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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식당에서까지 셀프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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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와 일식 식당에 가서 돈까스를 먹기로 했다. 그래서 가까운 주변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배가 고파 바로 자리에 앉아 메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역시 처음부터 먹고 싶었던 돈까스를 시켰다. 그리고 목이 말라 종업원에게 물을 달라고 말했더니, 여기는 물이 셀프라고 한다. 난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 물이 어디에 있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보고 물을 마시러 갔다. 목 마른 놈이 샘을 판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목이 말라 정수기에 가서 스스로 물을 마시고 친구 것도 함께 떴다.

 

살 물건을 스스로 담는 대형 마트 그리고 요즘 많이 생기고 있는 셀프 주유소. 그런데 왜 식당에까지 이런 셀프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걸까. 대형마트의 물건 값 그리고 셀프주유소의 기름값처럼 물이 셀프라고 해도 음식 값 하락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데 왜 그럴까. 식당에 앉아 물을 떠다 마시면서 정수기 근처에 있는 ‘물은 셀프라는 안내판을 보고 있으니, 그 궁금증이 더해져만 갔다.

 

물이 셀프인 것은 물이 공짜이기 때문?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물이 셀프라고 해도 음식값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물은 대형마트 그리고 셀프 주유소와는 달리 음식점의 부차적인 서비스로 여겨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가격 하락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음식점 입장에서 물은 주요리에 곁들이는 부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왠만한 고가의 레스토랑이 아니라면 물에다 가격을 매기는 식당은 거의 없다. 식당 스스로도 으레 해줘야 하는 부차적인 서비스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당의 입장에서는 물까지 서빙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과잉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다. 식당에서 주된 서비스는 음식의 질이지 물의 질이 아니다. 물론, 음식 갔다 주면서 오는 길에 물을 갔다 주면 되는데 무슨 과잉 서비스인가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솔직히, 음식을 서빙할 때 물을 같이 서빙해도 줘도 괜찮긴 하다. 하지만, 한번 물을 가져다 주면 계속 가져다 줘야 되는게 문제가 된다.

 

물 서빙에 대한 심리적 반응?

 

서비스업에는 일관성이 생명이다. 한 사람한테 제공한 서비스가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서비스와 다르면, 차별성으로 큰 논란을 빗게 된다. , 한번 제공한 서비스는 약속한대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손님 한 명이라도 차별을 받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이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할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차적인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처음에 물을 서빙했는데 한번 물을 주고 나서 물은 셀프라고 해버리면, 손님들의 반발이 생긴다. , 심리적 저항이 생긴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받았는데 다음에는 주지 않는다고 해버리면, 처음에 받은 것이 고맙기는커녕 그럴려면 왜 처음에 주었냐고 속으로 욕부터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식당이 처음에는 물을 서빙하지 않고, 나중에 손님들이 밥을 다 먹고 물을 서빙한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 반대로 손님들은 기분 좋게 식당을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식당들이 이러한 전략을 쓰지 않는 이유는 손님들의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다. , 손님의 성격상 이런 서비스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일부는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식당은 이런 손님의 성격을 낱낱이 파헤쳐 알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식당은 처음부터 가장 안전한, 서비스의 일관성이란 탈을 쓴 물은 셀프라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물 셀프는 식당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셀프 서비스는 가격의 하락 범위만큼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떠넘김으로써 확정된다. , 셀프 서비스를 사용하는 손님은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과연 공짜로 제공되는 물이 손님에게 음식값 가격 하락의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좀 더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물을 제공하는 종업원을 살펴보자. 만약 물이 셀프라면 종업원들의 움직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셀프가 아니라면, 종업원들은 물을 가져다 주기 위해 테이블당 여러 번 움직여야 한다. 시간당 5000원을 받는 종업원이 있다고 치자. 보통, 5000원은 인건비라는 이름하에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고 물은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종업원은 어느 것을 서빙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일까?


같은 5000원이라면, 음식을 서빙하면 할수록 음식점은 이득이 되지만, 물을 서빙할 때에는 경제적인 이득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것이 더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음식을 서빙할 때 종업원의 그 움직임은 가치가 있게 된다. 따라서, 음식점 사장은 당연히 종업원들이 물보다 음식을 서빙하는 걸 좋아한다. 또, 이 현상은 식당이 바쁘면 확연히 드러난다. 숨쉴 틈도 없는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물을 달라고 하면 오랜 시간을 기다릴 때가 많은 반면, 음식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빨리 나올 때가 많다.


수익 측면이 아닌 비용측면에서 봐도, 물에 가격을 붙이지 않은 식당이라면 셀프 서비스를 하는게 더 유리하다. 물이 셀프라면, 종업원들은 음식만 서빙하면 되기에 테이블과 주방 사이 왕복 횟수가 최소 1/4이 줄게 된다. 즉, 손님이 오자마자 물을 건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손님이 왔을 때 해야 할 일은 주문을 받으러 오고, 음식을 제공하며, 음식을 치우는 일만 하면 된다. 만약, 습관적으로 식사 도중 물을 많이 찾는 손님이 있을 경우라도 물 서빙을 안해도 되기 때문에, 이럴 경우 이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얻은 종업원들의 활동 감소는 식당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종업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 활동을 적게 하여 종업원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근무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만큼 인건비가 절약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익숙해져버린 셀프 정신?

 

요즘 시대에는 사람들이 셀프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위에서 말한 대형 마트에 가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담고, 요즘에는 셀프 주유소도 생겨 이제 주유도 스스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식당에서 나도 물이 셀프란 말을 종업원으로부터 들었을 때 무심코 자리에 일어나 스스로 물을 뜨러 갔다. 물이 셀프인 식당에 처음 가 봤는데도 몸이 스스로 움직였던 것이고,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점점 우리 일상 생활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업 전략이 되었든 사회적 습관이 되었든 자기 스스로 하는 '셀프'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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