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궁금증이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갖길 잘한다. 종종 질문보다는 혼자 생각하고, 정 모르겠으면 그 때 질문을 한다. 그리고, 답을 얻고 나는 무언가 중대한 것을 알았다는 사실에 혼자 기뻐한다. 그런데, 여전히 나의 머릿속에 빙빙 도는 의문이 있다. 커피전문점에 갈 때마다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왜 커피 전문점 커피에는 유통기한이 안 적혀 있나요?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에는 유통기한이 적혀있지 않다. 심지어, 마트 냉장고에서 차갑게 파는 캔커피에도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커피전문점 커피는 예외란 것이 이상한 것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고 나서 바로 마시라고 권장하는 것일까. 사자마자 바로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커피전문점 커피를 사서 1년 혹은 10년이 지나서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일부러 유통기한을 적어두지 않은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커피전문점 커피만 예외인 것일까 하고 내가 이렇게 궁금해 하는 이유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의 유통기한은 다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아메리카노는 커피 원두의 상태에 따라 그 유통기한이 정해진다. 보통, 시중에서 구매한 커피 원두는 1년 정도의 유통기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원두커피를 언제 샀느냐에 따라 그 커피의 유통기한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에는 아메리카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첨가물과 비율에 따라 카페모카,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아주 다양하다. 따라서, 커피의 유통기한은 이 첨가물과 비율에 따라 또 한번 달라지게 된다. 가령, 카페라떼인 경우 우유의 유통기한인 일주일로 확 줄어든다. 또한, 카페모카인 경우, 초코렛의 유통기한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며, 커피전문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왜 다 각기 다른 유통기한인데, 커피전문점 커피의 유통기한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단순히, 소비자들이 커피를 하루만에 소비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커피를 하루만에 소비를 하라고 써놓지 않는 것일까. 보통, 음식료 겉표지에는 개봉한 다음 빨리 먹으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커피전문점은 이미 개봉해서 판매를 하면서도 아무런 경고문도 없다. 결국, 유통기한도 없고, 경고문도 없으니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커피전문점 커피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왜 커피전문점 커피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을까요?
우리 나라에 커피전문점은 많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에 커피의 원산지를 적어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나는 거의 보지를 못했고, 내가 보기에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공하는 커피 원두를 공수받아 아무 생각없이 소비자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커피전문점들은 일부러 소비자들에게 커피 원산지를 알려주지 않고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커피 원산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되기에, 어디에서 커피원두를 가져왔다는 것은 다른 커피전문점과 비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서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커피 원두의 프리미엄 경쟁이 붙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커피전문점들의 해당 커피 원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그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을 낳는다. 가격 상승은 커피전문점들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다. 커피전문점들은 이러한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커피 원두는 어디서든 얻도록 자유를 보장하고, 최소한의 원가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남기고자 하려는 커피전문점들의 압묵적인 합의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커피의 원산지를 쉬쉬하는 커피전문점 간의 암묵적인 담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모든 담합은 소비자에게 나쁘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며, 또 당연히 커피전문점 커피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도 그 커피의 원산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따라서, 수많은 커피 원산지가 있는데, 그것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커피전문점들이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그 어떠한 이득을 얻기 위함이며, 그 이득은 위에서 말한 애써 경쟁을 하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 자체의 원산지 그리고 각종 첨가물에 대한 원산지 표기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가령, 컵 겉면에 글자를 프린트 하는 것도 돈이고, 어떤 정보를 컵 표지에 표시를 할까 고민하는 것도 노력이 된다. 최대한 마진을 남기려는 커피전문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꺼릴 수 밖에 없다.
왜 커피전문점 커피에서 어떤 물을 쓰는지 알려주지 않나요?
커피는 솔직히 물장사라고 할 수 있다. 물이라는 액체에 커피라는 고체를 녹여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만드는 비율을 봐도 물이 상당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에서는 어떤 물을 쓰는지 알려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커피 하나 주문하면 이미 소비자가 그 물이 어떤 물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듯이 커피를 만들어주기에 바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 커피가 어떤 물을 쓰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선, 커피를 만드는데 쓰이는 물의 종류는 많다. 가정에서처럼 수돗물을 끓이기도 하고, 정수기의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마트에서 파는 생수를 쓰는 곳은 거의 없다. 생수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전문점 커피의 물 역시 정수기 물이나 커피 기계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기본으로 이것은 모두 수돗물에 해당된다.
물론, 수돗물은 깨끗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도관이 오래되었을 경우 불순물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만들 때 있어서 중요한 것이 정수기와 커피 머신의 필터라고 할 수 있다. 필터가 더러우면 마치 수돗물이 수도관 때문에 오염되는 것처럼 물을 정수해도 제대로 정수하지 못해 더러운 물로 커피를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전문점들은 카운터에 정수기 필터가 언제 교체되고 있는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 커피 종류와 가격만 카운터 위에 보여줄 것이 아니라 얼마나 청결하게 물이 관리되고 있는지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하는 커피전문점들은 거의 없다. 그저 자체적으로 혹은 내부적으로 관리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 이를 알리는 것 역시 커피전문점 입장에서 볼 때 모두 비용이기 때문이다.
정리.
나는 항상 의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도대체 우리가 그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마치 우리 소비자 및 국민들은 지금 커피라는 ‘검은 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고 있는 것만 같다. 검은 물에 중독되어 더 이상 이 검은 물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또 알려고 하지 않으며 그저 주는 대로 받아 마시고 있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듣고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자신이 매일 마시는 커피, 어떤 커피인지 알고 마셨으면 한다. 나도 이 글을 마치고 나니, 전국적으로 '커피 제대로 알고 마시기 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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