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택배회사에서 아래와 같은 황당한 문자가 날라왔다. 며칠 전에 한약을 만들어 오늘 택배로 받기로 했는데, 집 문 앞까지 택배가 오지 않고 경비실로 곧장 맡겨진 것이다.
황당하다고 한 이유는 난 어제 쉬는 날이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오랜만에 아파트 앞 풍경을 내다보며 비 오는 모습도 감상하면서 말이다. 물론, 택배 직원은 우리 집에 오지 않았고, 나는 이것을 정확히 기억한다. 사실, 어제 아무도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기억하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문자를 받고 나서 한동안 황당해서 멍해 있었다. 이런 택배회사는 처음
봤다. 집에 오지도 않고 바로 택배를 경비실에 맡겨 놓는 회사. 그리고, 부재중이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회사. 정신을 차리고 경비실에 전화를
해보니, 역시나 좀 전에 택배가 왔다고 한다.
우리 집은 경비실과 거리가 멀었다. 비가 오는데 슬리퍼를 신고 추적추적
거기까지 걸어 갔다. 가는 중에도 난 왜 택배회사가 집 앞까지 배달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물건을 받아와서 내가 모르는 ‘택배’의 다른 의미가 있나 다음(Daum) 사전에 찾아봤다.
역시 택배는 상품을 요구하는 장소, 즉 문 앞 배달 혹은 집 배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비실 배달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비가
와도 혹은 너무 더워도 택배 회사는 택배를 집 앞까지 배달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심지어, 오다가 트럭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고, 갑자기 배에 신호가 와 화장실에 급하게
가더라도 집 앞까지 어떻게든 배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그것이 그들의 임무고, 소비자와의
거래 계약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택배 회사는
크나큰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이건 최소한 일의 마무리가 올바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야구로 치면, 9회까지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구원투수가 마무리를 잘 못해 역전패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야구에서 역전패 당한 선발 투수가 느끼는
것처럼 소비자는 어이상실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직접 전화해 보려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 직원은 이미 그 이유를 말했다. 내가 부재중이라고... 그 말이 거짓말이라도 괜히 굳이 전화해서 따져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오랜만에 얻은 즐거운 휴일을 택배회사와 싸워 기분 망치는 것은 내 손해이기 때문이다. 나는 비가 오는 날 운동 삼아 경비실까지 걸어갔다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난 제품을 받았기에 그걸로 됐다.
그래도 난 택배 회사에 소심한 복수를 하기로 했다. 물건을 확인하면 문자를 보내 달라고 했는데 보내지 않은 것이다. 연락을 기다리는 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다. 물론, 배달만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문자를 씹는 소심한 복수를 한 셈이다. 글을 쓰며 마침 한약을 한 봉지 먹으니 역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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