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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아파트 2층 사는 친구가 승강기를 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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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간 적이 있다. 아파트 2층이었다. 1층은 승강기만 있으니 아파트의 가장 낮은 층에 사는 셈이다. 친구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차 한잔을 한 후 이제 집을 나서는데, 친구가 아파트 밖에까지 배웅 나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왔는데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승강기 내림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올라올 때는 걸어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라니. 잠깐 어리둥절했지만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1층에 있었던 승강기는 말하는 동안 어느새 2층에 거의 다 왔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안에는 역시나 사람이 있었다. 아마 11층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친구와 나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승강기를 탔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2층 사는 친구가 승강기를 꼭 타야 했을까. 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적 논리부터 시작

 

사람들은 언제나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특성이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이벤트가 있다면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1층 안내데스크까지 굳이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고 이벤트 상품을 받는 것만 봐도 제한된 시간 혹은 제약 속에 자신이 얻은 기회를 최대한 살려 그에 따른 효용을 최대한 얻길 원한다. 후생경제학의 효용 이론을 보면, 인간은 되도록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인간이라고 했다. , 개인은 어떠한 것을 사용할 수 있고, 양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 합리적인 것이라면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2층 사는 사람들이 승강기를 타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

 

위의 효용 이론을 보면, 개인은 자신이 최대 행복을 위해 효용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 일상생활에서도 개인이 가장 하길 원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2층 사는 친구가 승강기를 타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의미도 된다.

 

어떻게 보면, 2층에 사는 친구가 승강기를 탄 것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2층 사는 사람에게는 승강기와 계단이라는 선택이 있다. 반대로, 이는 고층에 사는 사람에게는 없는 선택권이다. 만약, 2층 사는 사람이 승강기를 타려는데, 아파트 20층에 멈춰 서 있다면,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고, ,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항상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특성이 있다. 보통 한번 집밖으로 나온 김에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공원에 가서 잠깐 앉아 휴식도 취하는 것도 다 그런 특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선택권을 평소에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 행동은 2층 사는 사람들에게 휴리스틱이 되어 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 경험적으로 선택권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승강기를 타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2층 사람들은 사실 승강기가 11층에 있든지 20층에 있든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보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럴 경우 고층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수도 있다. , 고층에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2층 사는 사람들이 승강기와 계단 사이의 선택권을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피해를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밖으로 대놓고 말은 하지 않겠지만, 사람이 많은 승강기에 2층 사람이 타면 사람들은 그 2층 사람을 흘기듯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비난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가

 

사실, 고층에 사는 사람들과 2층 사람들 혹은 저층에 사는 사람들이 승강기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고층 사람들은 승강기는 유일한 (계단으로 운동하려고 하는 사람과 승강기가 고장 나는 경우는 제외하고) 이동 수단이지만, 2층 사람들에게는 선택이다. 따라서, 고층 사람들은 2층 사람들이 몸이 무겁고 게으른 사람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2층 사람이 승강기를 타는 것은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아니면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운동을 할까 아니면 편리함을 추구할까 하는 달콤한 선택일 수도 있다.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2층 사람이 느끼는 이 달콤한 선택을 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고층 사람들의 이런 시기심은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옳지 않다. 그 이유는 2층에 사는 사람들도 승강기 유지비 혹은 전기세 형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아파트라도, 공동 시설 유지 관리비란 항목으로 다 포함해서 내는 경우도 있다. , 2층 사람들은 승강기를 이용할 최소한의 경제적 이유는 갖추었다는 뜻이다. 비용을 지출하면서 오히려 이용하지 않으면 금전적으로 낭비인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보면 2층 사는 사람이 승강기를 타지 않는 것은 대형마트에서 돈을 내고 상품을 샀으면서 계산대에 놓고 오는 그런 어이 없는 상황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따지지 않아도 2층 사람이 같은 아파트의 20층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반대로 20층 친구가 2층의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승강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또 그것이 편리하다. , 2층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층의 사람들이 승강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파트 전체적으로 볼 때 편리하고 더 나아가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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