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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런던 최고의 직장에서 푸념하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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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런던 시티 지역에 은행을 다니는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점심 시간을 짬 내서, 제게 말을 걸었죠. 오랜만이라 그런지, 지금껏 못 나누었던 서로의 근황과 현재의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고 위로했습니다.

금 사정상 별다른 직업이 없는 저와는 달리, 영국 유수(有數)의 은행에서 일하는 친구가 더 할 말이 많은 것은 당연도 하겠지만,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오히려 제 생활이 더 편해 보이고,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도 차라리 은행 관두고 한국이나 따뜻한 남쪽나라로 날아가 그냥 쉬고 싶다고 하네요. 너 지금껏 번 돈으로 한국 오면 환율 이득 크게 볼 수 있다고 위로했지만, 이런 형식적인 위로는 더 이상 친구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더로 일하는 친구는 주식 시장에 민감한 직종에 있습니다. 모니터 4개를 앞에 두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장 상황을 파악하며,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예전부터 해오는 것이라 당연하지만, 요새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불황의 시작이기에 그 모니터만 봐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은 물론 영국도 주식이 많이 떨어진 상태죠.

평소에 신경 안 썼던 상사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지고, 어느새 제 친구는 안 피던 담배에도 손이 간다고 합니다. , 스트레스성 빈혈도 가끔 일어난다는데, 제가 의사가 아니니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직접적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인 직원 감원 바람이 자신의 은행에도 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걱정하는 듯 했습니다.

경제 불황은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경제 불황 속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고, 그 스트레스가 다시 생산성 하락, , 거기서 오는 비능률적인 경제 활동이 경제 불황을 낳는 경제의 악순환 이외에 개인의 전체적인 사기 하락으로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잦은 부정적 언행과 범죄율 상승은 대표적인 개인들의 만족도 하락에서 오는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제 친구도 지금 이런 총체적 사회적 모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광케이블을 타고 위로를 구하는 지구 건너편의 친구에게 건넨 마지막 말, ‘조금만 힘내, 곧 구름이 걷힐 거다’ 이것은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