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씹고 있는 이 껌은 과연 음식일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것이 만약 음식이라면, 나는 이것을 삼킬 수 있을 것이다. 또, 만약 이것이 음식이 아니라면 당연히 뱉어야 마땅하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껌의 단맛이 다 빠지면 보통 껌을 뱉지 삼키지는 않는다.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껌은 음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음식물이 아닌 다 씹은 껌을 음식물 쓰레기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껌의 성분에 대해 분석해보면…
껌은 소화를 시킬 수 없다. 물론, 껌을 처음 씹을 때 단맛이 나오는데, 이 단맛은 소화가 된다. 하지만, 이 단물이 다 빠지고 나면 그야말로 껌만 남는다. 이 껌은 질겅질겅 씹거나 사람에 따라 풍선을 부는데도 이용되는데, 우리가 이렇게 껌을 씹을 수 있는 것은 껌 베이스 즉, 합성고무수지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 합성고무수지가 아닌 천연 치클(나무에서 나오는 질긴 물질로 최초의 껌의 재료였던)을 쓰는 껌도 출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껌이 여전히 합성고무수지를 사용한다. 물론, 천연이든 합성이든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나도 껌을 씹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지금도 아침부터 나는 자일리톨을 씹고 있다. 핀란드 사람도 아닌데, 아침 새벽부터 껌을 씹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껌의 대부분의 성분은 합성고무수지로 이뤄진 바, 이것을 조금 더 과학적인 명칭으로 말하면, 초산비닐수지(polyvinyl acetate resin)라고도 한다. (이외 폴리부텐, 폴리이소부틸렌, 에스테르검, 왁스 등의 성분도 들어간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초산비닐수지만을 언급하겠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비닐은 우리가 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닐봉투와 그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산비닐수지와 마트에서 보는 비닐봉투는 아주 먼 친척벌쯤 된다. 그래서 그런지 둘다 질긴 성질을 지닌 것은 쏙 빼닮았다.
그럼 이쯤에서 벌써 서두에서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 나왔다. 다 씹은 껌은 엄밀히 말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닐 성분이 음식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비닐봉투는 땅에 묻을 경우 썩는데만 30~40년쯤 걸린다고 한다. 어떤 음식도 썩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은 없다. 그럼 껌은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껌을 다 씹었다면 음식물로 분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껌을 입으로 씹었으니 음식물 쓰레기라고?
어떤 사람들은 껌을 입으로 씹었으니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음식처럼 껌을 씹고 그 맛을 느끼니 당연히 음식물과 다를 바 없으며 버릴 때도 역시 음식물 쓰레기로 취급해서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아주 잘못되었다. 우선, 단물이 다 빠진 껌은 그저 합성 고무일 뿐임을 위에서도 말했다. 음식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으로 껌을 음식물처럼 씹었으니 당연히 음식물이라는 논리는 자칫 볼펜을 입으로 물고 있어도 볼펜이 음식이라는 논리와 같을 수 있다. 볼펜을 무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볼펜을 물고 있는 시간이 껌을 씹는 시간보다 더 길 수 있고, 어쩌면 볼펜으로부터 그 어떤 특유의 맛을 즐겨 볼펜을 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단순히 입으로 무언가 먹은 행동만으로는 그것이 다 음식물이 되는 것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합성고무 껌의 유해성 논란과 유해성 폐기물?
껌은 그 유해성이 종종 문제가 된다. 사실, 이 유해성에 있어서 여전히 논란이다. 미국을 포함해 우리 나라는 껌 베이스에 사용되는 비닐 성분이 전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가까운 일본은 또 다르다. 일본은 초산비닐수지 단위체의 잔류량을 5ppm으로 제한하고, 유아에게 껌을 먹일 경우 소량으로도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일본이 껌에 있어 과잉 반응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더 많다.
그런데 문제는, 껌 제조회사가 껌이 인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번 껌 겉 표면을 살펴보자. 거기에 우리들은 대부분의 껌에 ‘과량 섭취시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음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게 볼 수는 없다. 글씨 자체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빨간색 네모 부분)을 눈여겨 봤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경고 문구는 약이나 담배에나 있을 법한 문구다. 가령, 어느 두통약에는 많이 복용할 시 소화불량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 담배는 많이 피울 경우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겉표지에 경고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약이나 담배 모두 그 기준을 명확히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사람에 따라 그 약이나 담배의 적정량이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껌도 약이나 담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는 있지만, 껌을 얼마나 먹어야 설사를 하는지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그저 두통약이나 담배처럼 껌 섭취량이 과도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그로부터 최소한의 책임만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최소한의 책임을 지려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 내지 악영향이 자주 발생하고, 또 그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제조회사에서 잘 알고 있으니 이런 조치를 취해 미래에 있을 소송 내지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약회사와 담배 제조회사가 그랬듯이 말이다. 즉, 그런 악영향이 제법 일어나니까 이런 문구를 하나 껌 겉표지에 작게 삽입하여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약과 담배처럼 명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그 부작용에 대해 알려주면서 껌의 유해성 문제를 스스로 인정한 껌 제조회사. 다 씹은 껌은 음식물 쓰레기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그저 단순한 일반 쓰레기일까 아니면 유해성 폐기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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