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지 않는 강남아파트 가격, 불편한 진실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다. 강남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불패'라는 말로 강조한 말이다. 심지어, 얼마 전 강남 도곡동 일대에 물이 잠겼고, 서초구 우면산 쪽에 산사태가 일어났는데도 이 지역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을 구입하기 전에 침수 피해가 있었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법칙조차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강남 부동산인 것이다.

 

◆강남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경제학적 이유

 

우선,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는 반면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모두들 강남 사는 사람들을 시기하거나 혹은 혐오까지 하는 것 같지만, 돈만 있다면 강남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 천지다. 특히, 자녀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가정이라면 돈만 있다면 당장 강남으로 올 것이다. 심지어, 이런 이유로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강남으로 이사 오는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들로 인해 그 수요는 언제나 넘치게 된다.

 

이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 말고도 많이 있다. 여가, 쇼핑, 편의 시설도 좋고, 직장이 강남 쪽에 있다면 사람들은 강남으로 오고 싶어한다. 교통도 편리하다. 버스 노선도 많고, 지하철 역도 많다. 그만큼 살기에는 편리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강남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가수요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싼 값에 넘기지는 않을 거란 점이다. 물론, 강남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강남 부동산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즉, 이미 투자한 돈이 있으니 그들이 투자한 만큼 최소한 본전을 뽑으려고 할 것이다. 마치,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돈을 잃으면 손절을 할 걸 후회하면서도 본전 때까지 그 주식을 가져가는 선택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심리 때문에 강남 부동산 가격은 그리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경기 불황 때 주식 시장에서 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경기방어주처럼 실제로 강남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지역에 비해 별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반면, 강남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식이 언제가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처럼 강남 아파트 값도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그 중 강남 아파트 값이 전국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크게 오를 것이란 점을 안다. 마치 상한가 한번 친 주식이 나중에 상한가 또 칠 가능성이 큰 것처럼 예전에 한번 강남 아파트 값이 폭등했던 그 기억이 남은 것이다. 이럴 경우, 위에서 강남 아파트가 경기 방어주라고 한 것과 반대로, 경기가 좋아진다면 강남 아파트는 주식 시장에서 말하는 경기 민감주로 변하는 셈이다. 카멜레온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방어주에서 민감주로 수시로 바뀌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그 실체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강남 아파트 값인 셈이다.

 

◆그럼 강남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강남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란 기대를 건설업계, 잠재적 강남 아파트 수요자, 공급자 등 모든 국민들에 심어줬기 때문이다. 경기를 예측하는 데에 있어 그 기대감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물가를 봐도 국민들 모두가 향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물가는 더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 내일 당장 라면 값이 오른다고 기대 혹은 예측을 한다면, 사람들은 지금 당장 마트에 가서 있는 라면을 모두 사재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껏 강남 아파트 가격도 항상 올랐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기득권을 위해 그렇게 유지하는 부동산 정책을 폈다. 물론, 지난 몇 년간은 아파트 양도세 등의 세금을 높이면서 아파트 거품 잡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다시 경기가 안 좋아지는 조짐이 보이니까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또 강남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위에서 말한 실수요에 더해 전체 부동산 수요는 더욱 커지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란 풍선이 쪼그라들다가 다시 풍선이 크게 팽창한 셈이다. 하지만, 별로 놀랍지는 않다. 우리 나라 정부와 정치권은 이전에도 강남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했거나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기도 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강남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오르고 실제로 그 가격도 오르게 되면 역시 가장 기뻐할 사람은 강남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일 것이고, 특히, 우리 나라의 기득권층, 즉 정부 관료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일 것이다. 가끔 장관될 사람들이 청문회 같은 걸 한다. 내 눈에는 꼭 뭐 묻은 개가 남 나무라는 듯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청문회를 보면 종종 강남 지역에 위장 전입, 강남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들통난다. 장관부터 강남 부동산을 투기하는데 그 밑의 차관 및 그 외 관료들도 볼 것도 없다. 우리 나라 정부와 정부관료들이 강남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와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결국 그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속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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