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부대에 있으면 달러를 쓸 때가 많다. 미군 부대는 우리 나라 안에 있지만 그 안의 미군들은 월급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달러가 통용된다. 나도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종종 달러를 썼고, 전역한 지금도 일정 금액의 달러가 남았다. 미군 부대에 다시 들어갈 일도 혹은 미국 갈 일도 없는 나는 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러 은행으로 갔다.
은행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고 앉아 있는데, 젊은 경비 업체 직원(은행 소속인지는 모르겠음)이 나한테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물었다. ‘그냥 걸어 왔는데요…’ 하고 말하려다 참고, 달러를 환전하러 왔다고 했다. 트레이닝복에 후드티 거기다 슬리퍼까지 질질 끌고 와서 그런지 위 아래를 쳐다보는 모습이 무슨 은행강도가 아닌지 흘겨 보는 듯 했다. 다음부터는 은행 올 때에는 최소한 청바지를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잠시 감상적인 글이 되었는데, 오늘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게 아니다. 오늘 주제는 왜 달러를 살 때와 팔 때 그 가격이 다르냐는 것. 해외로 자주 여행 가는 분들은 아주 궁금할 것이다. 과연 왜 다를까?
기준환율표에 대한 오해부터 해소하자
먼저, 외화를 바꿀 때 누구나 기준 환율을 보게 된다. 보통, 경제 관련 뉴스에서 ‘1달러에 1090원’ 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준환율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기준이 되는 환율로 이 가격은 팔 때와 살 때의 가격의 산술평균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결정된다.
기준 환율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왜 기준 환율대로 가격을 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은 금액으로는 좀 덜 하겠지만, 몇 천만원 가까이 하는 돈을 환전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율 10원 차이도 무시 못할 금액으로 바뀐다. 그래서 종종 기준 환율보다 비싸게는 외화를 살 수 없다고 버티는 사람까지 생긴다. 하지만, 기준 환율은 그저 기준 환율일 뿐이지 매매 환율은 아니기에 은행으로서도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즉, 기준 환율은 그저 참고만 하는게 좋다는 뜻이다.
그럼 왜 외화를 살 때와 팔 때 가격이 다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은행이 가져가는 마진이다. 은행도 서비스업의 일환으로
외화를 사고 팔면서 이윤을 얻는다. 물론, 소매금융에서의
환전 서비스는 다른 은행 서비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돈이 되지 않지만, 어느 날 어떤 요구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은행은 대량의 외화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또 이런 외화를 다른 은행으로 대량으로 살 때 그에 따른 마진을 주고 샀다고 볼 수 있다.
즉, 은행은 다른 은행으로부터 외화를 마진을 얹어 샀고, 여기에다 일반 시민이 외화를 원할 때 또 다른 마진을 받고 파는 것이다. 이것은 상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도매로 상품을 떼어와 마진을 붙여 소매로 판매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대량으로 달러를 들여와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달러를 공수하고, 이것저것 마진을 붙여 시민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은행은 시민에 판 마진만큼 외화 수수료 수익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관 비용도 있다. 우리 나라 시중 은행들은 보통 센트 동전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달러라고 하더라도 금액이 큰 10달러 이상 혹은 100달러 이상의 지폐만 취급하는 곳이 많다. 이것은 결국 창고 면적당 보관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한된 창고 면적에서 달러를 많이 보관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창고에 달러를 보관함으로써 다른 지폐를 보관하지 못할 기회비용은 제외하더라도 달러를 팔 지 못하고 계속 쌓아만 둘 경우 매일 달러를 쌓아둔 만큼의 이자 비용이 들게 된다. 달러를 빨리 유통시켜야 되는데, 일부 은행들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지역에 위치해 있을 수 있고, 이럴 경우 은행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외화를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방법?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달러당 원화 환율이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팔면 된다. 하지만,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엄청 많다. 수출입 금액, 외국인의 주식거래, 국가간 금리 차이 등 경제적인 요인이 무수히 많고, 이런 요인들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차도 엄연히 존재한다. 즉, 환율의 오르고 내림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내노라 하는 경제학자에게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환율을 예측하여 외화를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행동은 참으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투자가 아닌 해외에 나가기 위해 환전을
하는 것이라면 방법은 있다. 우선, 은행에서는 지점별로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의 환전 세일이 있다. 즉, 백화점의 세일처럼 우대환율을 받아 조금 더 싸게 외화를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종종 백화점이 1년 내내 세일을 하는 것처럼 어느 은행은 우대 환전을 1년 내내
해주는 곳도 있다. 또, 여행을 갈 것이라면 여행자 수표를 사는 것이 현금보다 좀 더 이득이다. 물론, 금액이 적을 경우 그 이득은 적겠지만, 금액이 커진다면 이 적은 금액의
차이가 큰 이득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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