야?ㅡㅡ;)

테이블을 슬쩍 보니 내 손수건을 꺼내 닦기에 테이블은 조금 더러웠다.

(그리고 내 손수건은 빤 지 얼마되지 않았단 말이야ㅡㅡ;)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 속에 이 레스토랑에 온 이후로 웨이터를 이제껏 가장 오래 기
다린 것 같다ㅡㅡ; 난 괜찮았는데, 내 앞의 여자친구는 좀 배가 고팠을 것 같았다. 난 얘가 배고프다고 해서 여기 데리고 왔기 때문에...(나 나쁜남자?ㅡㅡ;)

아무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여자친구도 뭔
가 이상하다고 느꼈나 보다. 웨이터들은 세팅은 해주지도 않고, 우리들은 더러운 테이블에서 일상대화나 나누고 있고...ㅡㅡ;

5분 정도 더 흐르자 난 여자친구의 심경이 급변했음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는 빈도수가 늘었고, 얼굴 특히 볼 부분이 약간 빨개지면서 달아오른 모습으로 전형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레스토랑에 왔으니 웨이터를 불러야 되지 않을까?

이 더러운 테이블을 직접 닦을까 말까?
이 앞에 있는 놈(나ㅡㅡ;)은 왜 말만 하고 웨이터를 부르지 않지?
아 배고파 죽겠는데, 여긴 뭐하는 레스토랑이야? 장사 안해?
xx 바쁜 레스토랑이네, 맛 없기만 해봐라><

아마 이런 생각들을 하는 모양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ㅡㅡ;

아주 오래오래 지나, 한 30분 정도 기다렸을라나...
주문을 마쳤고, 우리는 또 음식을 10분 가량 더 기다렸다ㅡㅡ;
지금 생각하면 이 친구에게 좀 미안하다...ㅡㅡ;

귀국한 후 요새와서 술 안주거리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건 우리 나라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내숭이고, 당연한 거라고...좋은 경험했다고...한 친구는 그 중 스페인 여자가 가장 맘에 든다고ㅡㅡ; (안 물어봤거든?ㅡㅡ;)

또 다른 친구는 아직 우리 나라에 요조숙녀처럼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면서 남성에게 의존적인 모습 또 그런 자세를 지향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친구 참 똘똘한데?ㅡㅡ;)

그래서 그런지 난 요즘 여성들을 만나면 이런 내숭에 솔직히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아직 우리 나라 여성들의 내숭에 적응(?)이 덜 된 듯 한 느낌... 요즘 개콘 보면 '우리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도 하던데 성광이가 나랑 비슷해 보인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또, 누가 날 적응시켜줄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