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인상, 한국 내 유학생 때문

이제 한국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고지서는 이미 학생들에게 다 전달되겠죠. 이제 그 등록금을 내고 1년 혹은 1학기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학생들 혹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등록금 냈으니 학교에 왔다는 학생들 등 서로 다른 이유로 이제 학교는 학생들로 활기찰 날이 얼마 남지 않았죠.

등록금 얼마나 하나요? 1년에 보통 9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하네요. 불황만 아니었으면, 이미 1000만원 넘는 곳도 있었을 테죠? 아니, 이미 1000만원 넘는 곳도 있나요?

제 눈으로 봐도 한국 대학교의 등록금은 뻥튀기 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따라서, 대학 교수의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아니, 한국 교육의 질은 지금 정체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교육이 발전하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나왔죠. 어쩌면, 그래서, 한국 대학교의 대학 교육의 질과 대학등록금의 상관관계를 더 잘 알 수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현재 영국인들은 대학교 가는 데 등록금이 보통 3000파운드(600만원)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많이 오른 것이죠. 원래 1000파운드(200만원) 정도인 것을 이 정도로 올린 것입니다. 올릴 당시 영국 대학생들은 정부에 항의하고, 데모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대학 자체 내에서 여러 학비 감면 시스템을 제공하기에 이런 항의는 거의 없어졌고, 지금은 이 등록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태죠. 참고로, 스코틀랜드는 지금 이보다 더 싸서 보통 2000파운드(400만원) 정도 합니다. 한국과 비교해하면 아주 싸죠.

하지만, 영국 대학교들은 유학생들에게 영국인의 5배 이상의 등록금을 받습니다. 10000파운드(2000만원)에서 15000파운드(3000만원)가 보통 런던 대학교 유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죠.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대학교도 이정도 합니다. 유학생에게 거액의 등록금을 받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요인 중 하나는 자신들이 오랜 역사를 걸쳐 만든 교육의 질을 타지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려면 이 정도의 돈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을 증명하듯, 비싼 등록금이지만, 더 좋은 교육의 질을 향유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오는 유학생의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죠.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유학생들이 지불한 거액의 등록금으로 영국 대학교의 살림에 보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이 거액의 돈으로 영국 학생들에게 혜택이 다 돌아간다고 볼 수도 있죠. 똑같은 교육에서 영국인은 어차피 대다수가 영국에 머물며, 어디를 가든 영국 경제에 이바지하게 되니까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양질의 교육을 가진 나라가 지닌 이점이기도 하겠습니다.

요새, 한국의 대학교들도 세계 곳곳으로부터 유학생 유치에 열성적이라고 하네요. 갑자기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그렇게 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유학생들이 거의 중국인이라고 하네요. 근데, 한국 대학교들은 이들에게 한국인보다 5배 이상의 등록금을 받고 있나요? 검색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니, 제가 얼핏 듣기론, 한국 대학교들은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비 감면까지 해준다고 들었기에 아닐 것입니다.

물론, 유학생 유치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학생이라는게 고국의 고등 교육 기관을 다 제쳐두고, 해외에 나와 공부하기 위한 학생들입니다. 유학하면서 그들은 고국의 학생들이 누릴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쌓게 되죠. 따라서, 유학생들에게서 자국인보다 적은 학비 혹은 비슷한 학비를 받는 것은 세계 교육 질서(그런 것이 있다면)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대학교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양질의 교육.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도 이 사실을 알기에,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한국인 정도 혹은 그보다 올릴 경우 그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한국의 대학교들도 이 사실을 알고, 계속 이런 정책(유학생의 저 등록금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학교의 수는 한정적인데, 유학생의 숫자가 늘어나면, 한국 학생은 그만큼 교육의 혜택이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한국 학생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전체 대학생 수가 늘어나게 되겠죠. 이러면, 교육의 혜택은 그대로겠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계속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 또, 그러면서, 교육의 질을 올리려는 한국 대학교라면, 어쩔수 없이 한국인들에게 등록금 인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