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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 일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11: 런던에서의 첫 인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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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와서 처음으로 일자리 구하기...

이번 여름 방학동안은 한국 가지 않고,

인턴쉽을 해보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미 작년 겨울부터 인턴을 준비한 나...

드디어 인터뷰가 하나 잡혔다...

폴이랑 예상 질문도 해가면서...

처음이라 떨리는 인터뷰를 준비하고,

드디어 인터뷰 날짜가 다가왔는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열한번째 이야기...

 

 

<인턴 인터뷰를 보러 가다>

 

 

드디어 새학기가 시작.


시작하자마자 난 이번 여름엔 한국 안가고,


영국에서 인턴쉽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영국은 2학년 때 인턴은 필수-_-)


근데, 모두다 인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를 엄청 많이 해야 한다-_-^


공부만 하기도 귀찮은데, 인턴 준비도 해야되니...


나 이거 참...-_-


그래도 다짐을 했으니, 오늘도 수업 끝나고,


도서관 컴퓨터 앞에 앉아 CV를 쓴다-_-


별로 쓸 것도 없었지만...-_-;


폴도 내 옆에서 인턴 산수 문제 풀고-_-


(보통, 글로벌 금융회사 인턴하려면, 서류 제출 후 컴퓨터 산수 시험은 필수 -  아래 관련 포스팅 참조)


(난 이거 귀찮아서 몇 개 보고 포기 중... 점수도 잘 안나왔음-_-)


암튼, 대형 금융 회사 들어가긴 어렵다.


취업이 아닌 인턴도 경쟁률 엄청 쎄고,

그 과정도 최소 4가지...

이런게 귀찮은 난 일찌감치 포기-_-


그래도 다짐은 했잖니...이런 마음으로 다시 산수 문제 풀고...-_-


점수는 안 나오고-_- 이거 시간이 문젠데...음...

난......그냥 포기하고 전략을 바꿨다-_-




런던은 세계 금융 중심지 중 하나...


글로벌 대기업 말고도 금융회사는 많다.


우리 나라 큰 은행들도 지점으로 조그맣게 많이 들어왔다-_-


그렇다고 런던까지 와서 한국의 시중은행은 좀...-_-


(이때는 아직 정신 못 차림-_- 특히나 요즘을 생각하면 감지덕지...-_-^)

 

"폴, 나 시티은행 지원 안할란다"


"왜? 빅 머니가 기다리고 있잖아"


"돈 벌기가 귀찮다-_-"


"니 맘대로 해, 난 이거 좀 더 해야겠다"


열심히 산수 문제를 마스터해가는 폴...


(얘, 지금 시티뱅크에서 일한다-_-, 다행이 이번 불황 때 안짤렸다는...-_-)




내가 잔머리를 굴려 생각해낸 새로운 전략이란...


중소형 금융 기관을 노리는 것 lol


인턴 뽑는 절차도 간단하고,


월급도 글로벌 은행보다 덜하지만, 다른 산업 평균보단 많고,


일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건 나의 합리화-_-)


암튼, 친구와 학교 커리어 서비스를 이용...


런던의 작은 금융회사, 헤지펀드 등을 설렵하고,


CV를 여러 곳 보내고,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lol


CV 다 보내고 나서는 얼마나 기쁜지...


취업된 것처럼 기뻤다-_- (그만큼 귀찮았단 의미-_-)

 


며칠 후...

 

CV를 여러 곳에 보냈다는 것도 잊었을 때쯤...(사실, 거의 포기 상태-_-)


그냥 이번 여름도 한국 가서 친구랑 놀아야쥐...라고 생각할 때쯤.-_-


한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lol


오 마이 갓!!!!!!!!!!!

 

나도 모르게 도서관에서 기쁨의 큰 소리로..-_-


저기 지나가는 도서관 시큐리티가 조용하라는 듯 쳐다보고...-_-


난 애처로운 눈빛으로 쏘리라는 입모양을 하고.


다시 차근차근 이메일을 읽어 나갔다.


읽다보니 나는 다시...


오 마이 갓!!!!!!!!!!!!!....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기에 이메일 체크가 늦었는지,


인터뷰 날짜가 내일이다-_-^^^^^^^^^^


내일 아침 10시-_-;


이거 뭐야???????????

 

이런 실수를 하다니...아....


인터뷰 준비도 하나도 안되어 있는데...


뭘 물어볼지, 뭘 입고 갈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건 나의 처음 잡 인터뷰(영국은 좁 인터뷰-_-)란 말이야>.<!!!!!!!!!!!!!!


혼자 꽁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못해,


난 폴에게 긴급요청을 했다-_-


잠시 후 도서관 밖 매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도 허겁지겁 짐을 챙겨 도서관 앞으로 고고!!!!

 

몇 분 후...


매점에서 폴과 나는 커피를 한잔 들고,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에 대한 대화...


폴은 대화 중 가끔 와우를 외쳤지만-_-^

폴의 와우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었다-_-



폴은 나름 인터뷰에 대해 열심히 이것저것 설명해 주더니...


첫인상이 중요하다며, 뭐 입고 갈거 없다는 나를 이끌고...


옥스포드 스트리트로 간다-_-


정장은 있었지만, 넥타이가 없었던 나-_-


(한국엔 아빠 것도 많은데, 영국에 하나도 안 가져왔던 것-_-)


숍에 들어가 넥타이를 이것저것 고르고,


난 몇 개를 목에 대고 폴의 검사를 받고,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게이적인 행동들-_-)


폴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자 바이바이 하고 헤어졌다-_-


폴이 알려준 비법들...집에 오는 길에 되새겨 봤다

(지금 보니, 그저 그런 방법이다-_-)


눈은 똑바로 뜨고, (나 사시 아니거든-_-^)


똑바로 걷고, (폴...OTL)


질문이 들어왔을 때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하고, (나 원래 그러거든-_-^)


질문이 있다면, 과감히 질문도 던지고, (음...이건 좋네.)


당황한 상황도 미소로 넘어가기 등등등...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조언들...-_-


그래도 폴과 있으면서 안정이 되었다는 그런 느낌-_-?


암튼, 폴은 자신감을 최고라고 되새겨 주었고....

 


드디어,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수염 삐져 나온 것도 손질하고-_-

머리도 단정하게 오랫만에 젤도 바르고,-_-

안경대신 렌즈를 끼고-_-

정장에 어제 산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_-^^^^^^^


등교가 아닌 출근하는 모습....역시 어색하더라-_-

 

파크 레인 근처에 있던 한 작은 헤지펀드 회사에 거의 도착...


가슴이 떨렸다...


오늘 런던 하늘은 흐리고, 보슬비까지...


우산을 안가지고 와서 젤이 점점 물이 되어가고...

이런 젝일-_-;


그래도 폴 말대로 자신감이 최고니...


회사 문 앞에서 시간이 남아 잠시 동안 명상을...-_-

심호흡도 한 다섯번 정도 하고...

자신감 있게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_-


경비 아저씨가 왠 물에 젖은 생쥐마냥 쳐다보고,

약간의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캔 아이 헬프유"


그래, 나 좀 도와줘ㅠㅠ


명상과 심호흡은 전혀 도움이 안됐다. 너무 떨렸던 것-_-


나는 더듬더듬 xx 매니지먼트를 찾는다고 하니,


저쪽을 손으로 가르키며, 엘리베이터를 타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다시 명상과 심호흡-_-


이번에는 좀 효과가 있기를 >.<!!!!!!!!!!!!!


눈을 뜨니, 내려왔던 리프트는 다시 올라갔다.


이런 젝일-_-^^^


올라가는 숫자를 보니,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_-


이번에는 명상이고 심호흡이고 다 그만두고,


주문을 외웠다-_-


그래, 젊은 나이에 도전을 해보는 거야!!!!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거야!!!!

아무렴, 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구!!!!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근데, 왜 이렇게 떨리냐구!!!!!!!!!!!

주문도 효과가 없었다-_-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내리고 나니,

안에는 나 밖에 없다-_-


엘리베이터안은 사방이 유리-_-


내 앞모습, 옆모습 그리고 뒷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_-


젤은 군데군데 풀려, 젖은 곳과 마른 곳이 구분이 확-_-;


나는 침으로 대강 머리를 손 보고...-_-


남은 침으로 구두 위에 튄 흑탕물 마른 것도 손으로...-_-^^


평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던 나...

대강 정장 안쪽에다 손을 닦았다-_-


(이 때, 왜 어른들이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었다-_-)


핸드폰도 끄고, 옷 매무새까지 고치니,


벌써 팅~ 하고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니 바로 회사 안 입구-_-


여긴 뭔 구조가 이렇다냐-_-


두리번두리번...

엘리베이터 입구 멀지 않은 곳에 비서 같은 여자에게 다가가...

저....미스터 윌슨 씨와 인터뷰 있어요...

(말투가 꼭...저...다음에 내려요....와 비슷-_-)


헛기침으로 이런 여성스러움을 날려보내고-_-


그 여자는 나보고 저기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톡 쏘는 말투로...-_-


흥, 내가 여기서 일하면 너 생활 힘들줄 알아라-0-!!!!!!!!!

괜한 화풀이도 하고...(물론 속으로-_-)


알려준 대로 방에 들어와 쇼파에 앉아 방안을 둘러봤다.


그림도 몇 점 눈에 띄고는 별볼일 없는 그런 사무실.


난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우고...-_-


잠시 멈칫한 사이 누가 들어오더니, 악수를 청한다.

중년의 미스터 윌슨씨-_-


난 더러운 내 손을 내밀고-_-;


그의 싱글벙글한 미소에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이 되고,


그는 나를 이끌고 이 방에서 나와 자기 사무실로...

나도 모르게 따라가면서 양손이 배꼽에 위치-_-^

난 꼭 고등학교 때 담임한테 끌려가는 학생처럼 그 뒤를 졸졸졸...-_-;

 


윌슨씨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중간에 큰 원탁과 의자들,


그리고 창문 쪽에는 자기 책상이 있었다.


나를 원탁의 한 의자에 앉게 하고,

그는 자기 책상에서 연필 한자루와 A4 한장을 가져온다.


이거 꼭 고등학교 때 반성문 쓰라는 분위기-_-?


내 앞에 앉더니만, 역시나 이 연필과 A4 한장을 준다-_-

이거 뭐지?

우선, 연필과 종이의 용도는 모른채, 일상적인 대화가 시작되고...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 국적은 어디냐, 영국엔 왜 왔냐-_- 등등...


대답하는 동안 난 스스로 좀 편안함을 되찾은듯 했다.


잘 할 수 있단 느낌 lol


음...의외로 쉽네 라는 느낌까지...-_-

 

(불안감이 어느새 자만심으로 번지고...-_-)

 

윌슨도 자기 회사를 소개하면서 한 10여분간 대화했나 보다.


거의 됐다는 느낌이 들 때쯤....


갑자기 윌슨이 어조를 바꿔.... (으....불안한데-_-?)


인턴 입사를 위한 결정적인 문제를 내겠단다-_-^^^^^^^^


이 연필과 종이는 그래서 필요했던 것-_-


속으로.... 윌슨은 나쁜 아저씨>.<!!!!!!!!!!.....를 외치고-_-


갑자기 급당황한 나-_-


그러나 집중도도 최대치로 급상승.


윌슨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안하게 해줘서 그런지,


회사 건물 밖에서의 그런 떨림이 아닌, 그냥 시험볼 때의 떨림이었다.


난 항상 시험볼 때 집중도 최대치 발휘 lol 아자!!!!!!!!!!!!


문제는 응용 수학 문제였다-_-


위에서 말한 폴이 컴퓨터로 풀던 문제와는 다른..-_-


난이도가 있고 풀다 보니 정답이 없는 문제들...-_-


한 문제가 기억이 나는데...


농구공의 라인(농구공 표면에 그어져 있는 선)의 총 길이와

반을 자른 후 거기에 담을 수 있는 물의 부피...외 3문제-_-


┏(;-_-)┛ 집중도고 뭐고 도망가고 싶었다-_-

 

아니, 이거랑 헤지펀드랑 무슨 관련이 있냐고 (-.-")凸

대학교 와서 이런데 쓰이는 공식도 다 까먹었단 말야-_-


문제를 내면서 내 얼굴을 봤는지, 윌슨이 30분 준단다.


이런 젝일-_-

 

구의 부피가 4πr³인가...긴가민가...ㅡ..ㅡㆀ


답이 없다기에 그저 열심히 했다...


풀면서 난 무슨 과거의 수업 여행 가는 듯 했다-_-


3,4년전에 배웠던 공식을 되새기는...


대충 이것저것 설명을 쓰고...


내가 씩씩되고 있는 것을 듣던지 말던지-_-;


이상한 그림까지 넣어가며-_-


마음껏 끄적였다. 거의 포기상태로...-_-

 

 

30분 정도 흘렀을까...


다 했다는 나의 말에, 자기 책상에 앉아 일보던 윌슨씨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벌써?"


이 아저씨야, 지금 30분 됐거든요-_-?


알고 보니, 시간제한은 그냥 폼으로 있는 듯 했다-_-


난 윌슨씨에게 속은 셈-_-

그래도 다시 풀라면 귀찮아서 다시 보기도 싫을 듯-_-

오히려 잘됐다.


대충 문제가 어땠네, 이 문제들 어려운데 꽤 하네 등등...


윌슨씨의 입에 바른 칭찬들이 끝나고,


나중에 연락 주겠다는 윌슨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악수를 하고,


난 첫 런던에서의 입사 인터뷰를 마쳤다.


내려오는 데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니,


문제를 풀 때, 머리의 열기 때문인지, 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더벅머리가 되어 있었다-_-


그리고,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벌써 지쳤다-_-


밖에 나오니 역시 런던은 비가 내리고...

지친 마음을 저기 앞 커피숍에서 카페인으로 채워야쥐-_-



뒷 이야기...

3일 뒤에 이 회사에서 이메일로 연락이 왔고, 난 이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했다. 운이 좋게 시험 문제가 많이 맞았나 보다-_- 일하는 동안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합리화가 아닌 실제로) 헤지펀드 혹은 펀드 매니저의 삶을 잘 알 수 있었다. 나도 미래의 펀드매니저나 전문투자가가 되겠다는 꿈의 포석이 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처음 인터뷰 갔을 때 첫 대화 상대였던 그 비서 여자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의외로 착한데 그 날만 무슨 이유인지 좀 열이 올랐던 것 같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