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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견

커피중독과 여기에 숨겨진 3가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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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70년대에 다방커피로 시작해서 지금은 수많은 커피전문점에서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커피들이 커피 애호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나도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 인기는 지난 10년전과 비교해보면 엄청나다. 예전 압구정동에 처음 스타벅스가 들어섰을 때는 지금 이렇게까지 모든 사람들을 커피 중독으로 만들 줄은 상상조차 못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루에 두 세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커피중독자라고 보면 된다. 당장 내일부터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지 않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면, 커피중독이고, 그렇지 않다면 커피중독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커피 한잔 값은 커피 원두 생산자가 아닌 커피 판매 다국적 기업으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 커피가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어떻게 내 입 안으로 들어가는지에 대한 과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커피는 사람들에게 추운 겨울에 내 몸을 따뜻하게 녹일 여러 가지 따뜻한 음료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모두 수입이다. 마치 석유가 우리 나라에서 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하는 것처럼 열대지역에서만 자라는 커피를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커피는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주요 생산국은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에티오피아 등 저소득 국가들이며, 이들 국가는 거대한 다국적 커피 판매기업 혹은 커피전문점의 자본력과 힘 앞에 절대적 약자로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의 관계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커피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들 나라의 커피를 생산하는 농민들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에티오피아 같은 경우는 여전히 커피 원두 가격 변동에 의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공정무역이란 것으로 커피 원두 가격을 더 높이 쳐준다는 합의가 생겨났지만, 여전히 그 합의를 적용 받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사람들은 점점 커피중독이 되어 버렸지만, 정작 커피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아닌 커피 판매업체 혹은 커피전문점만 돈을 벌어가는 형국이다.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기업들의 배만 채울 뿐 농민들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마치 삼성전자의 매출이 고공성장을 하고 있지만, 거기에 납품을 하는 중소업체는 겨우 밥벌이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 다국적 대기업들은 마진을 붙여 큰 수익을 남기는 반면 생산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만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불합리한 커피 경제 구조에 살고 있는 셈이며, 우리가 커피중독으로 커피를 사 마실 때마다 이들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커피전문점 증가에 따른 아르바이트에 대한 경제적 수탈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되면서, 동시에 우리는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상업지구, 번화가, 심지어 동네 아파트 상가 깊숙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커피전문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거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도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할 시간이 넉넉하기도 하다. 용돈벌이로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와 커피전문점 사장 사이의 관계는 안타깝지만 위에서 말한 에티오피아 농민과 그들의 커피 원두를 사가는 커피 판매기업 혹은 커피전문점들의 관계와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4500원이다. 4500원은 아르바이트생 한 시간이 일해야 겨우 벌 수 있는 돈이다. , 한 시간 일하고 커피 한잔 마시면, 그 한시간 동안 열심히 일한 시급이 그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순식간에 증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커피전문점이 한시간에 커피 100잔을 판다고 해보자. 사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시간 동안 일하는 다섯 명의 아르바이트생에 각각 시급으로 1잔씩의 커피값이 돌아간 후 나머지 95잔의 값을 벌게 되고, 여기에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시간당 약 커피값 40잔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커피전문점 매출이익률은 통상 40%) 즉, 사장이 40잔의 커피값을 벌 동안 아르바이트는 겨우 1잔의 커피값을 벌 뿐이다. 이것이 에티오피아 농민과 이들의 커피 원두를 사는 커피 판매기업 혹은 커피전문점 사이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커피 중독이 되어 커피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커피전문점의 숫자도 동시에 늘어난다. 지금 우리 나라 상황이 이렇다. 하지만, 이렇게 커피전문점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거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도 늘어난다는 뜻이 된다. , 에티오피아의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농민들처럼 자본주의의 거대한 힘 앞에 경제적으로 학대를 받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커피 중독이 말해주는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 

커피는 기호식품이라고 한다. , 좋아서 마신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씁쓸한 아메리카노도 달다고 하면서 마신다. 그리고, 자신만이 이렇게 쓴 커피도 자연스럽게 마신다고 착각해 우쭐해 한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고독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거나 그냥 습관적으로 아무 이유 없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와 그 모습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커피를 마시는 진짜 모습은 위에서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 즉,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생존경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커피를 마실 뿐이다. 가령, 도서관에 가면 대부분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한다. 다른 학생들 혹은 사람들보다 더 집중해서 공부를 하여 시험을 더 잘 보고 혹은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또한,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내 경쟁에서 실적을 높여 직장 동료를 이기기 위해 혹은 그것을 위한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이렇게 커피 속의 각성제라는 약물이 우리를 '깨어' 있도록 돕도록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우리는 이렇게 '정신차리게' 하는 약물 없이 살 수 없는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용불안, 경제혼란, 정치불안정, 학교, 취업, 직장 속의 숨막히는 경쟁구도 등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안타까운 현실 속에 처한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 속 커피 중독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살아가기 힘들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런 고통을 커피라는 각성제가 든 음료로 위안을 삼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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