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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왜 커피점 알바라고 무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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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러 들어갔다.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녹차 라떼를 시켜 받은 다음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30대 정도의 남성이 들어왔고, 역시나 커피를 시켜 마시는 듯 했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 남성은 큰 목소리로 알바생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알바! 여기서 담배 펴도 돼?’

 

나는 무슨 제시카 알바라도 온 지 알았다. 알바가 자기 친구는 아닐텐데, 알바라고 반말로 담배를 펴도 되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여기 커피숍은 체인점이었지만, 도로변에 있는 작은 크기의 점포여서 따로 흡연실은 없었고, 담배를 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30대 남성은 담배를 피려면 밖에 나가야 한다는 알바의 말에 또 혼잣말로 불만스러운듯이 뭐라고 중얼중얼거렸다. 나는 역시 어디가나 이런 사람이 있다고 혼자 생각하며 녹차 라떼의 맛을 음미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녹차 라떼라도 그 맛이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커피점 사장도 아니고, 직원들이 친구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데, 괜히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자리를 박차고, ‘아저씨, 왜 이 친구들한테 반말하세요?’라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괜히, 큰 싸움 나면 정의감에 불 타 오르는 청년으로 기억되겠지만, 그것도 한순간의 재처럼 소용없는 짓이란 것을 잘 안다.

 

아쉽게도 자리를 박차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 아저씨도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기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되찾았다. 그렇지만, 이미 커피점 알바라고 무시하는 순간 그 아저씨는 예의와 교양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떠벌린 격이며, 커피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 지위를 막론하고 상호 존중하는 사회는 아직 멀었다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며 나는 커피를 다 마시자마자 그 커피점을 나왔다.

 

◆커피점 알바라고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손님들은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값을 계산한다. 그 커피값에는 커피 원가, 장소 제공료, 얼마 동안 머물 수 있는 시간, 직원들 임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여기에 커피점 직원들에게 반말 혹은 막말을 할 수 있다는 '허가비'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하고 상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말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물론 ‘알바님이라고 부르라는 뜻도 아니다.

 

계산할 때 그들 가슴 쪽을 보면 알겠지만, 그들도 이름이 있다. 다른 것에 신경 쓰여 못 볼 수도 있지, 그들도 괜히 멋으로 거기다 이름표를 붙이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또, 직원들끼리 서로 다 알고 있는 이름을 잊어버릴까봐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그들도 손님으로부터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거기 직원들에게 'OOO씨'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부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름을 정 모르겠다면, '알바'가 아니라 차라리 저기요혹은 여기요라고 불러도 그들은 다 알아 듣는다. 또, 아무리 자신보다 어려 보여도 '~해도 돼?'라는 반말보다 알바를 커피점을 관리하는 하나의 관리자로 여겨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직원을 위해서도 좋고, 자신의 인격도 올라가서 좋다. 당연히, 커피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서 좋다. 상부상조인 것이다.

 

또한, 커피값을 지불했다고 해서 거기 직원들에게 반말 혹은 막말을 해도 된다는 '허가비'가 포함되지 않았듯이, 그들로부터 반말 혹은 막말을 듣는다고 직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임금은 보통 시간과 경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무리 서비스 업종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욕, 막말 혹은 반말을 더 듣고 참는다고 해서 서비스 정신을 투철하게 발휘했다고 사장님이 칭찬하면서 임금을 올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오직, 그런 말 때문에 일을 하면서 느끼는 서러움, 슬픔, 분노 등만이 더해질 뿐이다.

 

이렇게 커피 가격, 직원들의 임금 등 경제 원리로만 따져서 설명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욕, 막말, 반말 등을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돈을 더 지불해가면서 그것들을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것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폐쇄된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무슨 자랑인양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큰 소리를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점에서 일하는 친구들만 봐도 다들 열심히 살고자 하는 대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대학교 등록금도 많이 올랐고, 물가는 장마, 홍수, 추석 등의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며, 그에 비해 시급은 쥐꼬리만할 뿐이다. 이렇게 열심히 고생하며 돈을 벌려고 하는 대학생이 많은데, 이들에게 반말이나 해대고 막말까지 한다면 참된 어른으로서 그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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