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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결혼을 왜 미친 짓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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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딱 결혼 시즌이다. 나도 얼마 전 결혼식에 갔다 온 적이 있고, 조만간 또 가야 할 것 같다. 결혼식 갈 때마다 느끼지만, 신랑 신부를 볼 때면 너무 행복해 보인다. 둘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서로를 향해 맹세하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식장을 걸어 나올 때면, 그보다 더 행복한 것도 없어 보인다. 나도 빨리 만세 삼창을 외쳐보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안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종종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다소 과격한 말도 나온다. 이런 제목의 영화도 있고, 일상 생활에서도 특히 나이 든 아주머니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하는 푸념 섞인 말처럼 말이다. 결혼을 미리 하신 분들의 경험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분들의 말씀이 정답인 것도 같다. 우리 나라는 이혼율도 높고, 단순히 생각해보면, 둘 보다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긴 더 편하기도 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 분들의 말씀을 무시하고 결혼이란 선택을 한다. 결혼의 선택 후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또 다른 선택들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말이다.

 

◆결혼을 미친 짓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선택들 때문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첫번째 선택을 했다고 보면 된다. 세상의 반인 여성 혹은 남성 중 자기만의 짝을 찾아서 결혼을 했다. 취업률이 100 1이라면 엄청난 경쟁률이라고 하는데, 결혼은 거의 몇 천만분의 1을 뚫고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자신과 함께 미래를 살아갈 동반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건 아주 기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을 미친 짓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 이후에 있을 수많은 선택들 때문이다.

 

먼저, 결혼식장을 잡아야 한다. 어찌어찌 기일을 잡았는데, 마땅한 결혼식장이 하나도 없다면 곤란하다.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친척 분들을 위해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예식장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음식이 별로라면 그것도 곤란하다. , 교통도 좋고 음식도 맛있는데, 가격이 비싸면 그것도 곤란하다. 따라서, 식 날짜는 다가오는데 예식장 선택에서부터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어쩌다가 식장은 잘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제 신혼여행지를 선택해야 한다. 먼저, 제주도 등 국내로 행선지를 잡을 지 아니면 가까운 동남 아시아 혹은 우리 나라 신혼부부가 많이 가는 괌이나 사이판으로 가야 할 지도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선택한 곳 중 신랑과 신부가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신혼여행 목적지를 정했다면, 여행사를 고르고, 거기 있는 동안 뭐할지 계획을 제대로 짜야 한다. 그냥 흐지부지 비행기 한번 타는 걸로 만족하겠다는 생각은 신혼 여행이 아니라 비행기 여행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신혼 여행을 갔다 오면, 이제 새 집이 기다린다. 먼저, 어디에 살림을 차릴 지 선택해야 한다. 둘이 맞벌이라면, 신랑 직장과 가까운 곳에 차릴지 아니면 신부 직장과 가까운 곳에 차릴지 선택해야 한다. 보통, 신랑을 따라가는 추세지만, 만약 신부쪽이 돈을 더 많이 번다면 신랑은 또 고민해야 될 지도 모른다. 나중에 자녀가 생기면 또 문제가 생긴다. 교육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야하는지 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교육이 먼저인가 아니면 직장과 가까운 것이 먼저인가 고민해야 하는데, 보통 부모들의 입장에서 자녀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사 가는 걸 선택한다. 어쩌면, 모든 걸 다 내려 놓고 이민을 가거나 아니면 기러기 가족을 택하기도 한다.

 

자녀 계획을 잘 세운다면 어느 정도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자녀 계획 자체가 더 복잡하기도 하다. 사실,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의 고민부터 생길 수 있다. 물론, 바쁘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계획도 아닌데 아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직장을 어느 정도 다니고 안정된 후에 아이를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우선 낳고 봐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 몇 명을 낳아야 하는지도 얘기를 나누고 서로 토론을 해야 한다. 가끔 계획에 없던 늦둥이를 볼 때가 있는데,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거라면 정말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 가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돈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생활비는 어떻게 아껴 써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고, 조금 더 싼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항시 체크해야 한다. , 자녀 학원은 옆 집과 비교해 뒤질 수 없으므로, 옆 집과 최소한 같은 개수의 학원을 보내야 한다.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하는지가 중요한데, 가끔 자녀들의 적성도 파악하기 전에 옆 집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 무작정 보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혼식 할 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까지지 살겠다고 했으니, 이것도 당연히 노후에 연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연금의 종류도 많고, 어떤 연금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괜히 은행 말만 듣고 아무 연금이나 들었다가 나중에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내가 위에 열거한 선택들은 결혼 생활 속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두 명이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하니까 의견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는 옆에서 봐도 아주 다정하고 마음도 잘 맞고 그런 커플도 머리에 꽂는 핀처럼 사소한 것을 두고 싸우는 것도 봤다. 이렇게 결혼 후 생기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사건까지 그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혼자 살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결혼하면서 겪게 된다. 좋을 수도 있지만, 결코 좋을 수만은 없는 그런 선택들 말이다. 둘이 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이 반이 된다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이자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 아니면 커피를 마셔야 하나?

 

이 말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이 세상 모든 것이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목숨을 끊는 것과 커피를 마시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도, 카뮈는 이것을 두고 무얼 선택해야 할지 심오한 고민을 했던 것이다. , 이런 카뮈의 말대로라면, 결혼은 선택의 구렁텅이로 자신 스스로 빠트리는 격이며, 헤어날 수 없는 그 선택의 고민 속에 고통 받는 결혼은 결국 미친 짓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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