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무슨 퀴즈 문제인 것 같다. 편의점에서 돈을 주고 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물론, 넌센스 퀴즈는 아니다. 나도 재미를 위해 넌센스 퀴즈를 내고 싶지만, 지금은 웃길 시간이 아니란 걸 잘 안다. 모두 바쁜 시간을 내줘서 내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어 주니 말이다.
아무튼, 편의점에서 돈을 주고 사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복권을 사면 미래의 권리를 사는 것과 같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은 증서를 주기 때문에 답이 될 수 없다. 담배와 껌도 충분히 작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라면이나 죽을 데워먹을 수 있게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서비스 정도가 답이 될 수 있지만, 이것도 내가 바라는 궁극적인 답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답은 이 포스팅 맨 아래에 있지만, 아마 읽어 내려가면서 눈치를 채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먼저, 편의점이 비싼 이유부터
편의점이 다른 데보다 비싸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일반 동네 마트보다도 비싸다. 그 이유는 우선 편의점에서 물건을 비싸게 받아 오는 경우가 있다. 대형 체인 편의점이라면 이런 비용 압박이 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 소규모로 개인이 창업하는 경우는 큰 비용 압박이 될 수 있다. 물건을 대형마트처럼 대량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에 가격 결정권이 도매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임대료에 있다. 편의점의 성공여부는 매점의 위치에 있다. 그 위치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이 길을 지나가는지, 시간대별 사람 수, 주변의 경쟁 매점 수 등을 다 조사해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에 모두 충족되는 경우 그 임대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이미 임대 주려는 사람은 이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되도록이면 비싸게 팔려고 한다. 괜히 가격 협상을 하려다 지체하면 다른 사람이 채 갈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좋은 경우도 많다.
◆소비자가 편의점을 이용하는 이유
말그대로 편의점이 편리하니까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위치가 아주 좋고 사람도 많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의점은 또한 없는 물건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애완견 밥까지 팔고 있다. 개를 밥을 먹여 편하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을 편하게 하려는 것인지 주객전도된 느낌이지만, 편의점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소비자들이 비싸면서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말에서 우리는 특히 그 비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편의점이 대형마트 혹은 그외 일반 마트보다 같은 물건에 대해 얼마를 더 받는지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료수 하나에 보통 1000원 한다고 하자. 편의점은 같은 상표, 용량의 이 음료수를 1500원에 팔고 있다. 그냥 가격만 보면, 무슨 도둑놈 심보라고 화낼 수도 있지만, 이 500원의 차이가 바로 편리함의 차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이것을 거래비용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거래하는데 드는 비용이라는 것인데, 여기서는 그 편리함을 사기 위한 비용이라고 하면 된다. 따라서, 편의점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대신 다른 곳보다 500원을 더 받는다는 말도 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들은 이 편리함이 500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거래가 이뤄진다. 말 그대로 거래비용인 셈이다. 그리고, 이 거래비용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위의 퀴즈의 답이 나온다.
◆거래 비용을 따로 받고 있는 편의점
예를 들어, 직장 가는 길목에 편의점이 하나 있고, 10분 걸리는 곳에 일반 마트가 있다고 하자. 이 직장인이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위에서 말한 1500원짜리(편의점 가격, 1000원 일반 마트 가격) 그 음료수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5분뿐이 남지 않았다. 당연히, 지각하면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는다. 이 직장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의 꾸지람을 받지 않으려는 이 직장인은 당연히 편의점에 갈 것이다. 즉, 편의점에 가서 1500원 주고 음료수를 사 마시면서 자기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직장도 어차피 그만두려고 하고 있고, 상사의 꾸지람이 전혀 무섭지 않은 직장인은 어떨까. 물론, 괜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살 수 있겠지만, 다른 마트에서 1000원이란 것을 알면 그 다른 마트로 갈 것이다. (경제학이 다 그렇듯, 이 직장인은 돈에 대해 아주 합리적이라고 가정)
따라서, 1500원과 1000원 사이의 거래비용 500원의 가치는 곧 시간이 된다. 즉, 위의 예시처럼 5분의 시간을 얻기 위해 500원을 더 지불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꼭 위의 예시처럼 확실히 계산이 안되더라도 실제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만 봐도 바쁜 사람이 대다수고, 또 편의점은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이리저리 곳곳을 돌아다녀 가격을 비교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바쁜 사람이기 때문에 편의점에서는 대형마트처럼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결국, 우리가 편의점에서 사는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곧 돈이다'라는 명언을 그대로 편의점에 적용시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거래비용을 지출하는 것도 편의점이 시간을 팔고 있는 것도 모른채 그저 하루하루 바쁘게만 살아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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