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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혹은 로또에 숨겨진 정치경제학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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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혹은 로또의 역사는 참 깊다. 흔히 말하는 ‘로또(Lotto)’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 복권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 뜻도 ‘운명’이란 의미다. 우리 나라 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복권(福券), 즉 복을 주는 표다. 결국, 복권 혹은 로또를 굳이 통합적으로 해석하자면 복을 얻을 수 있는 운명을 가진 자가 상금을 얻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중세 런던의 로또 추첨



우리 나라는 놀랍게도 복을 얻을 수 있는 운명을 가진 자가 매주 있다. 참 이상하다. 우리 나라 인구보다 6배가 넘는 유로존에 걸쳐서 판매되는 ‘유로밀리언스’ 복권은 가끔 당첨자가 하나도 없어 다음주로 이월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우리 나라는 무슨 매주 상금을 배포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정말 매주 거르지도 않는다. 물론, 상금을 받는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쓸 필요없이 돈만 잘 받으면 된다.

 

◆복권을 팔면서 정부가 원하는 것은?

 

솔직히, 정부는 매주 복권이 당첨이 되는지 혹은 이월되는지에 큰 관심 없다. 그들이 오로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마 복권 매출 수입일 것이다. 그 이유는 복권 총 판매금액에서 반 정도를 세금 혹은 정부 사업자금 형식으로 떼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복권을 1000원 주고 사면, 500원은 정부에 가져가는 셈이다. 쉽게 생각해서, 복권 사업을 주도하는 정부에게 500원의 수수료를 떼주고, 복권 구입자는 나머지 500원으로 거액의 당첨금을 기도하며 번호가 맞길 바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총 당첨금액이 10억이라면, 다른 10억 정도는 이미 정부가 가져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돈을 가지고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지원 사업 등 5개 분야의 공익사업에 사용토록 하는 법이 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되는게, 정부는 당첨금 자체에도 또 세금을 떼어간다. 기타소득세라고 해서 33%라는 다소 큰 세율로 떼는 것인데, 총 당첨금액이 10억일 경우 실수령액은 당연히 10억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복권에 이중으로 세금을 떼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세금 수입은 정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 요즘은 세금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이 걷을까 궁리하는 것만 같다. 그만큼 돈 쓸 곳이 많다는 얘기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이나 아껴서 재정운영을 알차게 하면 되는데, 이상한 사업에나 돈을 쓰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을지 고민하는 것도 그리 무리가 아니다.

 

사실, 세금을 많이 걷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유층의 지갑을 노리면 되는 것인데, 복권을 이용해 서민의 돈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부유층에게 소득세를 높인다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당장이라도 지금 정부에게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항의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유층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경우도 많다. 정부 관료들은 그들 자신이 퇴진할 때를 대비해 이들에 잘 보이려 하고, 반대로 부유층들은 이들에게 세금을 낮추라고 로비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부유층에게는 세금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많이 걷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층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복권 판매금의 50%는 법적으로 재정부 금고로 들어가고, 그리고 복권 당첨금의 30% 정도가 세금으로 국세청 금고로 들어간다. 극히 소수의 당첨자는 물론 큰 금액을 얻겠지만, 당첨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생각해볼 때 복권 혹은 로또는 마치 자발적으로 자기 돈을 벼락에 맞을 확률에 걸고 자신이 복을 지닌 운명을 가진 사람으로 믿겠금 하는 것과 같다.

 

◆복권을 팔면서 정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서민들은 복권이 주는 공허하고 잡을 수 없는 꿈을 향해 오늘도 복권을 산다. 다른 말로, 사행성이라고 한다. 영국은 1826년 복권이 도박이라는 인식으로 금지시켰고, 167년만인 1993년 재개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복권 판매금 일부를 공공사업계획으로 쓰고 있다. 결국,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복권 혹은 로또를 통해, 서민들의 돈으로 사업을 하고, 서민들의 돈으로 정부의 살림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진정 원하는 것은 판매금 50%를 가지고 공공사업을 영위하거나 세금 33%를 걷는데 있지 않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에 불과하고, 진짜 다른 이유는 바로 사회적 불평등의 완화에 있다.

 

복권은 사람들에게 희망, 기대, 환상을 준다. 특히, 서민층에 주는 그 희망의 정도는 부유층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 이것이 바로 서민층이 복권을 더 많이 구입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 희망의 정도가 높으면 사회적 불평등 혹은 불만족을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게 된다. 즉, 정부는 서민들이 정부에 직접 맞서기보다는 스스로 ‘로또만 되면…’이라는 자책성에 가까운 생각을 하겠금 유도하는 것이다.

 

순자의 애공 편에는 조궁즉탁(鳥窮則啄)이란 말이 나온다. ‘새가 쫓겨 막다른 곳에 이르면, 도리어 상대방에게 대들어 쫀다’라는 말로, 손자병법에도 욕금고종(欲擒姑縱)이란 말로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병법에는 적이 궁지에 몰리면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도망갈 길을 없앤다는 것은 곧 살아날 희망을 없앤다는 뜻이기에 그럴 경우 적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아무리 궁지에 몰린 적이라도 최소한의 희망은 남겨주는 전략을 택했다. '로또만 되면...'이라는 생각은 바로 그 최소한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순자



즉, 지금 정부는 복권 혹은 로또라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서민층을 막다른 곳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으로 남겨둔 셈이다. 비난의 화살이 정부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정부가 이들을 사회통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